왜 해킹만 터졌다하면 북한의 소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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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_post_home_single.png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왜 해킹만 터졌다하면 북한의 소행인가 (179)

by 주성하기자   2014-12-24 5:06 pm

  예상했던 대로 첫 번째 글에 엄청난 댓글이 달렸고, 예상했던 사람들이 예상했던 반응을 쏟아냈다. 하지만 나도 그들을 설득할 수 없고 그들도 나를 설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입장 사이엔 현실을 진단하는 데 있어 엄청난 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이 생전에 이런 ‘노인 폄훼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나이 60이 넘으면 의사 결정보다는 대화에 적절하다”고…그 때문인지 중국은 70이 넘으면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물러나는 것이 관행화됐다. 등소평은 아마 나이가 들면 진취적이지 않고 과거에 매몰돼 있으며, 현실 진단을 제대로 못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과학도 나이가 들면 뇌가 쪼그라든다는 것을 입증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집에서 대화는 제대로 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할아버지 훈시에 손자가 공손히 접수하고 받아들이는 집이 얼마나 있겠냐 하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기록에조차 “요즘 애들이 말을 안 들어 큰일이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걱정하는 애들이, 그 애들의 애들이 이어져 내려와 역사를 움직여 이만큼 온 것이다.

 

  북한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도 나는 현실을 판단하는 기준에 있어 아래의 소리를 하는 사람의 훈시는 그리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판단이 잘못됐으니(내 기준에서) 당연히 처방이 잘못됐을 것이란 뜻이다. 

 

  그 기준 중 일부를 적자면 우선 적화통일, 남침, 북괴 등의 단어를 애용하는 사람들이다. 가장 최신으로 쳐줘서 90년대쯤에서 사고가 머물러 있다는 반증이다.

 

  북한 어디서 빨간 것을 보았는지 궁금하다. 북한이 누구의 괴뢰인지도 궁금하다. 남침은커녕 북한보고 한국을 공짜로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이에 대해선 여러 번 설명했으니 더 쓰지 않겠다. 예전에 이해 못했다면 다시 말해도 이해가 안될 것이니까. 다만 북한의 현실에 대해선 내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99% 보다는 훨씬 더 잘 알 것이다.

 

  둘째 이런 이야기를 하면 또 나오는 반응이 있다. 남부 웰남이 힘이 없어 가난한 월맹에게 졌냐는 반박이다. 북한도 가난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뜻이다. 월맹 사례 정말 지겹게도 많이 들었다. 일단 남침은커녕 공짜로 먹으라고 해도 못 먹다는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니 다른 설명을 해보겠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남부 웰남이 아니고, 북한은 빨간 월맹이 아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월맹을 사례로 드는 것은 현실을 거꾸로 읽는 것이다. 그 정도 차이는 누구나 알고 있을 상식이라고 본다.

 

  당시의 북부 웰남엔 오늘날 북한에 없는 커다란 힘이 3가지 있었다. 우선 호치민이란 걸출하면서도 소박한 공산주의 지도자다. 여기서 김정은과 호치민 비교는 굳이 안 해도 될 것이다. 또 당시 병력의 격차는 오늘날의 한국군과 북한군의 차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가장 큰 차이는 북한에는 공산주의 이념에 충만돼 목숨 걸고 싸울 전사들이 더는 없다는 것이다. 당시는 전 세계에서 공산주의가 한참 맹위를 떨칠 때고 동맹국도 많았고 이상향도 있었다. 또 부패한 남부 괴뢰정권을 쓸어버리고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자주적인 세상을 웰남에 세우려는 다수의 열망이 있었다. 남북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호치민을 추종했다는 뜻이다.

 

  반면 오늘날의 대한민국 역시 남부 웰남이 아니다. 부패로 치면 북한이 열배는 더 심하다. 우리의 군은 남부 웰남에 비해 훨씬 더 단단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려는 젊은이들의 의지도 북한군에 비해 훨씬 더 높다. 북한이 월맹처럼 마음껏 침투할 수 있는 허술한 경계도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존경을 받지 못하는 지도자를 갖고 있고, 사회가 부패하고, 이념의 실패를 자인한 채 구시대적 봉건왕조로 회귀하며, 주민의 절반 이상이 남쪽을 동경하는 북한이 오늘날의 남부 웰남과 훨씬 더 닮아있다. 2015년에 와서도 남과 북에 웰맹 사례를 대입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오늘날의 현실을 거꾸로 보는 수준이란 반증이다.

 

  또 나오는 반박이 있다. 이석기류가 안에서 호응하면 우리도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세상엔 위험은 너무나 많다. 한국엔 사이코패스도 수 만 명이 있을 것이고, 성폭행범, 도둑, 강도도 수만 명이 있을 것이다. 그걸 다 두려워하며 살려면 한도 끝도 없다.

 

  나 개인적으론 이석기류에 대해 있어서는 미/친놈들이라 생각하고, 이 사회에서 존재해선 안 될 쓰레기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남북을 겪어본 시각으로 볼 때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이석기류가 1만 명쯤 있어도 끄떡없는 사회라고 확신한다.

 

  80년대 사고에서 말라비틀어져 음지에 모여 북한이 쳐내려오면 호응해 정부 시설을 공격하자는 부류들은 수십 년 후에도 계속 그러다가 힘없는 늙은이로 변할 것이다. 오늘날 이들의 정체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북한의 실정이 알려진 상황에서 이런 정신병자와 같은 이론을 따르는 새로운 젊은 피는 거의 수혈되지 않을 것이고 젊은이들을 포섭해보고자 해도 신고만 당해 감옥에 갈 것이고, 결국 나이든 80년대 유물들끼리 나중에 탑골 공원에 모여 앉아 하염없이 작전계획을 짜고만 있다가 늙어죽을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 김정은이 왕조를 유지하는 한 20년 뒤에도 북한이 남침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국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은 개혁개방 뿐인데, 그때는 또 그래서 남침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이 화석들이 행동을 하려고 하면 대한민국엔 이들을 미연에 막을 사람이 백배, 천배는 더 많고 이들을 처벌할 법도 단단하다. 고작 한두개 시설은 공격할 수 있을지 언정 이들 화석들이 동시다발적인 폭동을 일으켜 대한민국을 침몰시킨다는 시나리오는 현실상에서 개연성이 매우 희박하다. 차라리 에볼라에 걸려 죽을 걱정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연평도 천안함 사건처럼 북한이 도발하는 것은 또 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걸 남침야욕이니, 적화통일이니 하는 것과 결합시키는 것은 과거 공포의 트라우마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약탈로 사는 마적떼는 관군이 쳐들어오지 않고, 또 관군이 마적 두목의 목을 따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알면 마음껏 행패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마적떼가 대규모 관군이 지키는 한양에 쳐들어올 것이라 판단해서는 안된다. 즉 김정은은 한국이 전쟁할 의지도 없는데다, 군 지휘권이 한반도에서 전쟁은 어떻게 하나 막으려 애 쓰는 미국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까불지 못할 이유도 없다. 도발을 막으려면 진단을 제대로 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망해도 오래전에 망해야 하는 수용소 국가, 왕조 국가, 부패 국가이다. 그런데도 망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수용소에서 도망치고 싶어도 동서해는 바다가 지키고 있고 북부는 탈출자가 없도록 중국이 막아주고 남쪽은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지뢰밭이 막아주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지금 북한이 계란이 썩듯이 스스로 안에서 곯아버리길 바라고만 있는 실정이다. 그게 언제인진 모른 채.

 

  자, 이렇게 남북을 읽는 눈이 판이한데 당연히 내가 쓰는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들을 설득시킬 수는 없다. 이 블로그에 설득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불행이긴 하지만.

 

  다만 긴 시간을 할애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젊은이들을 위해서다. 우리 사회는 북한에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류다.

 

  지금 그런 지배적 의식에 맞서 남쪽에서 매일 북한의 속살을 뒤집어 보는 사람이 외친다.

 

  “북한은 이젠 썩은 계란이야. 너는 바위야. 자신감 가져! 겁내지마! 겁내는 순간 너는 자기의 힘을 믿는 능력을 잃는 거야! 자기 힘을 믿지 못하면 마냥 남이 두렵고, 집안이 두렵고, 힘센 자의 가랑이를 붙잡고 싶은 거야!”

 

  내가 보는 세상은 이렇다. 우리는 해이될 필요는 없지만 지금처럼만 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남북의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하지만 역사는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유신 시대를 경험하고, 그런 익숙한 시스템 속에서 심적 안정감을 가지고, 2014년에 와서도 80년대 친지김동을 외치던 빨갱이가 너무나 두려운 사람들도 많겠지만, 젊은이들은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

 

  감히 말한다. 지금 어디 진짜 빨갱이가 있는가. 북한이 빨간가, 김정은이 빨간가. 세계 어디에 빨간 것이 있는가. 해방 후부터 수십 년 동안 질기게 없어지지 않는 이 용어부터 다시 바꾸어야 한다.

 

  이석기 부류는 빨간 것을 추종한 것이 아니라 가장 썩고 음침한 무리를 추종한 것이다. 이런 화석들을 정의하는 용어는 1940년대 공산주의를 추종한 사람에게 붙였던 빨갱이란 단어가 아니라 구리고 음산한 21세기식 단어로 새로 정의해 바꾸어야 한다.

 

  이것 역시 젊은이들의 몫이다. 빨갱이가 두려운, 80년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있으라 하고, 2014년에 사는 젊은 세대는 2024년을 바라보며 전진해야 한다. 자신감을 가지고 보다 민주주의적이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할 과제는 결국 젊은이들이 짊어질 몫이다.

 

  서두가 길어졌다. 역린을 건드렸다 혀를 차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이만 하고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려 한다. 오늘 주제는 북한 해커 문제다. 먼저 글의 반발에 비해 이 글은 서두에 대해선 반발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해커 문제만큼은 신은미 문제처럼 반발하진 않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물론 3과 4의 글에 넘어가선 다시 목소리가 커지겠지만 말이다.

  대형 해킹 사건, 잊힐만하면 터지는 일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북한의 소행이라고 발표된다.

 

  헌데 수사 결과라고 발표되는 레파토리도 똑같다. 해커의 수법과 사용된 악성 코드가 과거 북한이 벌인 사이버 테러 수법과 똑같다는 것이다.

 

  이번 소니 해킹도 북한의 소행이란 근거가 지난해 한국 언론사와 금융권을 공격한 해킹 공격과 수법과 코드가 같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보도를 보라. 그럼 또 그 당시 발표 역시 또 과거 북한 해커의 수법과 코드 어쩌고저쩌고 한다….이렇게 문제를 거슬러 올라가면 도대체 북한 해커의 수법과 악성 코드의 기원이 어디서부터인지 찾을 바가 없다.

 

  그래서 못 믿겠다. 북한이 했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겠다고 나도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추정에 기초해 정책을 결정하면 안된다.

 

  해킹 할 때 북한 아이피가 나왔다고 한다. 당연히 나오겠지…북한에 해커가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거늘, 그들이 한국 이곳저곳 찔러본 흔적이야 남아 있겠지…하다 못해 이 블로그에 조차 해마다 수십 개의 북한 아이피가 나온다.

 

  지난해 해킹 때도 북한의 소행이란 근거가 1300여개의 아이피 중 북한 것이 13개 나왔다고 한다. 그렇다면 만약 이 블로그가 해킹돼도 1년에 천 만 건이 넘는 접속 아이피 중 북한 아이피 수백 개가 나왔으니 북한 소행이란 것일까. 이런 식이다..

 

  그럼 소니를 누가 해킹했겠어? 당연히 북한이겠지…하는 것은 의심일 뿐이지 사실은 아니다. 나는 내 블로그가 해킹돼도 이것이 북한의 소행이란 개연성은 제기할지언정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하진 못하겠다. 무조건 너희가 했어 하면서 공공연하게 보복을 할 순 없다.

 

  또 내 상식상 북한의 해킹 실력은 언론에서 묘사하는 실력이 미국 다음가는 세계 2위니 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인터넷도 접속이 거의 불가능한 북한의 실력이 그 정도면 중국과 러시아 해커들이 슬퍼서 어쩐단 말인가.

 

  6000명 해커부대 양성 이 말도 확실히 뻥튀기라고 나는 단정한다. 당국의 발표하기를 작년까지 3000명인데 올해 6000명으로 늘였다고 한다. 아니, 북한이 맘먹으면 1년 동안 해커 3000명을 영입할 수 있는 그런 엄청난 IT 인적자원을 소유했다고? 말도 안 된다.

 

  해킹하려면 중국에 나와야 하는데 그럼 중국에서 북한 해커 수천 명이 활동한단 말인가? 이것도 말도 안 된다. 이에 대해선 이미 여러 번 글을 썼다. 이런 거짓말을 내세우고 전제한 논리는 인정할 수 없다.

 

  더구나 요즘엔 북한에서 컴퓨터 실력 좀 되는 사람들은 외화벌이하는 것이 첫째다. 달러를 벌어 만져야지 북한이 명령을 준 일을 해서는 돈이 안 된다. 북에서도 돈벌이가 더 중요하다.

 

  설마 우리 당국에서 거짓말을 했겠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거짓말이 너무 많다는 것도 알 사람은 다 안다.

 

  말도 안 되는 북한군 현실을 모르진 않겠지만 미군이 없으면 진다고 주장하는 게 우리다. 그래 이건 국민이 비교할 수 있는 정보 제공이 안 되니 허풍이 용납될 수도 있다고 보자.

 

  21세기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사람조차 간첩으로 주물럭주물럭 조작하다 걸린 것이 벌써 몇 번째인데 하물며 말 못하는 아이피를 북한제로 만드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 아닐까 싶다. 

  이제는 간첩 사건 발표 나면 이건 진짜일까. 소설을 쓴 것인지, 아니면 강아지를 황소로 만들었을까, 코끼리로 만들었을까 이런 생각부터 든다.

 

  유우성 사건을 계기로 정신이 좀 들었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람일 경우 해당되는 문제다…말 못하는 아이피를 북한 것으로 몰아가는 것은, 우리가 북한군에게 전쟁 나면 진다고 하는 것과 똑같이 아무런 가책 없이, 혹은 진짜로 그렇게 믿고 관행처럼 발표할 수 있다고 본다. 충분히..

 

  물론 이 글을 통해 북한에 해커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존재한다. 일부 해킹은 북한이 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실체는 뭔가 일이 터지면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할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북한 해커가 세계 3위 규모니 우리도 사이버 안보 인력을 늘리자는 말도 늘 나온다. 그런데 그게 해결책이 되겠나.

 

  한국이란 광활한 세상에서 도둑 몇 명을 완전히 막으려면 경찰이 몇 만 명이나 필요할까. 답이 없다. 더구나 인터넷 세상은 마음먹은 대로 걸리지 않고 다닐 수 있다. 한마디로 현실  상의 도둑이 검문도 없는 세상에서 숙박소 검열도 없는 세상에서 산다고 가정하자. 오직 털 때만 막을 수 있다고 치자. 이건 경찰 수 백 만 명도 막을 수 없다.

 

  사이버 안보인력을 얼마나 확충하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나? 예산 도대체 얼마가 필요하냐? 얼마 투자하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나? 누가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도둑은 목표를 정하면 하루 종일 그것만 털 생각을 한다. 몇 달째 털 대상을 연구하는 경유도 부지기수다. 이건 막기 힘들다. 방화벽을 보다 강화하고 할 순 있겠지. 그런데 지금까지 사건을 보면 이건 인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사이버 인력이 많아지면 농협이 안 털리나.

 

  끝으로 해커의 수법과 사용된 악성 코드가 과거 북한이 벌인 사이버 테러 수법과 똑같다는 레파토리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도대체 언제부터 그게 북한 해커의 수법이라고 단정할 수 있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최초 수법은 무엇이고, 왜 북한 소행인지 말하고 단정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걸 묻는 언론은 없다. 모두들 북한이 정말 나쁜 놈이고, 해킹을 밥 먹듯이 저지르는 범죄자라고 몰아간다. 범죄자는 맞지만 그렇다고 동네 범죄가 일어나면 모두 쟤 소행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내가 TV에 나가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북한은 내가 평생 살아왔고, 매일 들여다보는 곳이긴 하지만 지금도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TV에 나가면 잘 모르는 뉴스를 모른다는 말을 할 수 없고, 몰라도 아는 척 대답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TV에 나가기 시작하면 북한 해킹과 관련된 대담에도 꼭 불러낼 것인데 “북한이 나쁜 놈이고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무서운 놈들이니 대한민국 안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숨넘어갈 듯이 떠들어야 시청률이 오르겠는데 그럴 순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위에 쓴 것과 같은 논리를 편다면 그건 종편 시청자들이 탈북자에게 듣기를 원했던 말은 아닐 것이다.

 

  잘 모른다면서 해킹에 대해선 왜 이렇게 비판적인 글을 썼냐고 물을 수 있다. 북한이 해킹했다는 것도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내 기준에서 봤을 때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이다. 아마 내가 추정보다는 사실을 전해야 하는 기자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해킹 이슈만 나오면, 정부의 발표도, 언론의 호들갑도 이제는 어떤 스토리로 흘러갈지 너무 뻔하다. 지겹다. 해킹이 벌어지면 굳이 발표 안 해도 국민들이 안다.

 

 “또 북한 소행이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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