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불구자
아기자기
우리는
한 가지만 불구인 이들을 향해
장님
벙어리
귀머거리
절름발이
꼽추니 하고
불구자라 부르지만
어쩌면 우리는 한 가지만 빼고
나머지가 전부 없는 괴물인지도 몰라
한 가지만 너무 많이 가진 기형인지도 몰라
그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정욕에 눈먼 왕눈 괴물일지도 몰라
커다란 하마 입을 가진 허깨비인지도 몰라
코끼리 귀를 단 개미인지도 몰라
욕망의 배불뚝이 두꺼비인지도 몰라
탐욕의 커다란 혹을 단 낙타인지도 몰라
맞아, 사실은 우리가 불구자라 부르는 이들이 정상인이고
우리가 ‘거꾸로 불구자’인거야
불구자들과 거지들이 그를 둘러쌌어
그 중에 꼽추가 서서 말했어
보세요
저희도 선생님께 배워서 이제 선생님을 믿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희 민초들이 선생님을 완전히 믿게 되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저희 불구자들에게도 확신을 주어야만 하지요
여기 여러 종류의 불구자들을 모아 왔습니다
선생님께는 아주 좋은 기막힌 기회이지요
장님을 고칠 수도 있고
앉은뱅이를 걷게 할 수도 있고
저 같이 등에 혹이 붙은 꼽추에게서는 혹을 떼어 갈 수도 있지요
그렇게만 하신다면 저희 불구자들은 선생님을 확실히 믿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는 꼽추에게 이렇게 대답했지
꼽추에게서 혹을 떼어 내는 건 꼽추의 정신을 떼어 내는 거야
눈먼 사람을 앞을 보게 해 주면
땅 위에 존재하는 나쁜 것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될 거야
그래서 앞을 보게 해 준 사람을 저주하게 되겠지
또 앉은뱅이를 걷게 해 주는 거야말로 정말 몹쓸 짓이지
앉은뱅이가 걷게 되면 이제껏 갇혀 있던 그의 악덕이
천방지축 길길이 날뛰게 되니까
불구는 아무 것도 아니야
내가 세상을 돌아다녀 보니까
세상에 꽉 찬 게 불구자야
이 사람은 눈이 없고
저 사람은 귀가 없고
그 사람은 다리가 없지
혀가 없는 사람
코가 없는 사람
머리가 없는 사람도 있잖아
나는 더 비참한 걸 많이 봤어
게 중에 정말 괴물 같은 경우도 있어서 말하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지
그건 바로,
한 가지만 빼고 나머지가 좌다 없는 불구인 사람들이야
그 한 가지만 어마어마하게 커진 불구자
커다란 눈인 사람
커다란 입인 사람
커다란 배인 사람
커다란 거시기인 사람
나는 이들을 <거꾸로 병신>이라고 부르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athustra> 42:1-7, Friedrich Wilhelm Nietzs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