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원리

by southern cross posted Jan 01, 2015 Likes 0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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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창세기] 


인류 문명에서 창조에 대한 관심은 현대인들만의 것은 아닌듯 싶다. 메소포타미아의 고대인들의 창조 설화나, 성경의 창세기를 보면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창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 고대인들은 창조의 영역을 신의 영역으로 보았다. 고대인들이 창조를 신의 영역에서 다루다 보니, 스케일이 클 수 밖에 없다. 지구와 인간의 창조, 나아가 우주의 탄생까지. 이와 대조적으로 오늘날, 특별히, 한국 사회에선 좀 더 인간의 영역에서 창조의 개념을 다루려는 경향이 있다.  21세기의 인류는 현실적이어서 그런지 창조를 비즈니스 개념으로 보려한다. 속된 말로 '돈 되는 일'이다. 예술이 밥먹여 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지 창조는 예술보다는  경제와 더 잘 어울리듯 흘러가고 있다. 어쨋든, 너무나 다른게 분명하다.

 

창조를 통해 경제적 성과를 이루려는 오늘날의 인류에게 구약성경 창세기는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까? 혹시라도 신의 창조 역사에서 창조의 원리와 본질을 찾는다면, 개미(ant)는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경제에 도움이 되는 힌트는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주와 지구를 만드신 거시적 창조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아무리 미시적이라해도) 10억, 100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원리가 무엇인지 발견한다면 민초에 올라온 오늘 이 글에 귀가 솔깃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그 원리는 창조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는 히브리어 동사 '바라'는 '만들다'라고 알려져 있다. 근래,히브리어와 구약학계에서 이 단어를 전통적인 해석과는 달리 'separate' 즉, '분리하다'의 의미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이 있다. 두번째 견해가 어찌나 신선했는지, 일간지인 Telegraph에서도 이를 다루기까지 하였다. 2014년 구약학 학술지인 VT (Vetus Testamentum)에서도 이를 주장하는 Ellen Van Wolde교수의 견해와 전통적 주장이 맞서는 내용이 실렸다. 만일, '바라'동사가 '분리하다'라고 해석된다 하면, 하나님의 창조주로서의 타이틀에 흠이 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하늘과 땅을 분리하는 능력도 결국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일 아닌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이 내용을 다루기로 하고... 다시 창조의 원리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보자. 힌트는 바로 '분리'능력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바라' 동사의 새로운 해석에 기초한 아이디어이다. 창조의 범위가 축소되는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인간 수준에서 이해하기에 좀 더 수월해 보이는 창조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하늘과 땅은 분리하지 못하더라도, 인간은 뭔가를 분리하는데는 가공할 만한 능력을 축척해왔다. 돌멩이 속에 있는 금이나 다이아몬드를 떼어내기도 한다. 심지어는 물질의 최소 단위인라고 알려진 원자도 깨어 그 구성물질을 확인 하기도 하였다. 동식물로부터 미세한 영양소를 추출해 내어 영양보조제나 화장품을 만들어 팔기도한다. 창조력은 '분리력'인 셈이다. 물론 분리된 것을 어떤 원리에 의해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조합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것이다. 최소한 분리/조합만 할 줄만 알아도 창조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2.[에디톨로지]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2014년 신작 제목이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창조란 이미 존재하는 것을 바탕으로 편집되어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즉, 무가 아니라 유에서 다른 무엇이 만들어 진다는 내용이 책의 골자이다. 이런 변형 생성의 원리는 에딧팅에 달려 있기 때문에, 누가 어떤 안목을 가지고 뒤집어 보거나, 뭐가를 더하거나, 재배열하는 것이 바로 능력인 것이다. 그 능력을 잘 활용한 전형적인 예가 스티브 잡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창조적 행위를 단순히 뭔가를 뚝딱 조합해서 만들어 내는 정도로 생각해야 되는지 의문이다. 이 정도에서 얘기를 끝낸다면 그의 주장은 평범한 잡지에 할애하는 몇 페이지짜리 분량이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가 풀어헤치는 '썰'은 단행본으로 충분한 분량을 담고 있는데, 특별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그가 심리학자로서 문화의 다양한 층위를 살피는 대목이다. 어느 특정 문화에서 주목할 만한 것을 끄집어 내어, 그 배경엔 어떤 환경과 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는지 면밀히 검토한다. 그리고 어떤 문화적 산물을 두고 그 구성원들의 오랜 무의식적 경험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확인한다. 그가 일본에서 지내면서 모텔이 왜 그렇게 많은지 설명하는 대목은 코믹하면서도 그럴싸하다.

 

어느 분야에서 지금까지 무엇이 존재했었는지, 그것들의 문제와 한계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에딧팅 하였을 때 비로소 문제들이 극복되고 더 나아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창조의 첫번째 과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축적된 지식을 얼마큼 가지고 있느냐가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것만은 아니다. 컴퓨터 언어를 개발한 빌 게이츠는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선재하는 지식이 미미한 상황에서 그 기틀을 마련하였고, 비트겐슈타인은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부터 20세기 철학자들를 훓지 않고서도 언어철학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이런 천재들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은 현존하는 지식에 의존하여 창조 수련의 첫 과정에 들어간다.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익숙해 지면,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 한다. 마침내, 문제를 극복해 내면, 에티톨로지의 한 싸이클을 지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종합해보자.

인간이 그토록 창조적이고자 하는 이유가 경제라는 이유에서만은 아닐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구정보 (old information)를 바탕으로 하여 신정보(new information)를 만들기도 하면서 언어와 문화, 사회 등을 발전시켜왔다. 인간이 하는 창조,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간단히 정리하면, 첫번째는 분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두번째는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편집하고 재구성함으로 모두가 스티브잡스처럼 혁신을 이뤄내는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느덧 익숙해 져가는 [창조경제] 어려워 보이지만, 신이 보여준 원리에서 힌트를 얻어보는 어떨까.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2015년 새해에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이 모든 분들께 풍성히 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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