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는 사람 마음 죽이는 일'이라더니…"

by 배달원 posted Jan 16, 2015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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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자 돕던 심리치유사, 결국 해고

 
"'1000만 힐링'이라고 말씀하시면서, 그 안에 우리는 없었네요." 

지난해 7월 경영진으로부터 전체 직원 3분의1에 해당하는 8명의 '살생부'가 만들어졌다는 통보가 나온 뒤, 한 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해고가 돌고 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심리 치유를 돕던 심리치유 활동가가 16일 끝내 해고됐다. "해고는 그 사람의 마음을 죽이는 일"이라며 해고 노동자 치유 사업을 벌여온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회사의 계약직 심리치유 활동가인 김미성 씨는 이날부로 회사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마인드프리즘이 경영 위기를 이유로 김 씨를 포함한 계약직 직원 2명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는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대응에 나서자, '폐업'까지 거론하며 노조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람에겐 마음이 있다' 모토로 내건 마인드프리즘, 직원 '마음'은 외면하나  

마인드프리즘은 지난 2004년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박사가 설립한 심리치유 전문기업으로, 그간 쌍용차 해고자와 공권력에 의한 고문 피해자, 5.18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여기에 지난 2012년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돈이 아닌 사회 공헌을 위해 시작한 일"이라며 회사 지분 70.5%를 인수하고 '1000만 힐링 프로젝트'에 나서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엔 '내 마음 보고서'란 이름의 개인 맞춤형 심리치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6일 계약직 직원에 대한 해고 철회를 위해 1인 시위를 시작한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 조합원들이 출근길 1인 시위에 앞서 포옹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

▲16일 계약직 직원에 대한 해고 철회를 위해 1인 시위를 시작한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 조합원들이 출근길 1인 시위에 앞서 포옹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  

 
 

'사람에겐 마음이 있다'는 모토로 치유 활동을 벌여온 이 기업의 노동자들이 코너로 몰린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지난해 6월 설립자인 정혜신 대표가 세월호 유가족 치유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를 떠났고, 곧이어 7월엔 전체 직원 28명의 3분의1에 해당하는 8명을 권고 사직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이 나왔다.  

결국 직원들의 저항으로 권고 사직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끝내 8명의 직원이 희망퇴직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다.  

해가 바뀌자 회사는 다시 집단 워크숍을 담당하는 계약직 직원 2명에 대한 계약 만료를 통보했다. 모두 회사에서 스카우트한 이들로, 각종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계약 연장이 예상됐던 이들이다. (☞관련 기사 : 쌍용차 해고자 치유하던 비정규직, 해고 위기) 

노조 만들자 '폐업' 거론까지"…심리 치유사가 치유 대상자로?" 

특히 경영진은 지난해 말 이 회사 직원 9명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대응에 나서자, '폐업'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 노미선 사무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경영진이 '노조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폐업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해 직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면서 "직원 두 명의 계약 만료가 임박한 상황에서 노조가 수 차례 대화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법대로 하겠다'면서 이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회사는 김 씨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노조의 대화 요청은 거부했지만, 오는 22일로 예정된 단체교섭에는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용자가 노조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계약이 만료된 직원 2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과 노사 및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마인드프리즘 발전위원회' 구성을 제안할 예정이다. 노조는 김 씨의 계약 만료일인 이날, 회사 정문 앞에서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끝내 해고된 김미성 씨는 근무 마지막 날인 이날도 해고자 심리 치유를 위한 워크숍에서 강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지난 12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해고자들의 심리를 치유하는 사람인데 심리 치유 대상자가 됐다"면서 "해고 과정이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치유자'로 불릴 수 없을 것  같아서" 문제제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었다. 
 
          <프레시안-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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