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예수

by 김균 posted Jan 16, 2015 Likes 0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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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예수

 

교회에 가면

너도 나도 기도 제목은

내가 잘되어 남이 잘 사는 기도만 한다

 

내가 잘되면 남을 잘 살게 할까?

난 아니라고 본다

 

내 욕심의 언저리에 누구의 그림자만 보여도 난리 칠 사람들이

남을 위해 산다고?

그건 성자들이나 하는 짓이라네

 

우린 하늘과 땅의 주인이 하나님이란 것 안다

그래서 기도하면 이 산도 저리로 옮겨주시고

내 기도의 언저리에 놓인 더러운 것 지쳐버린 것들 치워주실 것 믿는다

아브라함의 하나님

다윗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내 자식의 하나님

내 손자의 하나님

끝없는 욕심의 언저리에

나를 위해 복을 빌어주지 않으면 하나님 아니란 생각이 가득 찼는데

그런 하나님 어디 계시든가?

 

창녀와 세리와 지질이도 못 사는 자들의 친구였던 그분

가난한 소년의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가 필요하셨던 그분

부풀지도 않은 빵과 식초가 다 되어 가는 포도주만 즐기셨던 그분

그러면서 부자 부럽지 않고 먹고 마셨던 그분

은도 없고 금도 없는 그분에게서 뭘 기대하는지

매일 달라고만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인간에게

그래도 내 새끼 하시는 그분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분이 내게서 떠나 봐야 그분이 중요한 분인 줄 안다

우린 그런 습성적 순간들을 매일 반복하면서

미문에 앉은 가난뱅이에게 다가가던 베드로가 된다

난 은도 없고 난 금도 없어

내게는 오직 나사렛 가난했던 그 남자 밖에는 없어

그가 네게 명하노니

 

일어나 걸으라

돈은 걸은 후에 벌어라

한 푼 두 푼 벌적마다 고마움을 느껴라

왕창 벌면 절대로 그런 것 못 느끼느니라

오늘도 그 말 되새기면서 두리번거리는데

한 푼도 보이지 않는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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