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 빨갱이 한 마리

by 걱정원 posted Jan 17, 2015 Likes 0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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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부부라구요? “두 아이 엄마와 아내를 돌려주세요

[인터뷰] 구속수감 황선씨 남편 윤기진영장 내용 비판, 종북몰이 희생양

입력 : 2015-01-16 17:14:45 노출 : 2015.01.17 10:35:39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두 아이의 엄마가 옥에 갇히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아내를 돌려달라며 청와대 앞에 서는 일 뿐이었다. 통일콘서트에서 한 발언이 북한을 옹호했다며 보수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고 끝내 구속수감된 황선씨. 그리고 그의 남편 윤기진씨 이야기다.

 

종합편성채널은 그들에게 '종북부부'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과거 이들 부부는 통일운동을 벌이면서 숱하게 국가보안법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통일콘서트 논란은 다른 어떤 사건보다 상상 이상의 '광풍'으로 되돌아왔다. 황씨는 폭탄 테러까지 당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황씨를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았다. 폭탄테러를 한 오모군이 '영웅'이 되는 기막힌 현실을 봐야 했다. 콘서트에서 '북한은 지상낙원'이라고 한 발언이 없다고 확인됐지만 수사 당국은 과거 황씨의 행적을 끄집어내 끝내 구속시켰다.

 

윤씨와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아이의 일상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난 뒤 서대문 경찰서 유치장으로 아내와 아이 엄마를 보러가는 일이 됐다.

 

윤기진씨는 1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가장 힘든 일이 아이들에게 왜 엄마가 옥에 갇혔는지 설명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을 때 윤씨와 변호인은 구속수감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구속영장에 적시된 내용이 사실관계가 다른 과거 활동 내용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콘서트에서 북한 옹호 발언은 황씨가 한 말도 아니었을 뿐더러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황선 씨 남편 윤기진 씨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영장에 따르면 북한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을 콘서트장에서 부른 것은 북한의 결사 관철 정신을 선전한 것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미 해당 노래는 2007년 북한과 저작권 협의를 거쳐 음반으로 발매되고 대중가수가 TV에서 부른 노래로 확인됐다. 윤씨는 이 노래를 콘서트에서 부른 것도 신은미씨인데 영장에는 여기에 아내가 동조해 죄가 된다고 나와 있다. 노래를 부른 신씨는 기소도 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밖에 북한 노동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맥주를 먹을 수 있다등의 발언은 북한에서 불가능한 일이라며 북한을 옹호한 내용이라고 검찰은 영장에서 밝혔다. 하지만 신씨가 북한을 다녀와서 쓴 책에는 일상생활을 찍은 사진에 고스란히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내외신 뉴스를 보면 북한에 휴대전화 300만대가 보급돼 있다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장의 90%는 황씨의 과거 행적이 차지했다. 검찰은 황씨 자택에서 황씨의 일기장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일기장은 황씨가 지난 1998년에 쓴 내용이다. 윤씨는 일기장을 법정에 내놓고 수사를 하거나 재판을 한 사례가 있느냐. 법리적으로 성립이 안된다. 17년 전에 쓴 건데 다른 문서라고 해도 길어야 공소시효가 7년이다. 일기장으로 처벌을 한다고 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어떻게 볼지 상상 만해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일기장을 증거물로 압수해놓고 영장에는 이를 적시하지 않았다.

 

대신 검찰은 황씨가 지난 2005년 아리랑 공연을 보러 방북했을 때 대동강변에 만발한 꽃이 곱고 고와라라고 쓴 자작시에 대해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찬양 미화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제주 4. 3 항쟁을 추모하는 시에 대해서는 공산 무장 폭도들이 일으킨 폭동사태를 추모하는 것은 이적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한 황씨가 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비판하는 시에 대해서도 국회를 부정하는 내용으로 북의 주장에 동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검찰이 황씨의 혐의로 주요하게 내세운 과거 이적단체 활동도 구속 시킬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황씨가 실천연대에서 중책 간부를 맡아 행사를 통해 북에 이로운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기진씨는 실천연대 이적단체 구성 사건은 8년 전의 사건으로 당시 수사기관 주장대로라면 단체 결성을 주도했던 수십 명은 모두 재판을 받아 대법원 판결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받았다면서 관련자들 중에서 구속수감돼 수사를 받은 사람도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실천연대 사건으로 8년 동안 아내의 활동이 미약해서 기소하지도 않았는데 이제 와 놓고 중책 간부라며 과거 사건과 형평성에 어긋나게 구속수감시킨 것은 검찰 스스로 모순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황선씨 남편 윤기진씨

검찰은 황씨의 수기가 포함된 북한 출판물을 두고 이적표현물 및 제작 혐의라고 했지만 황씨가 출판에 개입한 흔적도 찾기 어렵다. 황씨는 지난 1998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됐을 때 옥에서 수기를 썼고 책으로 나왔는데 자신도 모르게 북에서도 일부 글을 가져다가 출판을 했다는 것이다.

 

황씨의 영장에는 과거 무죄를 받은 남편 윤씨의 검찰 증거 목록도 적시돼 있다. 윤씨는 과거 자신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당시 검찰이 제출한 증거 목록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황씨가 소지한 물품인 것처럼 영장에 나와 있다는 것이다. 윤씨는 검찰에서 제출해 이미 무죄를 받았던 내용을 가지고 압수수색해서 나온 물건이라고 무턱대고 아내의 영장에 포함시켜버렸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하지만 황씨에 그치지 않고 종북부부남편 윤씨에 대해서도 타깃을 맞추고 있다. 윤씨는 15일 수사당국으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윤씨와 황씨 부부가 재미교포 신은미씨를 꼬드겨 공동으로 기획해 통일콘서트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씨는 콘서트와 관련된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범죄 혐의 자체도 없는데 이를 전제로 조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느냐면서 콘서트 개최단체도 6. 15 서울지역본부 남측위원회와 대한불교 청년회인데 저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윤씨는 아내의 구속수감 사태를 종편의 소동으로 시작된 종북몰이 결과로 보고 있다. 콘서트에서 하지 않았던 북한의 지상낙원이라는 발언도 TV조선이 가장 먼저 보도했다. 가족들이 알기도 전에 종편을 통해 피의 사실이 보도되는 일도 다반사였다. 심지어 아내가 검찰에 출두할 때 검찰 직원만 드나들 수 있는 곳에 종편 카메라가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윤씨는 불법인 피의 사실 공표를 나서서 하는 종편의 모습을 보고 언론사라기 보다는 똑같은 공안 당국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아내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북한 지상 낙원'이라고 보도한 TV조선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한 프로그램 패널 및 제작자를 고소했다. 윤씨는 모니터링를 통해 약 200건의 보도 내용과 발언을 취합했고 2차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 윤씨는 언론 보도에 대해 강경 대응 하겠다면서도 솔직히 종편이 이제 무서울 정도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윤씨는 종북세력이라는 비난보다 더 힘든 일은 아이들에게 엄마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윤씨는 엄마가 쓴 일기장이라든지 북한에 가서 꽃이 이쁘다라고 쓴 시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감옥에 갔다라고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가 없고 아이들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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