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가능하면 주말마다 주변의 새로운 산책로나 등산로를 찾아다닌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 이기도하고 겸해서 사진도 찍는다.
내가 사는 이곳 California 중부의 지역은 넓은 분지로 사방 지평선에 산이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 평야지역이다. 그래서 산과 개울이 있는 좋은 등산로를 찾아 가려면 한 두 시간은 차로 가야한다.
건강 또한 옛날같이 좋지 않아 오르막 경사가 심한 난이도의 Trail은 피해서 비교적 쉬운 코스를 찾아다닌다. 얼마 전에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좋은 곳을 발견했다. Lake Tahoe에서 약 60mile 서쪽에 위치한 Jenkinson Lake이다. 둘레가 약 9mile의 작은 호수인데 Trail course로 걸으면 약 5-6시간이 소요는 대체적으로 쉬운 코스이다.
호수 주변의 산에는 주로 Red wood와 Pine tree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건너편 Lake의 물 유입구에는 작은 폭포도 있다. 봄과 이른 여름에는 수량이 많아 호수에 물도 많고 폭포도 멋지게 장관을 이루지만 대신 더워서 쉬 지치고 모기나 벌레들이 많다. 늦가을에 갔는데 호수의 물이 많이 줄어 있었고 폭포의 수량이 적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모기가 없고 쾌적해서 오히려 걷기에는 최적의 코스였다. 거기에 더해 마침 가을 단풍이 노랗고 붉게 물들어 가을 정취를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보통 짧은 한 두 시간의 등산로는 그냥 맨몸으로 가지만 반나절이상 걸리는 trail은 작은 배낭에 물과 음식 그리고 비상약을 가져간다. 오랜만에 배낭을 메고 오르려니 얼마 오르지 않아 등에 땀이 나고 숨이 가파져서 배낭이 짐이 된다. 간단히 가볍게 넣지 무엇을 이렇게 많이 넣었는지 괜히 배낭을 가져왔나 싶다. 힘들어하는 것을 눈치 챈 아내가 한사코 배낭을 대신 메고 가겠다한다.
몇 년 전에 심장 수술을 한 뒤로부터 무거운 것은 절대 들지 못하게 하고 무엇이든지 자기가 들고 간다. 그래서 마켓이나 상점에 갔을 때 다른 이들의 눈총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아내에게 무거운 것을 들게 하는 무례한 남자라고 흉을 볼 거라고 달라 해도 막무가내이다. 남편 체면은 생각 못해주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고집쟁이 나쁜여자다.^^
배낭을 대신 진 아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쉬어가자며 땀을 식힌다. 그렇게 번갈아 가며 배낭을 메고 오르다 보니 어느새 호수 건너편에 있다던 폭포가 갑자기 나타난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땀을 식히니 허기가 느껴진다.
시원한 폭포 밑에 마주 앉아 아내가 준비한 김밥과 샌드위치 그리고 과일 조각들과 차를 마시니 여기가 에덴동산이다. 좀 힘들고 귀찮았지만 배낭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이 아름다운 에덴동산에서 즐기지 못하고 배고픔을 원망하며 선악과를 찾아 헤매는 유혹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배낭에 담긴 짐은 자신이기도하고 배우자나 부모 자녀들 또는 이웃이나 감당해야할 일들이다. 때로는 무겁고 귀찮지만 인생의 등반길을 성공리에 마치기 위해서는 꼭 지고가야 그 기쁨의 열매를 맛볼 수 있다. 고난의 짐이 걱정된다고 걱정만하고 앉아만 있거나 벗어 버리고 가면 고난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큰 고난에 직면할 것이다.
네팔의 속담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맞는 말이다.
네팔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들이 많아 등산가들이 많이 몰려온다. 그래서 많은 네팔인들은 등산객들의 무거운 짐을 지고 수 천 미터의 산을 오르는 포터 일을 생업으로 하며 살아간다.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지 않으면 수입이 없어진다. 그들에게 무거운 짐은 피하고 싶은 힘든 짐인 동시에, 오히려 피하지 않고 가능한 많은 짐을 지고 끝까지 올라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수입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에게 짐은 항상 필요한 것이고, 걱정을 한다고 짐이 가벼워지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끝까지 무거운 짐을 지고 나를 수 있는 체력과 인내심이다. 여기서 얻은 교훈이 바로 이 속담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일 것이다.
우리들의 인생의 길도 마찬가지 아닌가? 짐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나보다 형편이 좋은 사람은 걱정 없이 살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사람 또한 마찬가지 생각과 걱정이 있다.
친구한테 온 글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마다 힘든 짐을 감당하다가 저 세상으로 간다. 생각해 보면 어느 한 때 시리고 아픈 가슴 없이 살아본 적이 있었나 싶다. 기쁨과 즐거움의 햇살이 비치는가 하면 어느 한 쪽 슬픔과 아픔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인생 자체가 짐이다.
가난도 짐이고, 부유도 짐이다.
질병도 짐이고, 건강도 짐이다.
책임도 짐이고, 권세도 짐이다.
헤어짐도 짐이고, 만남도 짐이다.
미움도 짐이고, 사랑도 짐이다.
살면서 부닥치는 일 중에서 짐 아닌 게 하나도 없다.
이럴 바엔 기꺼이 짐을 짊어져라. 다리가 휘청거리고 숨이 가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짐이라면 지는 게 현명하다. 언젠가 짐을 풀 때가 되면 짐의 무게만큼 보람과 행복을 얻게 된다.
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은 강을 건널 때 큰 돌덩이를 진다고 한다. 급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다. 무거운 짐이 자신을 살린다는 것을 깨우친 것이다. 헛바퀴가 도는 차에는 일부러 짐을 싣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짐이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손쉽게 들거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면 그건 짐이 아니다. 짐을 한 번 져 보라. 자연스럽게 걸음걸이가 조심스러워진다. 절로 고개가 수그러지고 허리가 굽어진다. 자꾸 시선이 아래로 향한다.
그러고 보면 내 등의 짐은 내 자신에게 선물이고 스승이고 조련사이다.“ -이경규
그리 생각하면 오늘의 고난의 짐을 감사히 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아는 것이 우리가 어떠한 경우를 당하든지 ‘항상 감사하고 범사에 기뻐’할 수 있는 비결 아닐까.
내 등의 짐을 억지로 벗겨달라고 철없는 아이들 떼쓰듯이 하는 기도만 하지 말고, 인생의 강을 건널 때 까지 자신의 짐을 잘 메고 건널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자!
이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진정 잘 사는 법이고 잘 죽는 법이리라!
다음번에는 좀 더 무거워도 내가 잘 지고 갈 수 있겠는데 또 고집을 부리면 어쩌지?^^
짐에대한 긍정적인 글과 사진.
짐을 지고 가면서 나눈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
눈에 시원하고 또 마음에도 시원한 바람입니다.
감사드리며...
우리함께 민초의 무거운 눈망울들도
짊어지고 가는 둥산객이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