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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3 06:53

중동 혁명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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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자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 세계사가 다시 쓰이고 있다는 느낌은 분명하게 든다. 수십년간 중동 민중을 억압해온, 최근까지만 해도 공고해 보였던 독재들은 이제 하나둘씩 무너지거나 크게 흔들린다. 산불처럼 퍼지는 이 동시다발적이고 연속적인 민중봉기를 무엇이 촉발했으며, 그 본질은 무엇인가? 빈곤에 대한 절망인가, 아니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인가?


만성적 빈곤에 대한 절망에서 우러나오는 저항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이번 혁명들이 가장 치열하게 일어나는 나라들 중에는 전형적 “빈국”이 전혀 아닌 곳들도 있다. 예컨대 이 순간에 전투를 방불케 하는 봉기가 일어나고 있는 리비아의 경우에는 1인당 명목 국민총생산이 약 9000달러 정도 된다. 이는 폴란드나 칠레와 같은 수준이다. 혁명의 또하나의 중심인 바레인은 1인당 명목 국민총생산이 아예 약 1만9000달러, 즉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혁명이 일어난 나라들 중에는 이집트처럼 빈곤율이 40%에 이르는 곳들도 있지만, 혁명 가담자들은 꼭 빈민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현지 기준으로 봤을 때는 빈민이라고 할 수 없는 20∼30대 고학력 직장인들의 열성적 참여가 눈에 띄었다. 세계적 흉작과 러시아로부터의 값싼 곡물 수입 중단 등이 중동의 빵값을 폭등시켜 혁명을 촉발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중동 혁명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식량 가격 상승은 중동뿐만 아니라 남미부터 동유럽까지 준주변부 지역들을 다 강타했는데, 왜 하필이면 중동부터 민중봉기가 일어나게 됐는가?


“경제”도 봉기를 촉발하는 데 한몫을 했지만, 일차적으로 민중의 분노는 공공성이라곤 한 치도 없는 정권을 향한 것이었다. 물론 중동 정권들의 비민주성부터 문제가 됐지만, 민중들이 “민주주의 박탈”에만 화난 것도 결코 아니었다. 분노의 표적이 된 무바라크 정권 같으면 그 비민주적 탄생보다도 극소수만을 살찌우고 다수를 소외시키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민중의 분노를 자아냈다.


지난 6년간 이집트가 (주로 투기자금으로 구성된) 약 400억달러 정도의 외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외국 투자자들이 배당금을 챙겨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얼마든지 “먹튀”를 해도 무방한 구조 속에서는 외국자본과 극소수 국내 재벌·관벌들이 부유해질수록 민중의 박탈감은 커져갔다. 정권은 선거를 통해서 탄생했든 아니든 국내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나 복지정책이 거의 없는 가운데 국내외 자본의 이익만 챙겨주면 결국 혁명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한국은 어떤가? 우리에게 제도적 민주주의는 비록 있지만, 과연 공공성이 강한 국가라 고 말할 수 있는가? 비록 1인당 명목 국민총생산은 이집트보다 약 9배나 높지만, 국민총생산에서 국가지출의 비중은 한국이나 이집트나 똑같이 매우 낮은 33%에 불과하다. 즉 한국은 이집트만큼이나 소수 부유층에게 제대로 세금을 거두지도 못하고, 그 세금을 복지를 통해서 재분배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이집트나 튀니지처럼 영세업자들이 한국에서도 줄도산하고 있다. 북아프리카의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챙겨주고 보살필 아무런 복지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보수주의자들이 북한이나 중국에서 중동과 같은 형태의 혁명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눈치지만, 한국 지배자에게는 오늘날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같은 복지망 확충에 대한 열성도 보이지 않는다. 또 한편으로는 북한과 같은 강력한 반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다수 주민들을 결합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이야말로 노후가 불안한 정규직,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부터 비정규직조차 되기 어려운 청년들까지 노동자와 영세민들이 “자유무역”의 망상을 버리고 복지망을 튼튼히 만들 “공공성이 강한 국가” 건설을 큰 소리로 요구해야 할 때인지 모른다.


<한겨레>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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