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love me? 계속되는 이야기

by fallbaram posted Feb 05, 2015 Likes 0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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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모님은

미술선생과 음악선생이 육이오가 시작되기전 어수선한 시절에

삼척여고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만나 아들셋을 낳고 가정을 이루고 살았지만

금이야 옥이야 아이들을 길렀다기 보다는 언제나 모성애 하나만으로 버텨온 가족이었고

방안가득 부부애가 넘실거리는 애틋한 가정이기 보다는 무능한 아버지의 생활력에

몸서리 치는 어머니가 시도 때도 없이 날려대는 성량이 풍부한 소프라노 바가지 소리로

음악을 대신하며 살아온 가정 분위기 때문에 나는 일찌감치 결혼이라는 중요한

인생의 숙제를 제껴놓고 은근하게 접근하는 파랑새도

저돌적으로 달려오는 노랑새도

안중에 없이 언제나 비껴가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던것 같다.


미국의 산길에서 항시 숲을 향하여 도망갈 자세를 취하고 풀을 뜯는 산토끼들처럼

나도 젊은 시절에 어쩌다 얄궂은(?) 사정으로 여친을 사귀게 되면 언제나 도망갈 자세를 취하고 

(떠날것을 예상하고) 사귀게 되고 사실 그렇게 달아난 전과도 한두번은 아니었다.


각설하고

친구들 중에서 가장 늦게 결혼을 하게 되었지만

아내는 뻣뻣하기만 하던 경상도 울 어머니 같지않고 너무나 살갑게 대해주는

서울 여자였고 그런 그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쩔줄 몰라하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 보다 덩치도 크시고 아버지 보다 담력도 크시던 울 어머니는

언제나 아버지의 그늘에 살지않고 독립적인 분이셨는데 아내는 무슨 해바라기

한송이처럼 날 바라보고 살아가는 파랑새였고 결혼후 몇년의 세월이 흐른후에는

나도 그런 분위기에 익숙해 지게 되었다.


열녀비를 새겨줄만큼의 대단한 헌신은 아니라도 내 마음에는 벌써 참 좋은 여자구나 라는

생각의 비석이 세워지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문제로 충돌하는 것들을

제외하면 우린 실로 행복한 삶을 살았다는 마지막 비문의 한줄 끝맺음도 이미 준비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참 아름다운 소풍 그리고 그 소풍에 함께한 아름다운 친구!.


그렇게 살다보니 성경에는 하와가 아담의 갈빗대에서 나왔고 

아담이 그 여자를 보고 " 내 뼈중의 뼈 그리고 살중의 살" 이라고 선언하듯이

우리도  그리스도의 갈빗대에서 나왔고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 내 뼈중의 뼈요 살중의살" 이라고 하시는듯 하고

세상이 좋아서 세상과 열애를 하는 우리에게 찾아와 내 가슴 (뼈와 살)으로 돌아오라는

편지를 쓰셨다. 피와 살이 묻어있는 두번째의 편지. 그 편지는 교회의 건물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니다. 목걸이에 달랑거리고 있어야 할것도 아니다. 내 가슴에 있어야 한다.


따뜻하고 헌신적인 아내로 인해서 행복한 내 삶이 이제는 반대로 내가 신부가 되어

목숨을 받쳐 사랑한 남편 때문에 행복해지는 일만 남아있다.


지금은 아니라도 젊은 시절에 아내는 자주 내게 물어 보았다.

"Do you love me?"


전에는 아니라도 지금의 내 남편되시는 분은 자주 자주 내게 묻는다.

"Do you love me?"


그래서 교회에 가면 모든 교우들이 다시 이렇게 묻는듯하다.

"Do you love me?" 


모두가 내게 소리지른다.

Do you love me? 라고...


진리 진리 할수록 더 고독해지는 이 교회에 사랑 한조각 먹고 마시면서

그것 하나 때문에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날을 오늘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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