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성 관련 가치관 왜곡에 맞서야"…전통 입장 고수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필리핀 고위 관리들에게 부패를 거부하고 '추한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적 불의를 없애는데 힘써 달라고 호소했다.

교황은 필리핀 방문 이틀째인 이날 마닐라 대통령궁을 방문,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등 필리핀 지도부, 외교관들과 만나 이같이 호소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필리핀을 짓눌러온 부패를 거부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추한 사회적 불평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교황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려면 필리핀 사회의 지도부와 다른 구성원들이 부패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빈곤을 종식하기 위한 사회구조 개혁을 이루려면 진심 어린 회개가 필요하면서 성경은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추한 사회적 불평등을 일으키는 불의의 속박을 끊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교황은 아울러 필리핀은 다른 많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더불어 하느님이 부여한 인간 존엄성과 권리를 존중하는 현대사회를 이루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치 지도자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 바로 지금 정직과 성실, 공동의 선을 향한 결심에서 남다른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앞서 자신의 필리핀 방문 목적 가운데 하나가 지난 2013년 초대형 태풍 당시의 이재민들을 만나려는 것이라며 고통과 상실감을 겪는 형제 자매들에게 특별한 형태로 다가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17일 태풍 하이옌으로 약 7천350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한 중부 레이테 주의 주도 타클로반을 방문, 이재민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의 잇단 개혁 행보에도 가족과 결혼 등의 전통적 가치에 대해서는 가톨릭 교회의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황은 이날 마닐라성당에서 가톨릭 성직자와 수녀들을 대상으로 행한 강론에서 성과 결혼, 가족에 대한 혼란스런 가치관으로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세력에 맞서라고 당부했다.

그는 그러면서 성직자들이 나서 부패한 사회에서 가치관의 혼돈을 겪거나 실의에 빠진 청소년들을 바른 길로 안내하라고 주문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필리핀은 현재 바티칸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이혼이 불법화된 유일한 국가로 낙태와 동성결혼도 금지하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권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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