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삐뚤어진 언론관이 문제가 되면서 총리 인준 여부에 빨간불이 켜졌다.


11일 2일차 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되면 여야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합의가 불발될시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을 본회의에 붙이는 문제를 놓고 여야의 줄다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회를 마친 후 3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야당은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채택 동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의장은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는 인사청문회법 조항에 따라 표결로 가는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다.


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은 제적인원 과반수 이상 참석자 중 절반이 넘는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면 통과하고 절반을 넘지 못하면 부결된다. 11일 기준 국회의원 의석수 분포를 보면 새누리당 158석, 새정치민주연합 130석, 정의당 5석, 무소속 2석이다. 


전체 국회의원(295석)이 본회의에 참석한다는 전제 하에 과반수는 147석이 되는데 무소속을 제외한 야당 의원수 135석에 더해 12석 이상이 반대표를 던지면 임명동의안은 부결된다. 다시 말해 새누리당 안에서 12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면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낙마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문회 이후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의원총회를 개최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포함해 인준 투표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새 수장을 맡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1일 "두번에 걸친 낙마가 있었고 세번째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됐음을 밝힌다"고 말한 것은 의원들을 결집시켜 사실상 인준 반대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인 동시에 정국 해법을 제시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하지만 워낙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탓에 인준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 지지층으로부터 강한 역풍이 일 수 있다. 반대로 인준을 거부하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또다른 역풍도 불 수 있다는 점에서 인사청문결과보고서 채택부터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직자로서 선거도 치루고 검증도 됐다고 봤는데 도덕적 흠결 자체가 명백하기 때문에 여론이 너무 싸늘하다"며 "야당 입장에서는 청와대가 기본적인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고 후보를 내놨다는 문제의식이 크다. 표결 절차에 들어가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이 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놓고 깊은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부터 여야의 줄다리기 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보고서 채택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쪽으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끝까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촉구하고 야당이 반발해 표결 절차에 들어가면 강력한 표단속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자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보고서 채택 단계부터 의원들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면 새누리당 지도부도 마냥 찬성표를 던지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칫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면 김무성-유승민 체제의 리더십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에서 지적한대로 이 후보자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 후보자가 인준이 되도 문제이고 안되도 문제인데 정무적 판단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 의원은 "정부 1년차 총리이거나 총선 전이었을 경우 이 후보자의 인준이 안된다고 결론이 났을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 임기 중반이고 정부의 공신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인준이 되면 총리로써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인준이 안되면 국정공백에 대한 후유증이 클지 등 어느 쪽이 국정전반의 낭비가 심한지를 놓고 의원들도 고민을 하고 있다. 내일 오전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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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이완구 후보가 청문위원들을 기다리며 눈을 감고 앉아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반면, 청문회 검증 절차가 지나가면 정부의 국정수행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인숙 의원은 "무조건 돼야 한다. 이런 식이면 대한민국에 공자 맹자를 데려와도 국무총리를 할 사람이 없다"며 "부정적 기류라고 하는데 언론에서 하고 있다.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영 의원도 "청문회와 별개로 총리 자리는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인데 능력 자체가 중요하고 여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한 정책 협의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후보자가 적임자로 선정됐다고 본다"며 "역대 총리 인준을 보면 사사로운 도덕적인 문제는 청문 자체로 종결이 되고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에서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완구 총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구 총리가 자진사퇴하는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총리 사퇴 결정은 향후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는 만큼 당청의 조율아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자 개인으로 보더라도 자진사퇴를 하게 되면 사실상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고 직무 수행에 의구심이 일 수 있지만 일단 인준을 받고 태풍을 피하자는 생각이 강할 수 있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이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고 동의인준 절차를 하겠다고 고수하고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면 새누리당 차원에서 일부 이탈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 대표는 "인준이 거부돼 버리면 청와대로서는 지지율 하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고 엎친데 덮친격이 돼버린다. 새누리당도 청와대와 공멸할 수 있다는 상당한 위기감이 작용할 것이다. 이탈표가 상당수 나오면 청와대와 당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보수 쪽에서 위기 상황에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 후보자를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