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에 가장 기쁜 계약!

by 배달원 posted Feb 16, 2015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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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은

내 이름으로 된 첫 집을 가질 때의 계약이 제일 기뻤습니다.

 

그 후로도

사무실을 얻기 위해, 혹은 집을 얻기 위해

집을 세 주기 위해 등등의

수많은 계약을 해왔지만

내 명의의 집을 가질 때만큼 기쁜 계약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제 집에 들어오는 새로운 월세입자와의 계약이 무척 기쁩니다.

제 명의의 첫 집을 샀을 때의 계약보다도 더 .......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당겨 쓴 돈이 크다보니

전세는 어림도 없고 해서 당연히 월세로만 세입자를 구하고 있었는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월세입자가

무려 10개월이나 월세를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운영하던 식당이 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월세를 내지 못하더군요.

한두 달 밀리기 시작할 때는 내용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한 번에 해결을 해주겠지 하는 심정으로 기다린 것이

예상했던 돈의 수급 차질로 인해

작년 추석에는 돈이 없어 부모님을 찾아뵙지도 못하는 불상사로 이어졌고

얼마 전까지도 속을 썩게 되었던 것입니다.

 

'월세 2개월 이상 연체시에는 계약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부동산계약서상에 명시되어 있기에

계약해지를 주장하고 내보낼 수도 있었고

그걸 거부해도 명도소송을 통해 쫓아낼 수도 있었지요.

그러나 법?

‘마음이 먼저 모질어지지 않는다면,

머리속에 있는 법을 끄집어 내 실전에 사용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얼마나 어려우면 월세도 못 내고 있을까?’ 라는 생각과

'내가 쫓아내면 당장 저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그리고

‘내가 버틸 수 있다면 나중에 보증금에서 제하고 주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야박하게 굴기 싫어 계속 기다려줬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얼마 남지도 않은 보증금, 그 보증금을 다 까먹을 때까지 버티다가

돈이 없어 이사를 못한다고 버티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걱정으로 마음이 점점 타들어 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사를 가기로 결정을 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구했다고 연락을 해주더군요.

 

형편이 풀렸는지, 아니면 집을 아주 작게 얻어서 이사를 가려는지

아픈 곳을 찌르는 것만 같아 물어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속으로 ‘지금이라도 참 다행이다.’ 싶기만 했습니다.

 

 

 월세를 받지 못하던 10개월의 불안감이 일순간에 해소되고

그 과정의 끝에서 만난 행복감. 당연한 얘기지만

행복은 어쩌면 근심의 구름을 걷어낼 때 드러나는 햇빛 같은 건지도 모릅니다.

 

근심이 없었다면 이런 행복감이 없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해서 도리어

그동안 드리웠던 구름의 시간까지도 고마워지는 느낌 이었습니다.


                      <아골 펌-프른 소금밭 님>



 

 

 

 

그런데 내 집에 세를 들어왔다가

잘 안 되어 막바지에 내몰려서 나가는 것 같은 세입자를 보니

공연히 미안한 기분도 들고 그러네요.

아무튼 다른 곳에 가서는 ..... 꼭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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