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Lent)

by 김주영 posted Feb 22, 2015 Likes 0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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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톨릭 전통이라서

특히 우리 안식일교회에게는 매우 생소한 것이지만

요즘 열린 정보소통과 퓨전신앙 분위기 때문에

많은 개신교회에서도 복고풍으로 사순절 개념을 도입하여 

영적 훈련  (Spiritual discipline) 을 위해 쓰고 있다. 


부활절주일까지 40일 동안 삼가는 것이다. 

전통적으로는 이 기간 동안은 육식을 안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으나

요즘의 교인들은

자신이 무엇을 삼가는 것이 좋을지 스스로 맞춤형의 '금식'을 하고 있다. 


요즘 교인들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단 음식 군것질을 하지 않는다,  컴퓨터 게임이나 페이스 북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다.


아마 미국의 한국인 교인들에게는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는 것도 

매우 유용하고 도전적인 훈련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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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직원들 중심으로 

이 사십일 동안 Negativity fast 를 하고 있다. 

부정적인 말, 생각, 태도 안하기. 


나와 남에 대한 평가절하적 사고, 

사물과 상황에 대한 포기,  

패배주의적 사고,

근심, 

걱정, 

비방,

피해의식 (victim mentality)

무엇보다도 까십!


이런거 안하기다. 

나는 할 수 없어, 저 사람은 밤낮 저모양이야 바뀌지 않을 거야, 해도 소용 없어

지금까지 이랬는데 무슨 변화화 발전?

이런 생각들 버리기. 


이것은 상황에 대한 포기나 부정의에 대한 순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바꾸는 힘이 부정의 에너지보다는 

모든 것에 Yes 가 되시고 

아멘이신 하나님께로서 나온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습관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의 습관이다. 

이 습관을 바꾸는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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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닷새째다. 


금식을 해 보면 우리가 음식에 얼마나 강력히 의존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알듯이

Negativity fast 를 해 보니까

그동안 늘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던 나의 많은 사고방식이

얼마나 부정적인지 알게 되었다. 

음식을 금식하는 것 만큼이나

생각을 훈련하는 것이 

정말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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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지난 목요일 벌써 무너질 뻔 했다. 


일주일중 '목요일은 제일 힘든날' 이라는 것이 나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날도 그런 것 같았다. 

오후에 예약 안한 환자들이 무턱대고 들어오고

오는 사람 마다 힘든, 대책 없는 문제들, 

정신적인 문제를 몸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의 문제를 의사와 의료제도 탓으로 돌리는 사람,

자해를 하고 팔을 긋고 왜 자신이 그러는지 개념이 없는 여자애..


뚜껑이 열리려고 했다.  

정신이 피곤하면 화가 나고 

마음 문이 닫히고

환자들에게 냉정해지고 가혹해진다 :)


이래서는 안되겠다 생각하여

내 방에서 잠시 기도했다. 

Negativity 모드로 돌아가지 않게 해 주소서


그러고 나서 마지막에서 두번째 환자를 보았다. 

한달 전에 신앙으로 권면했던 젊은이였다. 


그런데 이 친구가 

그 이후 삶의 태도가 바뀌고

인터넷에서 설교를 매일 듣고

자신의 identity 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살려 줘서 고맙다고 했다. 


은혜다

자칫  Negativity 의 익숙한 옛 길로 빠질 뻔 했는데

소생하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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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 회개다. 


"마음을 새롭게 하여 변화되시오"

Renew your mind and be transformed


라고  사도가 말씀했다. 


교인들이 이런 영적 훈련을 하면서

서로 간증하고 용기주고 함께 성장하는 것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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