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남자
아내-가을바람
어머니도 아니고 누나도 아닌
어머니와 누나 사이의 촌수쯤 되는 여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
(이성간의 우정?)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여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게 낳아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여자는
이 여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일터로 향한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여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여자
때로는
적과의 동침이라는 영화제목이
생각나게 하는 여자
***같은 병실 과 같은 의사(주치의)라는 또 기막힌
인연도 강조 하시지만 그 또한 아름다움의
영역안에서 잘 승화되고 이상의 시처럼
더 아름다워지기를
부디 선배님께 간하여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