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by 무실 posted Feb 27, 2015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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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이기철 (1943~ )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다
세상 안쪽이 다 만져지는 시를 쓰고 싶다

가보지 않은 마을에도 금잔화는 피고
안 보이는 길 끝에도 어제까지 없던 집이 새로 지어진다

사랑한다는 말은 사람의 말이지 풀들의 말이 아니다
말없이도 사랑하는 것이 세상에는 있다
미리 가난을 준비해 둔 풀잎이 저리도 행복해 보이는 것은
그들이 불행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나무에서 열매 떨어지는 소리는
어떤 악기로도 흉내 낼 수 없다
그 소리에 지구가 정숙해진다

계원필경집 첫 줄은 무슨 말로 시작되는가
화엄경소 제사십회향품 첫 글자는 무슨 글자인가
생각의 강물이 출렁거리는 동안
정림사지 오층석탑에는 어제 없던 이끼가 하나 더 낀다

첫 줄이 아름다운 시를 써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봄은 한 해의 첫 행, 아침은 하루의 첫 줄이라고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세상에 없다고
난생 처음 시를 읽는 사람
이 세상에 시라는 것이 있음을 처음 안 사람
그 한 사람만이 읽어도 좋을 시를

나는 생애에 꼭 한 편만이라도
첫 줄이 아름다운 말로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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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y는 얼마 전 4번째 아기를 보았다. 요즘 사람 같지 않다.

직장 생활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의 믿음이 놀랍다.

그 아이들이 교회를 나오면 나는 그 아이들을 보며 희망을 품고 이내 기도를 하게 된다.

첫 아이는 벌써 바이올린으로 찬미가를 훌륭히 연주한다.

세상은 이래서 살맛이 난다. 저 아이들이 신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나에게도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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