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안젤라 posted Mar 01, 2015 Likes 0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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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집 <밥>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만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외로워서 먹는 밥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돌아서면 도로 허기집니다. 
권태로워서 자는 잠은 아무리 많이 자도 잠이 잠을 부릅니다. 
슬픔에 겨워 우는 울음은 아무리 많이 울어도 울음이 샘솟곤 합니다. 
궁지에 몰린 마음들이 소화되지 못한 채 되풀이로 배설되기 때문이죠. 
그러니 차라리 밥처럼 꼭꼭 씹으라는 군요.꼭꼭 씹어 소화시킨 외로움이나 권태나 슬픔은 
더 이상 외로움이나 권태나 슬픔이 아닙니다. 
잘씹어 소화시킨 밥이 더 이상 밥이 아니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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