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전용기 회항사태는 MB의 ‘자업자득’

by 가야금 posted Mar 14, 2011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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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차분하게 읽어보실 인내심이 있으시다면, 당신은 지성인입니다.^^

 

대통령전용기 회항사태는 MB의 ‘자업자득’

학생운동 출신으로 시민단체 간사, 미디어 전문기자, 기업간부를 거쳐 2002년부터 노무현대통령후보 언론보좌역을 시작으로 노 대통령을 모셨습니다. 대선 후 대통령직 인수위 공보비서를 지내고, 청와대 국내언론 선임행정관, 국내언론비서관을 거쳐 홍보수석실 선임비서관인 홍보기획비서관을 3년 반 동안 지냈습니다. 퇴임한 노무현 대통령을 서거 전까지 봉하에서 모시다, 서거 후엔 봉하전례위 실무총괄팀장으로 국민장과 안장식을 준비했습니다. <노무현재단> 설립준비위 사무국장으로 재단설립 작업을 한 후 <노무현재단> 초대 사무처장을 지냈습니다. 현재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을 맡고 있고, 1인 미디어인 <양정철닷컴>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BY : 양정철 | 2011.03.14 | 덧글수(10) | 트랙백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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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와대 이야기 - 대통령 전용기의 재미있는 비밀 ①]

 

이명박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위해 탑승했던 전용기가 12일 오전 이륙한 지 약 1시간 40분 만에 기체 이상으로 회항했다가 정비를 받고 다시 이륙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대통령 전용기가 비행 중 회항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본 대지진이 아니면 외신 뉴스감입니다. 같은 일의 방지를 위해 이번 사태의 배경과 문제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대통령 전용기는 쉽게 설명 드리면 ‘에어포스 원’입니다. 우리말로는 ‘공군1호기’라고 부릅니다. ‘에어포스 원’이라고 하여, 미국 영화 <에어포스 원>의 내부 풍경을 떠올려선 안 됩니다. ‘공군 1호기’는 참여정부 때까지 아주 작고 낡은 기종이었습니다. 국내선에 저가항공 소형기종을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대통령 전용기 ‘코드원’

 

대통령과 참모 20∼30명이 탑승할 수 있을 규모입니다. 공군 비행사가 직접 조종을 하고, 공군소속 여군 두 명이 공군정복 차림으로 안내와 간단한 음료 서빙을 합니다. 하지만 이 기종으로는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없습니다. 동경이나 기껏 북경 정도는 갈 수는 있지만, 주기장(駐機場)에서 태극기를 달고 있기엔 나라 체통이 영 안 섭니다. 게다가 노후한 기종이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의 국내 방문에 주로 이용됐습니다.

 

대신 장거리 외국 순방엔 민간 항공기를 매번 임대해 사용했습니다. 문민정부 때 까지는 대한항공 대형 보잉747 기종을 임대해 사용했습니다. 순방기간에만 ‘에어포스 원’ 지위가 임대 비행기에 부여되는 겁니다. 국민의 정부 때에는 아시아나항공을 많이 임대했습니다. 특혜 논란과 두 항공사 경쟁심리가 있어, 참여정부 때는 아예 두 항공사 비행기를 사이좋게 한 번씩 번갈아 임대했습니다.

 

따라서 순방을 앞두곤 임차할 비행기 내부구조를 매번 교체했어야 했습니다. 주로 대통령 내외가 머무는 공간을 집중적으로 손봅니다. 취침할 수 있는 공간, 식사할 수 있는 공간, 세면 공간, 그리고 참모들과 티타임을 할 수 있는 공간 등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경호상 필요한 세팅과 경호장비, 수행기자단의 취재장비 등을 탑재할 수 있는 기내 공간을 확보하는 식으로 개조를 해 사용했습니다. 

 

기타 비즈니스클래스는 순방 공식수행원(수행하는 장관, 청와대 수석과 일부 비서관) 좌석으로, 이코노미클래스는 비공식 수행원과 기자단 좌석으로 배정하니 크게 손을 보진 않습니다.

 

이런 불편과 비경제성, 안전성, 국가의 대외적 체면을 고려해 대형 신형기종으로의 대통령 전용기 도입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이 총대를 멨습니다. 왜 ‘총대’냐구요.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고가의 대통령 전용기 도입을 추진하는 건 국민에게 미안한 일입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말고 다음 정부가 편의를 누릴 수 있는 시점에 맞춰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필요성을 충분히 역설했습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내가 안 하면 다음 대통령은 자기 일인데 못한다, 언젠가는 풀어야 할 문제다’ 이런 점을 알아듣게 국회에 설명했습니다. 시간이 걸리고 검토할 게 많은 일이니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설명했습니다. 그걸 한 마디로 걷어찬 게 한나라당이었습니다. 경제가 파탄이 났는데 뭔 놈의 전용기냐며 예산편성을 일축했습니다. 반대만이 능사였던 시절이니, 긴 안목의 혜안으로 숙고하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권한 이명박 정부입니다. 청와대에 가보니 불편했겠지요. 경제성이나 안전성 등을 따져보고는, 과거 자신들의 경박한 정략적 반대를 후회했을 겁니다. 다시 부랴부랴 대통령 전용기 도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초고속으로 뭘 하려니 난관이 많았습니다. 결국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채택한 것이 절충안입니다.

 

12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을 태우고 아랍에미리트로 가던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가 기체 이상을 일으켜, 인천공항으로 회항하면서 서해상에 항공유를 쏟아버리고 있다. 김봉규 기자

 

대한항공 비행기를 장기 임차해 일종의 ‘장기 렌탈 전용기’로 쓰기로 한 것입니다. 대통령 이동수단에, 자동차로 치면 ‘허’자 번호판이 붙게 된 것이지요.

 

‘렌탈 대통령 전용기’의 총괄관리는 대통령경호처가, 관리 및 정비감독은 공군이, 조종과 실제 정비는 대한항공이 맡아서 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그 과정에서 어떤 비효율 내지는 체계적이지 못한 정비 관리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지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즉 삼원(三元)적 관리와 정비 운용과정에서 어떤 결함이나 허점이 생긴 게 아닌 지 조사가 필요할 것입니다.   

 

단순히 대한항공의 정비 실수라고 보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순방을 가게 되면 기내 공식 수행원석에 순방과 관계없는 민간인 한 명이 탑승합니다. 해당 항공사 사장입니다. ‘이 비행기의 안전과 대통령 내외분의 안전을 항공사 CEO가 직접 보증한다!’는 표시입니다. 대통령이 KTX 전용기차를 타도 코레일 사장이나 부사장이 탑승합니다. 같은 의미입니다.

 

대통령 전용기의 운행을 위해 항공사는 명예를 걸고 모든 것을 준비합니다. 기장은 자사에서 가장 오랜 거리 무사고 비행을 한 조종사를 투입합니다. 심지어는 스튜어디스들조차 서비스 평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여승무원들을 엄정하게 선발해 배치합니다. 하물며 정비는 말할 나위 없겠지요. 그런데 이런 실수가 났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미심쩍은 구석이 많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독점 대행체제에서 비롯된 안이한 운용시스템이 부른 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전자든 후자든, 뒤늦게 졸속으로 전용기 도입을 추진하다 여의치 않으니 절충방안을 선택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은 틀림없습니다. 

 

뒤늦은 얘기지만 참여정부 때 제안한 대로, 시간을 갖고 모든 요소들을 하나씩 따져가며 전용기 도입을 추진했더라면 이번 같은 사태가 났을까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말 많고 탈 많은 과정을 거쳐 선택한 것이 지금 방식입니다. 그 과정부터 현재까지의 관리감독 및 정비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만한 민간업체라고 하여 일찌감치 대한항공에 정비잘못 책임을 넘겨 끝낼 일이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짚어봐야 할 대목은 바로 대통령 경호 대책입니다. 대통령이 순방을 위해 이용하는 공항은 인천공항이 아니라 서울공항입니다. 서울공항은 공군이 관할하는 수도권 공군전용 기지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에 있습니다. 대통령의 해외방문 및 해외 국빈들의 한국 방문에 주로 이용하는 비행장입니다. 경호상 안전성과 편의성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순방 때 청와대에서 전용 헬기를 타고 곧바로 서울공항으로 가, 전용기로 갈아타고 출국합니다. 그런데 전용기가 대한항공이고, 서울공항엔 대한항공 정비사나 장비가 없으니, 전용기는 서울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으로 회항했습니다.

 

전용기가 정비를 받고 다시 출국할 때까지 대통령은 1시간 30분가량을 비행기 안에 있어야 했습니다. 대통령이 이륙해 체공(滯空) 중일 때엔 민항기를 제외한 모든 전투기 이착륙이 금지될 만큼 가장 예민하게 경호에 신경을 쓰는 상황입니다. 대통령 이륙 이후 상황도 비공식으론 비상상황입니다. 청와대는 곧바로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할 만큼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이번 사태는 그 복잡한 기준을 모구 꼬이게 만들었을 겁니다. 전후 상황으로 봤을 때 대통령 전용기는 경호공백에 노출돼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기내엔 무장한 경호관들이 충분히 탑승하고 있었겠지만 전용기 자체가 경호공백에 노출돼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떤 조치가 적절히 취해졌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리스크를 안고 이번 순방을 강행했습니다. 일본 대지진으로 많은 교민들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현안도 많습니다. 하지만 예정된 순방계획을 바꾸는 것은 외교적으로 큰 결례입니다. 그러면서 강행한 순방 시작 길에 이런 사태가 났으니 더욱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전용기가 논란이 된 것은 딱 한 차례입니다. 항공사측이 전용기 이착륙 때 조종석 윗부분에 조그맣게 내거는 태극기를 거꾸로 달았던 것입니다. 언론들이 대단한 요란을 떨었습니다. 참으로 비교되는 상황입니다.

 

다음 ‘청와대 이야기 – 대통령 전용기의 재미있는 비밀 ②’ 에선 대통령 전용기 내부의 재미있는 풍경과 이모저모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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