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14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조회 수 29 추천 수 0 댓글 0

 

포르말린 유리병에 담긴 유방이 도발적이다

꼿꼿하게 발기되어있는 유두

무안해진 시선을 서둘러 아래로 거둔다

슬픔인지아픔인지둘 다 인지모르겠다

에디가 병을 내밀며 피식 웃는다

별 거 아니네한 때는 선정적이고 육감적이어서 사내들의 눈길을 붙들었던 건데 

살아있는 몸에서 분리 되고나니 망측하고 쓸쓸하다... 

버림받은 것들은 다 그래... 맞지?” 

말투에 묻어있는 황량함을 들켰다고 느낀 걸까

제 어깨 스스로 토닥이듯 말을 잇는다

남아있는 이것을 볼 때마다 잃은 한쪽이 생각났어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미련을 떨쳐버리는 상책이겠다 싶었지

공평하기도 하고

둘이 함께 있어야 하는 것들은 나란히 함께 있는 게 보기 좋아

어떻게 생각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고개를 모로 꺾는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 실려와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잘린 유방을 한번 보고 싶다고 요청하더니만

모니터가 왜 이렇게 이상한 소리를 내지?” 

나는 딴전을 피운다

오 마이환자가 간호사의 마음을 이렇게 휘저어 놓아도 되는 거야?



오늘그녀는 오른쪽 유방을 잘라냈다

10개월 전암덩어리가 자라고 있는 왼쪽 유방을 절제했는데

한 시간 전건강하고 아무 죄 없는 것을 떼어내었다

전이될 위험을 미리 없애기 위한 방책

생살 도려내기

그녀는 밋밋해진 가슴에 두터운 드레싱과 복대를 친친 감고 

혈액을 뽑아내는 플라스틱 주머니까지 달고서 내게로 왔다


에디. 53

그녀는 자식 둘을 일찍 성장시켜 내보내고 

2의 인생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찰라암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남자 친구는 그녀의 우울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갔다

광야에 혼자 내팽개쳐진 듯 암울했단다

칠흑 동굴 속에 갇힌 듯한 두려움어떤 건지 알아그 고독감이해할 수 있어?” 

10개월 전에 처음 만났을 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렸던 그녀였다


그녀를 다시 만났다

화학치료로 인하여 기력은 많이 쇠해졌지만 정신은 예전과 달리 단단하다

삶에 대한 진지하고 평온한 태도가 옆에 있는 내게까지 전이되어 온다

생각 하나 바꾸니 세상이 달라 보이는 거 있지

병이 아니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감정의 순수를 경험하고 있어

이젠 이 땅 위의 모든 쓰라림을 넉넉히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비결을 물으니 미소만 짓는다

비밀인가

하기야 삶의 정수가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것이던가

오직 홀로 깨달을 수밖에 없는 영역일 것이다


회복실에 머무는 동안 대화를 나눈다

마취제와 진통제의 혼합 사이에서 겪는 몽롱함으로 

보통 사람 같으면 손가락도 가누기 힘든 상황일 텐데 

그녀의 의식은 맑고 또렷하다

통증에게 어리광 부릴 틈을 주고 싶지 않다며 

간호사에게 대화를 청한다

53그녀의 나이가 자꾸만 생각의 뿌리를 흔든다


53세의 여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는 아니지만 

여전히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쌓아온 스팩을 누려야지내려놓고 정리하되 

좋은 것 귀한 것 분별할 줄 알고 

세상에 대한 관조의 시각이 깊어지는 때이고

30, 40 대의 분방한 삶에서 한발자국 뒤로 물러난 여유와 안정된 모습이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주지

중용의 묘미를 터득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열망이 깊어지는 때이기도 하고

에디처럼 병을 앓으면 이 모든 에너지는 어찌 되는 걸까?(미안하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누려야지."


하나와 둘둘과 하나가 절묘하게 조합되어 있는 

몸에 대한 대화도 오간다

머리 하나팔 두 개심장 하나허파 두 개위 하나콩팥 두 개방광 하나다리 두 개(정말 절묘하다).


쌍으로 존재하는 것들은 그만큼 할 일이 많기 때문이야

한쪽이 없으면 남은 한쪽이 없어진 것의 몫까지 넉넉히 감당해주어야지.

눈 두 개귀 두 개허파 두 개신장 두 개

그런데 유방은 왜 두 개일까

인류를 먹여 살리는 어미의 표증일거야

옆집 홀아비가 젖동냥으로 키우는 갓난아기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하하하). 

아기에게 한쪽 젖을 물리면 다른 한쪽 젖무덤도 샘물 솟듯 젖이 차오르지(침묵과 숙연). 

젖을 먹이거나 빌려줄 이유가 없는 여자에게는 그러니까 불필요한 기관이야

떼어내겠다는 결심도 훨씬 쉽지(정말 그렇구나).


하나씩만 있는 기관도 나름 이유가 있을 거야

유일한 것이기에 조심스럽게 아껴 다루고 잘 간수해야 해

경계하고 단속해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지

입이 왜 하나인 줄 알아

위험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야

오죽하면 말하는 일에 먹는 임무까지 맡겼을까

먹을 때만이라도 입을 다물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위도 하나지

두 개였다면 식탐을 채우느라 세상은 아귀다툼이 더욱 심해졌겠지

사랑의 심벌인 심장이 두 개였다면 어찌 되었을까

문학과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힘들 거야

심장이 하나이듯 사랑은 하나이어야 해(둘 다 잠시 조용하다).


생식기도 남녀 모두 하나씩이지

만일 남녀성징이 각각 하나씩 한 몸에 있다면

혹은 똑같은 생식기가 한 몸에 두 개씩 있다면

사회는 혼란의 도가니 속에 빠지고 

인간의 존엄성과 정체성은 무참히 망가졌겠지(그래그래). 

인간이 앓는 질병 중 생식기 관련 질병이 가장 악랄해

자궁난소유방전립선

모두 생명을 보관하고 성장시키고 기르는 기관들이지

생명은 귀하고 또 귀해서 함부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 들어있어(왜 이렇게 생각이 같을까).


인간에게 없는 것도 얘기해보자

날개

날개가 없는 것은 신의 인색함이 아니라 큰 은혜라고 생각해

날개로 인하여 행복해지기 보다는 불행해질 가능성이 더 많을 테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 할지라도 

상대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공간과 간격이 있지(끄덕끄덕). 

날개가 있다면 존재의 절대 거리를 지키는 일이 그만큼 힘들어질 거야

턱없이 괴롭고 아프겠지(휴우한숨). 


회복실에서 에디가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53두 여자의 이야기도 끝이 난다

에디는 이 방을 떠나 병원을 나서면 세상 어디론가 흡수되어 살아갈 것이다

유방 둘을 잘라내었으니 몸의 기관들을 단속하기가 그만큼 쉬울 것이다

사는 일도 그만큼 홀가분해지겠지

창공을 차고 나는 꿈을 자주 꾸리라


<한국산문> 3월호, 신작수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1979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8302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5214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7101
4325 <목사의 딸> 박혜란의 사촌 형부 목사, "이 책은 거짓" 현미 2015.03.16 323
4324 龜鑑 4 수녀 2015.03.16 216
4323 6개월이 지난 지금은 1 하주민 2015.03.16 234
4322 뜨거운 감자 8 fm 2015.03.16 260
4321 930년 살동안 그토록 가고싶었던 에덴동산에 다시 들어간 아담은 너무 감격하여... 예언 2015.03.16 251
4320 직업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할 것 3 예언 2015.03.16 249
4319 민사모 28 fallbaram 2015.03.17 443
4318 돈 없어서 감옥 가는 사람 돕는 장발장은행 ... 무이자·무담보 대출,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시민사회·종교계 참여 요구 장발장 2015.03.17 79
4317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째즈 모음곡 왈츠 2' 쇼스타코비치 2 전용근 2015.03.17 236
» '53세,어느날' <한국산문> 신간수필 3월호 -하정아 전용근 2015.03.17 149
4315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동무생각'박태준 3 전용근 2015.03.17 302
4314 재림교회 개독교인의 민낯 7 개독교의 민낯 2015.03.17 463
4313 “오이에 콘돔보다 교실서 포르노 틀어줘야” 가디언 2015.03.17 164
4312 김재원 靑 정무특보, 세월호 유가족 명예훼손으로 고소 2 경향 2015.03.17 192
4311 근래 미치도록 좋은 음악 하나를 발견하고... 음악은 인생 2015.03.17 318
4310 '접촉사고 사진 촬영' 이렇게… 경찰이 직접 알려준 방법은? 일상 2015.03.17 246
4309 재림때...교인들이 목사들을 죽입니다 3 예언 2015.03.18 261
4308 남자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뜨거운 감자) 3 FALLBARAM 2015.03.18 357
4307 지상에서 완성해야 할 사업 파수군 2015.03.18 95
4306 성령의 능력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파수군 2015.03.18 96
4305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 시실리안' 바흐 2 전용근 2015.03.18 258
4304 사탄의 회 2 SDA 2015.03.18 241
4303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 이렇게 생각한다 4 김원일 2015.03.18 440
4302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 짭조름(9) 아기자기 2015.03.18 349
4301 [의혹과 진실 - 한승헌의 재판으로 본 현대사](1) 여운형 암살사건 (上) 1 겸비 2015.03.19 315
4300 건강개혁을 위한 호소 파수군 2015.03.19 132
4299 식욕의 노예가 된 사람들은 ... 1 파수군 2015.03.19 245
4298 "사탄 짓 그만둬라"... 친정엄마의 의절 선언 삼손 2015.03.19 369
4297 안식일을 제대로 지키려면 1 임용 2015.03.19 214
4296 물을 많이 마시면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은? 일상 2015.03.19 378
4295 [2015년 3월 21일(토)] 제1부 38평화 (제20회) : 삼육교육의 역사와 철학 VII: 프레이리의 『억압받는 자의 교육(Pedagogy of the Oppressed)』와 발트국가 핀란드와 스웨덴의 교육에서 배운다. 명지원 교수 / 제2부 평화의 연찬 (제158회) : 평화의 네트워크를 위한 ABC: 21세기 예수의 제자들의 네트워킹 방법. 유재호 (사)국제구호개발 이사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5.03.19 244
4294 우리가 <국가에 대한 반역자>로 취급받을 때가 올 것입니다 예언 2015.03.19 153
4293 허경영 씨가 차기 19대 대선 후보로 공약을 페이스북에 발표했습니다. 8 file 허본좌 2015.03.19 441
4292 노래하지 않아도 봄은 오겠지만 fallbaram 2015.03.19 296
4291 겨울의 끝 2 fallbaram 2015.03.20 398
4290 그리운 마음 2 무실 2015.03.20 276
4289 1000원 짜리 백반 여적 2015.03.20 288
4288 <아마겟돈 전쟁>이 곧 일어날 것입니다 예언 2015.03.20 235
4287 사랑할 때가 있으면 미워할 때가 있나니 1 야생화 2015.03.20 227
4286 우리집 강아지가 죽으면...... 9 아침이슬 2015.03.21 399
4285 유대력 새해 첫날인 아빕월 1일에 일어난 개기 일식(영상) 김운혁 2015.03.21 363
4284 아빕월 1일에 드리는 새해 인사 1 김운혁 2015.03.21 216
4283 자양강장제의 서글픈 환상 김원일 2015.03.21 377
4282 교회 3 하주민 2015.03.21 283
4281 <최후의 위기>를 위한 준비 예언 2015.03.22 160
4280 우리는 '목사'가 뭔지 알고 있었던 걸까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연중 포럼', 김근주·김동춘·김애희·조석민 발제…영화 '쿼바디스'에 답하다 현미 2015.03.22 306
4279 영화.[요한 계시록 한글더빙 및 자막판] 물병자리 2015.03.22 266
4278 도올 "한국 기독교가 편협성을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 석국 2015.03.22 205
4277 도올의 기독교이야기 (1) 석국 2015.03.22 237
4276 뜨거운 감자 맛보기 남쪽바다 2015.03.22 142
4275 나는 구 나~~ 8 file 깁스 2015.03.22 291
4274 어떤 이유로도 등한히 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사업> 예언 2015.03.22 195
4273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의사 예언 2015.03.22 159
4272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대북전단 살포 전면 중단하겠다" 1 자유 2015.03.22 292
4271 타인의 시선 6 아침이슬 2015.03.22 310
4270 유대교와 안식일교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1 진리 2015.03.23 419
4269 '천황 위해 죽자!' 징병 권유 4 울진 2015.03.23 268
4268 [단독] 천안함 폭침 직전, 기상청 접속 갑자기 급증 자유 2015.03.23 144
4267 북한의 김정은 지도자는 [경계성 성격 장애인]이다 ! 코리안 2015.03.23 418
4266 목사는 교인을 위해 일하는 것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이것을 해야 합니다. 예언 2015.03.24 172
4265 하와를 유혹한 뱀은 <날개있고 금빛광택이 눈부신 아름다운 동물>이었습니다 예언 2015.03.24 233
4264 유준-윤한, 환상의 콜라보 (윤한: 피안니스트/작곡자) 밤하늘 2015.03.24 259
4263 황우여 "야단 맞더라도 '이달의 스승' 사업 계속" 셀피 2015.03.24 246
4262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환희의 찬가' 베토벤 심포니 9번 전용근 2015.03.24 333
4261 과연 교황이 움직일까? 3 김주영 2015.03.24 365
4260 <사탄>의 모습은 이렇습니다...ㅋ 예언 2015.03.24 197
4259 뱀이 하와를 꼬실때 써먹은 말...자기도 선악과먹고 말하는 능력을 얻었다 예언 2015.03.24 185
4258 요즈음 대통령이 왜 이렇게 TV에 자주나올까 ? 3 배달원 2015.03.24 233
4257 [리얼미터] 47.2% "정부의 천안함 조사 믿지 않는다" 3 배달원 2015.03.24 174
4256 김균님이 안 보여서 ! 병환이 있으신가요? 1 밤하늘 2015.03.24 339
Board Pagination Prev 1 ... 159 160 161 162 163 164 165 166 167 168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