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끊다

by 김균 posted Mar 30, 2015 Likes 0 Replies 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약을 끊다

 

여기 민초에서 아프다고 이야기한 후

별 짓을 다해도 낫지 않던 불면증을

시골병원에서 치료를 하다가 안 되어서 간 곳

대학병원 교수가 3개월이면 치료를 끝내 준다기에 그 말 믿고

장장 4년을 약으로 살았네요

 

하루 종일 멍멍하고 짜증스런 날들

8시간을 자지 않으면 오전부터 짜증스럽고

8시간을 자면 오후부터 멍멍거리고

8-9시간 산을 타도 집에 가서 누우면 그냥 말똥거리든 시간들

34일의 장정에서도 산장에서 눈을 말똥거리던 날들

이대로 죽을 수는 없겠다 싶어서 약을 끊고 누우면

세상 걱정 다 짊어진 것보다 더 힘든 시간들

 

몇 번을 시도하다가 그냥 뒀는데

이번 장시간 딸집에 머물면서 이대로는 살지 말자하고

하룻밤 30분자면서

하룻밤 1시간자면서

약을 끊었습니다.

 

지금은 약간의 연씨와 산조인을 섞은 한약

그리고 멜라토닌 한 알로 지나는데

머리 무겁던 것 아프던 것 다 지났습니다

며칠 내로는 그것마저 끊을 예정입니다

 

지난 세월

수면제 없이는 못 살겠다 했던 날들

죽을 때까지 같이 갑시다 하던 의사 양반

별 소리 다 듣고 살았는데

결국은 개인의 의지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내가 저지른 일의 대가는 내가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백두대간을 걸을 때 내게 속삭이신 하나님

나만을 위해 돌아가셨다던 그 속삭임을 잊지 않습니다

8시간 10시간씩 같이 걸으시면서 눈물로 대화하셨던 그분을

내가 어찌 잊습니까?

길을 잃고 어두워지는 주위를 바라보며 생의 마감을 결심할 때

이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을 주신 나의 하나님

그래서 죽음의 험로에서 살아나올 수 있게 나의 하나님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돌릴 때 나의 도움은 언제나 거기 계셨습니다

 

어느 날 밤에 찾아왔던 그 병이 어느 날 밤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또 찾아오지 않는다고 큰 소리 칠 일은 없습니다만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던 당신의 음성은 잊지 않으려 합니다

 

그동안 짜증스럽게 대했던 몇 분들께 사과를 드립니다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