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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논설위원

산에 산에 꽃들이 피어 있었다. 피어서, 울고 있었다. 피어버려서, 울고 있었다. 이 봄에는 꽃을 피우지 않겠다고 작정을 했건만, 피어선 안 된다고 다짐을 했건만 결국 피워버리고야 말아서, 꽃들은 머리를 풀고 제 가슴을 치며 울고 있었다. 분홍빛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해 봄의 그날 아침,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제주의 꽃들이 아이들이 안 온다고 다급히 알려왔을 때, 남해의 새들이 아이들이 물에 빠졌다고 전해왔을 때, 그때 다 무사하다는 인간들의 말을 듣지 말고, 무조건 달려가 아이들을 구했어야 했는데, 우리 온 산의 꽃들이 땅에서 몸을 뽑아서는 꽃도 떨치고 잎도 다 버리고 무조건 달려가 살렸어야 했는데.


몇 시간 뒤에야 남에서 올라온 바람이 슬피 울며 아이들은 배 안에서 착하게 기다리고만 있었다고, 그러다 엄마를 부르며 죽어갔다고, 그 참혹한 소식을 알려왔을 때, 온 산의 꽃들 그 말에 놀라 온몸이 산산이 무너지며 울부짖고 오열했지. 그러다 혼절하고, 깨어나면 다시 아이들 이름을 목 놓아 부르다, 또 정신을 잃었었지. 


그리고 맹서했는데, 너희들, 우리의 혈육인 너희들을 살리지 못한 우리 꽃들은 너희에게 미안해서, 스스로가 욕되어서, 그러니 다시는 꽃을 피우지 않으리라, 그렇게 맹서를 했는데.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우리의 혈육인데, 우리의 혈육이 차가운 물속에서 죽어가는 동안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분홍색으로 몸단장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니, 이제 우리가 무슨 염치로 꽃을 피우겠냐고, 너희들이 없는데 꽃은 피워서 무엇하냐고, 그래서 다시는 봄을 맞지 말자고 맹서를 했는데.


그러나 우리는 또 기어이 꽃을 피우고 말았구나. 수현이도 돌아오지 않는데, 예은이도 돌아오지 않는데, 소연이도 돌아오지 않는데. 금요일에 돌아온다고 한 너희들이 열 번의 금요일이 지나도, 스무 번의 금요일이 지나도, 다시 오십 번의 금요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우리는 염치없게도 꽃을 피워버렸구나.' 


그렇게 꽃들은 허리를 꺾으며 울고 있었다. 울어도 울어도 다 울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울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부르고 있었다. 수현아 돌아오렴, 예은아 돌아오렴. 소연아 돌아오렴, 금요일엔 돌아오렴. 돌아와 우리 대신 너희가 피어나렴. 온 산의 꽃들을 합친 것보다 더 예쁜 너희들이 돌아와 꽃을 피워주렴. 그래서 지난 봄에 숨이 끊어진 우리를 너희가 살려주렴. 그래서 잃어버린 봄을 돌려주렴.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아시아경제뉴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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