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결국 잊혀질 것이다.
기억하겠다고 말하지만 기억에서 희미해질 것이다.
말해보아라,
당신이 살았던 시간속에 얼마나 많은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나열해보아라,
당신이 느꼈던 슬픔과 가슴에 북받쳐올랐던 분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를,
되짚어보아라,
그대는 그 안타까운 사연과 그 남겨진 유가족들을 위해, 그런일들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것인지,
4.19, 5.18, 날짜로라도 남아있는 비극의 시간, 사건들이 나와 상관없는 곳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어지고... 지하철에 불이 나서...
얼마나, 얼마나 안타깝게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렇게 떠나 보내야 할 사람들이 아니었는데...
우리는, 미선이 효순이...
단 한 번 마주쳐보지도 못했던 그 어떤 시골 동네의 여고생 둘의 죽음에 분노해서 일어섰고,
광우병 소고기가 들어온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농촌이 죽어간다고 FTA를 반대하는 농민들을 보면서.
한쪽에서는 언제나 그들을 비웃고 촛불을 비웃고, 죽창 들었다고 손가락질 하고, 단식 투쟁 앞에서 자장면을 시켜먹고, 도룡농을 살리겠다고, 제주도에 생겨나는 군사기지를 반대하기도 하는 시위가 연일 뉴스에서 떠들어대고 있어도.
그냥, 그냥... 무심히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 않았던가?
제주 4.3 사태때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갔으며,
6.25 전쟁의 희생자에 묻혀 공산주의자, 빨갱이라는 오명으로 몰아 국군의 손으로 자행된 & #39;보도대& #39;라는 말도 안되는 이름으로 학살된 사람들은 계속 알려지지도 못했는데...
베트남전에 그렇게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했던 군인들이, 아직도 그냥 영웅대우만 받고 있으며.
일제 침략기에 나라를 팔아먹고도 그 자손들은 여전히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 독립운동가의 유해는 이역만리에서 그 한 줌의 흙마저도 고국에 모셔오지 못하고, 그 자손들마저 거지같이 살고 있는데...
나는 멋으로, 예쁘다고(설마 그런 사람은 없겠지만...) 자랑스럽게...
보여질까봐 노란리본을 다는 것에 동참하지는 않는다.
이미 내 가슴속에는 그 또래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한 번 더 가슴이 매이고, 밥 한 번 배불리 먹여주지 못한채 급식비를 놓고 꼴값하고 있는 그런 사람들을 뽑아놓은 어른일까봐 부끄럽고,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 더 좋은 나라를 물려주어야 하는데, 힘이 없다는 핑계로, 이상한 정치꾼, 책임을 절대 지지 않으려하는 지도자들을 세워놓아서...
너무 미안하다... 미안하다...
너희들에게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단재 신채호, 도마 안중근 선생님들과 같은 훌륭한 분들의 고귀하고 숭고한 그 분들의 뜻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그 분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지키려 했던 이 나라를,
매번 번번히 일본 제국주의 앞잡이놈들에게, 우리 영토와 우리 역사를, 우리 할머니들을, 계속 욕보이게만 해서...
미안하다...
우리가 욕하는 일본에서는, 자국민도 아닌 한국인이 열차에서 취객을 구하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그를 의인이라 부르고, 동상, 기념비, 영화까지 만들어 잊지 않고 기억해주기까지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를 아주 쉽게 잊어버리더라...
그래도 나는 그 이름, & #39;김수현& #39;이라는 그 이름과 자전거로 여행도 다니고 일본과 사이가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던 그 젊은 친구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그런 의인들을 아주 쉽게 잊어버리더라...
나는 지금도 대구 지하철의 화마속에서 끔직하게 죽어갔던 그네들이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보냈다던 문자의 내용들을 생생히 기억한단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딸아이를 구하기 위해 경찰보다도 앞장서서 인질범과 사투를 벌여 결국 딸을 구해내고 숨진 한 아버지의 장례식을 나는 잊을 수가 없어.
다시는 아빠 말씀 잘 들을테니, 제발 아빠 떠나지 말라고... 왜 날 구하러 오셨냐고...
그렇게 울부짖던 딸아이의 모습을 나는 잊을 수가 없는거야.
대학등록금을 조금이라도 보태겠다고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만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한 청년을.
그 청년의 평상시 뜻에 따라 장기기증을 하기 위해 보내면서, 그렇게 보내면서도 기어이 손을 잡고 놓지 못하고, 한 번 더, 한 번 더 무너져 내리던 그 어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잊을 수가 없어.
산다는 건,
살아남은 자의 슬픔으로 살고 있는거야.
살아야한다는 건,
너희들이 남겨준 숙제,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아있는 이들이,
먼저 떠나간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살기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난 그렇게 생각해.
매일 매일, 매주마다 예배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면, 노래를 불러...
& #39;두손을 모아 기도를 드립니다
또 하루가 무력하게 흘러갑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사라진 인생의 아름다운 숲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내일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도합니다
내일도 저 하늘이 푸르길 환히 빛나길
간절한 맘으로 두손을 모아 기도합니다
오늘 죽어간 생명들이
내일은 다시 돌아오기를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구에서 태어남에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살아감에 아름다운 푸른별에서
언제까지라도 희망을 얘기하고 싶은데
미안합니다
또 하루가 무력하게
흘러갑니다
소리없이 죽어가는
많은 작은 생명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너무나 작아 미안합니다
아멘, 아멘, 아멘, 아멘
아멘, 아멘, 아멘, 아멘...& #39;
& #39;자우림의 블루마블& #39;
다 말하지 않아도, 내가 왜 이 노래를 부르는지, 이 노래를 부르는데 담겨있는 뜻을.
나는 알고 아는 사람을 알거야...
오늘은 특별히...
너희 어린 학생들을 위해 불러줄께...
내가 봄마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바이올린으로 부르는 노래들이, 괜히 슬프고, 괜히 부르는 게 아니라는 걸...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적어도 나는...
< 펌-다음 아고라 >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 감사합니다.
이렇게 아직도 살고 있음을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낄대가 많습니다.
그리고 사뭇치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생각하면 상상할수가 없어서
빨리 먼저 죽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먼저 떠나간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살기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운 저녁시간 보내시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