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이 무너지면=민스다사랑, 예의, 삼천포님께

by 로산 posted Mar 26, 2011 Likes 0 Replie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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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천안함 한방’에 공든 탑 와르르
‘왜곡과 편파’ 언론 기본 상실로 최근 잇단 특종·이슈 빛바래

 

최근 조선일보의 천안함 1년 특집기사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어떤 한 기사를 떠올리게 해준다. 1998년 10월 월간조선 11월호를 통해 폭로(?)한 최장집 당시 대통령자문정책기획원장(고려대 교수)의 ‘충격적 6.25 전쟁관’이 그것이다.

<6·25는 김일성의 역사적 결단>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이 기사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완전히 상실한, 오직 ‘최장집 죽이기’ 외에 다른 의도는 없는 왜곡·편파의 대명사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기사의 근거가 된 최 교수의 논문을 읽어보면 ‘역사적 결단’이 긍정적 의미로 사용된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최 교수는 “‘역사적’이라는 표현은 그것이 이후 한국 사회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난 3월 21일자 조선의 천안함 관련 기사를 보자. 조선은 해난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인터뷰해 <좌초설 제기자, TV로 천안함 봐 놓고 “딱 보니 좌초”>란 제목을 뽑아 보도했다.

확인 결과 이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 대표 주장의 극히 일부분일 뿐, 그는 해난전문가로서 좌초된 배, 충돌한 배, 폭발한 배를 모두 보아왔던 사람이며 “폭발이 됐다면 순간적인 기체의 팽창으로 엄청난 압력과 폭음이 발생해 승조원들의 귀와 콧속 모세혈관이 가장 먼저 터진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지 않았다”는 나름의 근거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딱 보니 좌초”라는, 거의 한 인간을 ‘미친-놈’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 제목을 뽑는 데 조선은 주저하지 않았다. 과거 “역사적 결단”으로 최장집 교수를 죽이려 했듯이, 이번에도 똑같은 방법으로 한 인간을, 그리고 정부의 천안함 검증에 의문을 제기하는 세력을 죽이고자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 3월 21일자 5면
 
3월 21일 같은 날 실린 <기자협회 등 3개 언론단체, 합조단 발표 부정하는 보고서 내놓고 “어려운 분야라…우리가 과학적으로 많이 알겠나”>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은 당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에 참여한 한국기자협회의 우장균 회장과 인터뷰한 내용을 제목으로 뽑았는데, 우 회장과 검증위 측은 ‘왜곡’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우 회장은 “한국기자협회 회장이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많이 알지 못한다는 겸양의 전화 녹취를 발췌해, 마치 검증위가 과학적 사실관계에 입각하지 않고 보고서를 내놓았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품격 있는 정론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기사”라고 비판한다.

검증위 측은 “조선은 취재 대상인 조직의 대표도 아닌, 조직 구성에 참여한 단체의 대표에게 ‘5개월이나 검증을 했다는데 내용을 모르느냐’고 물었고, 적절한 답변자에게 물으라는 취지의 대답을 ‘모른다’로 뭉뚱그린 것”이라며 “조선일보의 구체적인 기사 내용에 대해 조선일보 사장에게 물으면 그는 뭐라 답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검증위 측은 또 기사에서 검증위 실무책임자(노종면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가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관련, “조선일보 스스로 적절한 취재원을 취재하지 못했음을 고백한 셈”이라고 꼬집는다. “적절한 취재원에 접근하지 못했으면 기사를 쓰지 말았어야 하는데 언론으로서 기본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국방부의 천안함 보고서는 당시 조선일보조차 의문을 제기했을 만큼 허점이 많았다. 조선은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인 9월 14일 사설을 통해 “정부가 조사단에 여러 외국 전문가를 포함시키고 군 주도가 아닌 민·군 합동조사를 진행했는데도 국민 불신이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커진 것은 정부의 초기 접근이 정치적으로 무신경했고, 군의 세부 사항에 대한 잇따른 발표 실수가 의혹을 확대 재생산한 탓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그 의혹의 ‘실체’를 검증하기 위해 나섰고, 나아가 전문가들의 진술과 도움을 토대로 흡착물질이 폭발재가 아님을 밝히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던 게 바로 언론검증위의 활동이었다. 과연 누가 더 ‘언론의 기본’에 충실하다고 봐야 할까?

조선일보는 최근 잇단 특종과 이슈 선도로 ‘역시 조선일보’란 평가를 듣고 있었다. 비록 종합편성채널 선정 이후 정권의 눈치로부터 자유로워진 탓이라거나 더 많은 특혜를 얻기 위한 의도라는 ‘삐딱한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으나, 구제역 침출수 재앙을 비롯해 이귀남 법무부장관의 불법 수사개입, 국정원 요원들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사건 등을 연이어 폭로한 것은 분명 찬사를 받을 만한 것이었다.

미디어오늘은 이에 지난 2월 23일자 <조선일보 분발, 보수신문 제 역할 계기되길>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당파적 보도를 줄이고, 언론권력으로서 빗나간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고, 언론으로서 해야 할 일을 지금처럼 계속 해나간다면 조선일보도 ‘이른바 보수신문’이 아니라, 말 그대로 ‘보수신문’으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천안함 사건 관련 보도는, 역시 미디어오늘 사설에 나온 내용인 “지금껏 조선일보 하면 반북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대북보도, 시민사회와 진보세력에 대한 편파적 공격, 자본과 기득권 세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당파적 신문으로 평가받아왔다”는 부분을 다시 떠올리게 충분한 것이었다.

더구나 조선일보는 천안함 언론검증위의 보고서조차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있다. 검증위를 평가하고자 한다면 그들의 ‘활동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보고서부터 파악하는 게 상식일텐데 오직 몇몇 관계자의 ‘자극적인 코멘트’만 뽑아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검증위 측은 “정부의 조사 결과를 손대기 두렵다면 언론검증위의 보고서 내용이라도 속속들이 파헤쳐 시시비비를 가려보길 바란다”며 “조선일보는 지금이라도 천안함 사건의 진상에 천착하는 언론의 기본으로 돌아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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