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리 하나가 없는 , 너에게 삶이란

by 반달 posted Apr 25, 2015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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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내 눈에 띄는 개 한 마리가 있다.
요즘도 매일 오고 가며 수시로 만나는데
빛깔은 누런데 색이 많이 바래고
자그마한 덩치에 나이는 좀 있어 보인다
주로 날씨가 좋은 날 눈을 지긋이 감고 길 옆에 웅크리고 있거나 배를 깔고 누워 일광욕을 즐긴다. 사람이 지나가도 일체 신경을 안쓰고 단 한번도 짖는 법이 없다.

그런데 처음 볼 때 왠지 부자연스러웠다.
뭔지 모를 아픔이 있는 것 같았다.
분명 나이 탓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한날 저만치 놓여진 먹이를 먹으러 걸음을 옮기는 이 개의 뒤뚱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곧 개가 앞다리 하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미끄럼 방지를 위해 홈이 파여진 울퉁불퉁한 비탈길을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옮길 때마다 무척 힘들어 보인다. 금방이라도 쓰러져 나딩굴을 것만 같아 보는 사람의 마음이 아슬아슬하다. 온몸이 비틀거리며 걷는 속도가 무척 느리다.
표정은 몹시 슬퍼 보인다.
그래도 사력을 다한다.
먹이를 먹는데 전혀 즐거운 표정이 아니다.
생기가 하나도 없다.

사고였는지
병을 알았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다리 하나가 없었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오늘도 다른 개들과 거의 어울리지 못하고 힘겹게 하루 하루를 버티며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이 개를 보면 난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나마 좋은 주인을 만나 이 만큼 행복한 거라고 그러니 힘들어도 슬픔을 감추라고...

나는 끝까지 그 개가 버림받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주인을 믿고 따르는 개의 의리에 이제는 사람이 믿음으로 대답할 때라고...

꽃집의 개이다.
꽃은 아름답다.
꽃집 주인 아주머니와 앞다리 하나 없는 개의 영원한 우정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아름답다. 꽃집 주인 아주머니와 앞다리 하나 없는 개의 우정은 오늘도 꽃집과 우리의 가슴에 꽃이 되어 환하게 피어난다.

꼬리를 흔들지 못하는 개
꼬리를 흔들지 못하는 개는 사랑받지 못한다.
이 개는 꼬리를 몸의 중심을 잡는데 쓰느라고 꼬리를 흔들지 못한다. 하지만 내 눈에는 주인을 향해 열심히 꼬리를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앞다리 하나 없는 개야!
난 너의 이름이 뭔지도 모르지만 너의 아픔이 온전한 너만의 아픔이 되지 않도록 언제나 힘내라고 소리쳐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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