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잡기

by 김균 posted May 12, 2015 Likes 0 Repli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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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잡기

 

어릴 때 자주 듣던 설교 가운데

포도원의 여우를 잡자 하는 게 있었다

포도원의여우가 누군지는 몰라도 잡는다는데 재미있었다

 

난 어릴 때부터 잡는 데 재미를 붙여 붕어도 잡고

산에 가서는 꿩도 비둘기도 잡고 배를 타고 나가서 물오리도 잡았다

몸보신한다고 닭도 잡고

교인들 하고 여름 캠핑을 가서는 노다지로 염소도 몇 마리 잡았고

펜션에 가서는 교인들끼리 제사장 가문처럼 거나하게 즐겼고

그러다보니 나는 제사장 가문이 딱 맞는 체질인 것 같다

 

요즘 내 주위에는 염소 잡기 놀이가 재미있어 하는 분들 제법 된다

양과 염소로 구분 지어 놓고 난 양 할테니 넌 염소해라 하는 식이다

재림을 기다리는 것은 양과 염소를 구별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중의 염소가 누군지 관심 있어 한다.

 

우리들은 중심교리라면서

아론이 두 염소를 선택하여 하나는 아사셀로

또 하나는 제물로 표현하는 대 속죄일 행사를 설명한다.

그런데 아사셀은 누구며 죽임을 당한 염소는 누군지

아직까지 헤매는 분들 제법 있다.

중심교리의 두 염소가 왜 아직까지 헤맬 수밖에 없을까?

예수께서는 양과 염소라고 했는데 왜 염소가 십자가를 예표하는 짐승이 됐을까?

이것 연구하는 분들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그 어려운 것 연구해서 총대 매다가 데스몬드 포드처럼

그 문제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열심히 변론했더니 교수직까지 뺏는 이 교단에서

염소면 어떻고 양이면 어떻냐?

 

130년이 지나도 대체적인 교리만 만들고 그게 진리라 떠들면서

정작 제일 중요하다는 교리 가운데 의문을 제시하면

반 교단 적이니 반 교리적이니 하고 낙인찍기에만 몰두하고

쥐뿔도 모르는 꼴통들 내세워서 찍기에만 열중하는 것 볼 때마다

이 교단의 지성은 어디로 가고 이 교단의 양심은 어디로 갔는지 한심한 생각도 든다

 

우리 동네는 시골이라서 산에다 염소를 방목하는 분들 있다

염소를 사러 가면 저녁먹이 줄 때 먹이 먹으러 온 놈 중 필요한 양을 가둔다고 한다

그러면 염소도 눈치를 채고 먹이를 먹으러 우리 안으로 안 들어오면서

밖에서 기웃거린단다

염소도 주인의 얼굴에 쓰여 있는 포획의 기운을 감지한단다.

 

이만하면 염소 잡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 안다

마찬가지로 이 교단도 어느 놈이 염소인지 지레 짐작도 하고 있다가

그 놈이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하면 잡아 족치려고 벼르고 있다

아니라고 하면 내가 이름까지도 대 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짓을 삼가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염소와 양을 구별하는 심미안을 주신 것이라 착각하고 산다

그래서 호패도 없으면서 주인 노릇하고 마패도 없으면서 포청나리 수준으로 전락한다

 

1844

그 해에 재림하신 것도 아니지만 재림보다 더한 날짜로 존재한다

만약 그 해에 재림했다면 양은 응당 미국인일 거고

염소는 재림이 뭔지도 모르는 세상사람들 모두가 될 뻔했다

자비하신 하나님은 그런 속임수의 날짜에 얽매이지 말라고 그 날 아무런 징조도 없이

그저 어제처럼 내일처럼 지나가게 하셨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모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불행 중 다행이요 낮잠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일을 면했다는 거다

 

언젠가는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구분될 거다

아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립이란 분들도 요행으로 영생을 건질 거다

난 그렇게 믿는다

양도 아닌 염소도 아닌 동물은 없지만 그런 동물로 변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양이면 어떠하며 염소면 어떠할까? 둘다 십자가를 예표하는 짐승인 걸

나는 오늘도 열심히 양이 되다가 염소가 되다가

또는 말이 되다가 노새가 되다가 당나귀가 되다가를 반복한다

그래도 우리 주님은 날 기특한 놈이라 머릴 쓰다듬어 주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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