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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04:22

간호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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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내 환자에게는 메르스 못 오게”

        

“메르스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 첫 사망 환자 보며 사죄”
동탄성심 중환자실서 메르스와 싸우는 김현아 간호사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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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동탄성심병원에는 의료진 95명과 환자 36명이 함께 격리돼 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온 메르스 환자 때문이다. 이 병원 중환자실을 지키는 김현아(41·사진) 간호사가 편지를 보내왔다. 환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곳곳에 묻어있다.

저는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메르스라는 질병의 첫 사망자가 나온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중환자실 간호사입니다.

 제 옆에 있던 환자도, 돌보는 저 자신도 몰랐습니다.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매일 가래를 뽑고 양치를 시키던 환자는 황망히 세상을 떠났고, 나중에야 그 환자와 저를 갈라놓은 게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의 병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심폐소생술 중 검체가 채취됐고, 그녀는 사망 후에도 한동안 중환자실에 머물러야만 했습니다. 그녀를 격리실 창 너머로 바라보며 저는 한없이 사죄해야 했습니다. 의료인이면서도 미리 알지 못해 죄송합니다. 더 따스하게 돌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낫게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20년간 중환자를 돌보며 처음으로 느낀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조차 미안하고 죄송스럽던 시간들.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저는 격리 대상자가 됐지만 남은 중환자들을 돌봐야 했기에 ‘코호트 격리’라는 최후의 방법으로 매일 병원에 출근합니다. 누가 어느 부위에 욕창이 생기려 하는지, 누가 약물로도 혈압 조절이 되지 않는지, 누가 어떤 약에 예민한지 중환자실 간호사가 제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송이 간호사 시절, 심폐소생술 때문에 뛰어다니는 제게 어느 말기암 할머니는 ‘저승사자와 싸우는 아이’라는 표현을 해주셨습니다. 그 말처럼 지금까지의 시간은 정말 악착같이 저승사자에게 ‘내 환자 내놓으라’고 물고 늘어졌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요즘은 무섭고 두렵습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 환자의 메르스 확진 판정과 동시에 전 메르스 격리 대상자가 됐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었습니다.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으려 숨어서 출근하고 숨어서 퇴근합니다. 퇴근 후에는 바로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를 격리합니다. 출근 때마다 따듯한 차가 담긴 보온병을 들려주시던 엄마는 제가 격리 판정을 받은 날 이모 집으로 가셨습니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N95 마스크를 눌러쓰고 손이 부르트도록 씻으며 가운을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고 나서야 남은 중환자들을 돌봅니다. 마스크에 눌린 얼굴 피부는 빨갛게 부어 오릅니다. 비닐로 된 가운 속으로는 땀이 흐릅니다. 다행히 중환자실의 모든 환자와 의료진은 2차 검사까지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다른 병원에서 잠복기가 끝날 무렵에 증상이 발현된 환자가 나왔다는 점을 떠올리며 느슨해진 마음을 다시 조입니다.

 며칠 전에는 한 환자의 보호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코호트 격리 때문에 잠복기가 끝나는 2주 동안에는 전원이 되지 않는다고 하자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메르스 환자가 나왔으니 중환자실을, 더 나아가 병원을 폐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호통을 듣는 순간 참고 있던 서러움이 왈칵 밀려왔습니다. 온몸의 힘이 빠지며 무릎이 툭 꺾였습니다.

 중환자실로 격리된 간호사들은 도시락 힘으로 버팁니다. 끼니마다 의료진 수만큼의 도시락이 자동문 사이로 전달됩니다. 직원 식당조차 갈 수 없는 신세가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모 집으로 간 엄마에게는 오늘도 용돈을 부치지 못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래도 이 직업을 사랑하느냐고. 순간, 그동안 나를 바라보던 간절한 눈빛들이 지나갑니다. 어느 모임에선가 내 직업을 자랑스럽게 말하던 내 모습이 스쳐갑니다. 가겠습니다. 지금껏 그래왔듯 서 있는 제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 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겠습니다. 더 악착같이, 더 처절하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저희들도 사람입니다. 다른 격리자들처럼 조용히 집에 있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병이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기에 병원을 지키고 있습니다. 고생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에 갇힌 채 어쩔 수 없이 간호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게 저희들의 바람입니다. 차가운 시선과 꺼리는 몸짓 대신 힘 주고 서 있는 두 발이 두려움에 뒷걸음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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