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22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장 말 안 통하는 이는 아버지… 처음 보는 남 같은 존재

[중앙일보] 입력 2015.06.28 00:02 / 수정 2015.06.28 01:16

'함께하는 경청'의 한국인 소통 실태 들여다 보니
'아버지와 대화 잘된다' 12% 불과 
2030 자녀와 5060 아버지가 심각 
가족인데도 남남과 같은 거리감 
아버지는 소외, 자식은 실망 커져 

상대 말 들어주려는 태도에 문제 
대화하자며 훈계만 하면 역효과 
서로 이해·공감하려는 노력 필요

글자크기 글자 크게글자 작게


요즘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만큼 힘들고 애달픈 존재가 또 있을까. 직장에서의 고된 하루는 그나마 가족을 위해 참고 견딘다지만, 더 울적해지는 건 집에 돌아와서다. 가족에게서 위로와 힘을 얻기는커녕 왠지 겉도는 소외감에 괴로워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지난 17일 ‘함께하는 경청’이란 시민모임이 출범하면서 실시한 여론조사(한국리서치, 전국 1006명 대상) 결과를 보면 그 실상이 짐작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직장·사회에서의 대화·소통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버지와의 의사소통 수준은 친구나 어머니 등 다른 사적인 관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았다. 인간관계의 밀도가 낮은 직장 등 공적 관계에서의 의사소통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낮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20~30대의 자녀와 50~60대의 아버지 간에 가장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화나 의사소통을 얼마나 잘 하는지 묻는 문항에서 상대가 아버지인 경우 ‘잘한다’는 응답은 12%밖에 안된다. ‘못한다’는 응답은 50%나 됐다. 이는 직장 상사나 집 근처 아는 사람과의 의사소통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반면, 어머니와는 비교적 대화가 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나 의사소통에서 아버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인 존재는 ‘처음 만나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의사소통의 빈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아버지가 있는 응답자만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 한 주간 아버지와 전혀 대화나 의사소통이 없었다'는 응답이 40%나 됐다. 비슷한 빈도를 보인 것은 ‘처음 만나는 모르는 사람’이었다(도표 2). 요컨대 의사소통 면에서 아버지는 ‘처음 만나는 모르는 사람’처럼 서먹서먹한 사이라는 얘기다. 이 땅의 많은 아버지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이번 조사에서 아버지보다 더 대화가 안 되는 상대는 딱 두 그룹,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사람’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이었다(도표3). 아버지와 자녀 간에 이해관계나 정치적 입장마저 엇갈린다면 최악의 조합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 가정이 적지 않고, 종종 절연이나 패륜 등 심각한 사태로 치닫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아버지와의 대화가 잘 안되고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서먹서먹한 사이가 되는 것은 왜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대화에 임하는 자세, 특히 듣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대화나 토론이 잘 안 되는 주된 이유 역시 자기 말만 하려고 할 뿐 상대방 얘기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와 대화와 소통을 잘 하고 싶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먼저 들어주는 것이다. 꾸짖거나 잔소리를 하기 전에 우선 자녀에게 다가가 얘기를 들어보는 것이다. 퇴근 길에 자녀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사들고 가거나, 주말 편한 시간에 가까운 데 나가서 “공부 때문에 힘들지?” 하며 얘기를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자녀의 얘기 중에 언짢은 대목이 있더라도 도중에 자르지 말고 일단 끝까지 다 듣고 나서 아버지의 생각을 이야기해야 한다. 둘째, 얘기를 듣고 나서 곧바로 “넌 그래서 문제야!” “그렇게 네 맘대로 할 거면 집에서 나가!” 하는 식으로 훈계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대신, 자녀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마음으로 듣는 것이 좋다. 얘기 중에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있으면 자녀에게 물어보고 자신의 생각도 이야기하며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다. 진정한 대화는 그런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어떤 결론이나 해결책이 필요한 경우, 부모 입장에서 섣불리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반발만 사기 쉽다. 보다 효과적인 것은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하고 자녀 스스로 해결책을 생각하고 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이 만들고 약속한 것이기에 실천도 더 잘하게 된다. 

한 언론인은 중학생 아들이 게임을 너무 많이 해 고민이었다. 늦은 시각 퇴근해 집에 가면 게임에 빠져 있는 아들을 보며 화가 났다. 그때마다 야단치다 보니 부자 사이가 좋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이번 학기 대학원 ‘협상’ 수업에서 배운 대화법을 주위 사람과 아들에게도 적용하면서 달라지게 되었다. 아빠에게 야단맞을까 두려워 새벽에 일어나 게임하는 아들을 본 그는 전처럼 언성 높아지는 것을 간신히 참고, “게임이 그렇게 하고 싶었나 보구나” 하며 다가갔다. 전과 달라진 아빠의 말투에 아들은 놀라고 어색해 했다. 그래도 계속 아빠가 아들의 마음을 알아주며 열린 자세로 다가가자 아들도 마음을 열고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결국 아들은 스스로 게임을 자제하고 부자관계도 부쩍 좋아지게 됐다고 한다.

이렇게 아버지가 먼저 달라진 자세로 다가가면 좋겠지만,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몸엔 오랜 습관이 배어 있고 머릿속은 골치 아픈 문제로 가득 차서 그럴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자칫 더 나빠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엔 주위 사람이 먼저 다가갈 필요가 있다. 자녀들이 먼저 나서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울 테니, 어머니가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말 편한 시간에 거실에서 TV를 끄고 다과를 나누며 대화 시간을 가져도 좋고, 자녀들이 좀 큰 경우엔 동네 호프집 같은 데 가서 담소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회의가 아니라 가족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인데, 이때 아버지가 전과 달리 자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대화가 제대로 되도록 만드는 비결이 있다. 먼저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아빠, 우리를 위해 일하시느라 힘드시죠? 저희 때문에 걱정도 많으실 테고. 저희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주세요” 하고 얘기를 청해 듣는 것이다. 자신이 힘든 얘기도 충분히 하고 자녀들이 귀담아 듣는 모습도 보게 되면, 이제 아버지도 자녀의 얘기를 들을 마음 상태가 된다.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이야기할 때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예컨대 아버지의 강압적 태도 때문에 힘든 경우, 처음부터 아버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고쳐달라고 하는 것은 역효과만 낳기 십상이다. 우선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애쓰는 데 고마운 마음을 표하고, 그 다음에 아버지의 어떤 점으로 인해 자신들이 얼마나 힘든지 이야기하는 방식이 좋다. 그렇게 아버지와 자녀의 마음을 잇는 ‘연결화법’으로 이야기하면 아버지도 차분히 듣고 공감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그간 쌓인 오해도 해소되고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고 고칠 것은 고쳐나가게 된다.

사실, 경청과 대화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구성원 각자의 자세와 노력이 중요하지만, 대화·토론이 잘 안 되는 우리 사회의 문화나 풍토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학교나 사회에서 대화·소통에 대한 교육훈련도 필요하다. ‘함께하는 경청’이란 시민들의 모임도 이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일이야말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기초를 다지는 일일 것이다. 

강영진 갈등해결학 박사. ‘함께하는 경청’ 기획운영위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17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67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81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65
12445 자, 만화 한 편 때리시고~~ : 독후감 모집 5 김주영 2011.12.30 1270
12444 자 보라. 바아블 2010.12.04 2641
12443 잊혀진 이들의 이야기 (완결) 4 언폴딩 2011.11.30 1123
12442 잊혀진 이들의 이야기 (3) 6 unfolding 2011.11.23 1115
12441 잊혀진 이들의 이야기 (2) 10 unfolding 2011.11.20 1027
12440 잊혀진 이들의 이야기 (1) 12 unfolding 2011.11.20 1145
12439 잊혀진 엘렌 화잇의 신앙의 뿌리 7 file 김주영 2015.04.19 486
12438 잊혀진 계절 (이용) 10월 2015.10.15 111
12437 잊혀져가는 희생 잎새 2016.06.25 78
12436 잊지않았습니다! 소망 2015.04.15 421
12435 잊지 않으려..단원고 '예슬이의 꿈' 전시합니다 1 단원 2014.06.26 711
12434 잊고 있었던 이 남자, 누구인가? - 징검다리님 7 file 김주영 2014.11.23 729
12433 잊고 있던 사촌들 10 김주영 2012.04.07 2345
12432 잉어 대신 죽은 물고기 가득…신음하는 낙동강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053796&plink=RECOMM&cooper=SBSNEWSVIEW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죽음 2015.07.02 87
12431 있지도 않은 일왕의 스캔들을 우리 언론이 보도했다면? 코메디 2014.10.11 400
12430 있잖아요 있잖아요 ^^ 진짜 개가 경천동지할 일이 발생했습니다 여러분! 7 2호집 2015.04.07 407
12429 있었단 말인가 나를 ~ 재회 2015.09.28 75
12428 입장바꿔 생각할 때가 된 것같다 2 시사인 2014.07.01 693
12427 입이 즐거우면 몸이 고달프고, 눈이 즐거우면 마음이 고달프다^^ 3 file 박희관 2013.01.30 2505
12426 입이 백개라도.... 여기에, 그 잘난 입을 가진 분들 다 어디 갔나???? 9 User ID 2013.09.04 1958
12425 입술터진지 좀 된 환자입니다 8 로산 2012.08.21 3492
12424 입산했던 형제를 교회가 돕자 7 김균 2013.07.29 1055
12423 입문 5 바다 2016.04.17 168
12422 입맛대로 마구 먹는 아이를 돌로 쳐 죽인 하나님 예언 2014.10.29 575
12421 입다와 입다의 딸 이야기 2 fallbaram 2014.02.13 1104
12420 입 좀 다물고 걍 냅둬 ~ !! (수정) 16 김 성 진 2012.07.17 3012
12419 입 으로만 농사짓는 사람들 에게 드리는 글 14 박성술. 2015.09.16 353
12418 임진왜란후 가토가 쌓은 400년역사 구마모토성, 강진에 '휘청' 1 file 구마모또 2016.04.15 41
12417 임진왜란 1편(총2부) spring 2015.03.31 157
12416 임종 앞둔 사람에게 신앙고백 강요 마세요 1 임종 2016.08.17 166
12415 임이 오는 소리.......가인, 민서 리라 2016.07.12 82
12414 임은정 검사의 최종진술: 아, 오늘 커피맛 짱!!! 2 김원일 2015.12.04 260
12413 임은정 검사님, 사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울림 2015.12.03 187
12412 임신부·어린이도 마음 놓을 수 없다 조심 2015.06.18 54
12411 임시정부 법통’ 한국사 집필기준서 뺐다 경향 2015.09.06 102
12410 임박한 <마지막 위기> 예언 2015.05.25 85
12409 잃은 양 이야기에만 정신 팔린 세월 7 김균 2015.06.02 348
12408 잃어버린 우산 - 우순실 serendipity 2014.09.30 708
12407 잃어버린 5년 2 로산 2012.04.01 1862
12406 잃어버린 3 6초 시사인 2014.04.25 830
12405 읽은자들과 읽지 않은자들의 제각기 다른 세상 4 fallbaram. 2015.05.06 265
12404 읽어볼만한 책이 나왔습니다.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진실> 1 죽은노무현 2013.11.11 1534
12403 읽어보시고 댓글 좀 다세요잉 3 로산 2011.02.24 1908
12402 읽어도 읽어도 좋은 글 좋은글 2015.06.03 206
12401 읽다보니 가슴 찡하고 눈물 납니다 - 홀로되신 시아버지를 둘째 며느리가 모시기까지 살다가 2011.07.25 2825
12400 읽기 쉽게 정리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무인기 1 김균 2014.04.12 897
12399 읽기 쉽게 올린 글=진보적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여덟 가지 선언 로산 2011.12.18 1043
12398 일휴보다 더 급한 것 - 웃자고 1 전쟁 2014.11.22 380
12397 일탈. 2 박정희여식 2013.12.05 1396
12396 일찍이 공산당의 정체를 파악하고 대결을 선언하여 승리한 건국 대통령 KT 2011.07.27 1231
12395 일제 한국식민지가 축복'이라던 매국노 한승조,=유유상종한다네 로산 2012.12.10 1100
12394 일제 강점기 시대 (귀한사진) 1 새마음 2010.12.06 6806
12393 일점일획 1 southern cross 2013.01.25 2051
12392 일점 일획도 변치않는 율법의 영원성 12 fallbaram 2014.09.22 616
12391 일자리 로산 2013.03.07 2439
12390 일의 결국을 들었으니..... 구원은 계명을 지켜서이다 2 김균 2016.08.20 114
12389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김균 2014.05.05 894
12388 일월산에서 만난 안식교인 2 지경야인 2011.12.10 1329
12387 일욜흄녕이여 영원하라!!! 일욜흄녕 같은 소리 7 김원일 2012.10.19 1127
12386 일욜흄녕이 정말 내리고 예수가 재림한다면 나는 그에게 따진다. (문제는 일욜흄녕이 아니야, 이 바보야.)-수정 15 김원일 2011.07.27 2794
12385 일욜 흄령이 확실한 이유 1 왈수 2014.11.23 448
12384 일요휴업령이란 덫 7 일요휴업령 2014.11.22 561
12383 일요휴업령에도 살아남을 자들은? 7 남은백성 2014.11.22 479
12382 일요일휴업령때, 일요일에 휴업한다고 해서 짐승의 표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예언 2014.11.24 456
12381 일요일휴업령과 인지부조화 3 인지부조화 2011.03.15 3400
12380 일요일에 예배드리기 시작한 SDA교회 1 file 김주영 2015.02.08 581
12379 일요일법령 어디까지 왔나 - 김대성 목사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한국연합회장) 2 빨리빨리 2015.02.21 401
12378 일요일법령 어디까지 왔나 - 김대성 목사 6 불국사 2014.11.12 778
12377 일요일법과 밥그릇 싸움 김주영 2012.03.22 1239
12376 일요일교회 목사의 안식교회 강단설교 1 이즈미 2014.12.19 550
Board Pagination Prev 1 ...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