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 정로섬
아버지 시린 무릎
징검다리 위에 듬성듬성 눌러 앉았다
저 멀리 무성한 풀대 찬바람 불면
흙속의 제 살 꺼내 가쁜 숨 토하듯
강물의 잔뿌리 붙잡고
지탱하는 마디마디
철석거리는 마찰 엄습할 때마다
잠긴 저 무게도 조금씩 휘어간다
아버지의 삶은 그랬다
소라의 몸속 비어내고도
끝없이 들려오는 잔잔한 목메임
곱사 등살 밋밋한 등뼈로 내려앉은 돌판
한 생을 실어 나르며 짓무른 살점
강물 속에서 씻어낸다
부글거리며 토해내는 퍽퍽한 새벽 담배연기
저 시린 관절은 얼마나 많은 길을 내어주었던가
굵은 뼈들이 점점 쇠해가는 시간 속에
제 살 다 내준 지겟대 하나가
무거운 몸의 중심을 잡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