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떼어낸 자리를 차지한 스크린

by 진주 posted Jul 07, 2015 Likes 0 Replies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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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지도 십여년이 훌쩍 넘어가버려 한국의 기억은 치매가 와 버렸다.

도시도 변하고 사람도 변해서 추억은 있으나 장소는 바껴버린 곳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 첨 와서 참 낯설었던 모든 것이 이제는 생활속에 고정되어져 편리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한국 뉴스를 보면 집앞의 다닥다닥 붙은 마켓들 식당들 모텔들이 이젠 낯설다.


월마트가 있는곳엔 99센트 마켓이 따라다니고 티제이 맥스가 있는 곳엔 마샬이 있다.

깨끗하고도 편리함이 개국의 지표인양 미국은 사람중심으로 발전되어온 흔적이 널려있다.

이 교회에 처음 왔을 때 그 낯설었던  기분은 이제 없지만

변치않는 낯선 기분 한가지는 안식일마다 계속된다.


앞으로 666 칩을 받게 되면 사람의 두뇌를 조종하는 적그리스도가

거대한 컴퓨더 시스템앞에서 기계인간처럼 사람을 노예화한다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예배때마다 나는 왜 그 장면이 자꾸 눈 앞에 어른거리는지...

왜 그것이 필요한지 몇 번 남편에게 물어보았으나 

그냥 그렇게 해  왔다는 것이 대답의 전부였다.


그 곳을 중심으로 안식일학교 시간엔,  돌아가면서 간증을 하고

어떤 날은 신앙 계획을 나누고 서로 기도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예배가 시작되면 모두들 한 곳을 바라본다. 

찬양할 때도 설교를 들을 때도 누가 나와서 간증할 때도

부목사님이 나와서 활동보고를 할 때도 모두 그 곳을 바라본다.


예배 후 교과 공부를 하기위해 모두들  함께 자리를 이동한다.

물론 다른 장소에도 그것이 있다. 그리고 주어진 딱 한가지 책으로 성경공부를 한다.

아무리 독특한 신앙의견이나 체험이 있어도 

그 책의 내용과 맞아 떨어져야 얘기할 수 있다. 다른 얘기는 용납이 안된다.

책 저자가 정해놓은 답을 찾아가는 미로놀이를 볼 때도 있다.

나는 그럴때마다 거대한 컴퓨터 앞 적그리스도의 스위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촛점없는 666 칩을 받은 사람들이 떠 올라 죄송하지만 속으로 혼자 웃기도 한다.


교회올 때, 찬미가도 필요없고 어떤이는 성경책도 필요없다.

다 보여주고 보여주니 힘들게 찾아서 시간 허비할 필요가 없다.

자료까지 찾으면서 다 보여준다. 꼭 월마트 옆 99센트처럼.


정기적 기도 모임이 있다 해서 가보니 기도는 5분하고 두시간동안 설교자료만 쳐다보고 왔다.

찬미도 그 한곳을 바라보며 입은 닫고 눈으로 부르는 기이한 예배도 드린다.

어떤 날은 영상담당이 화장실에 갔는지 찬미가를 3절로 넘기지 못하니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그 곳만 쳐다본 결과다. 그 쉬운 찬미가도 못외우고 있었다.

젊은이들이 가슴에 성경과 찬미를 붙이고 예배당을 들어서는 모습은 아예 없다.

이 편리함이 주는 독소를 한번쯤은 분석해 봐야 할 것 같다.


다니엘서의 그림설명, 십사만사천인의 조건부 설명, 앵무새같은 선교보고...

모두 다 그 곳을 쳐다보고 아멘한다. 

아기들의 동화책엔 그림이 전부다. 그림으로 이해력을 돕고자 함이다.

그것처럼, 그것처럼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보여줘야 믿고 설명해줘야 알 수 있는 것인가.


밤새 성경을 읽다가 밑줄 친 빨간 볼펜을 미쳐 빼지 못하고 들고 다니는,

찬미가를 부르며 은혜를 받다 흘린 눈물에 구불구불해진 예수사랑 책자국이 있는 

그 자료가 예배에 필요한 안식일의 제물이 되기를 바람이다.

다양성과 새로운 의식을 두려워하면 

우리 하나님은 안식일마다 쉬어빠진 제물만 드실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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