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오․오․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오․오․오․오․ 연달아서 몰아온다. 간밤에 잠 살포시 머언 뇌성이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 철썩, 처얼썩, 철썩, 처얼썩, 철썩 제비 날아들 듯 물결 사이사이로 춤을 추어. -정지용 <바다 1> 바다는 뿔뿔이 달아나려고 했다. 푸른 도마뱀떼같이 재재발렀다. 꼬리가 이루 잡히지 않았다. 흰 발톱에 찢긴 산호(珊瑚)보다 붉고 슬픈 생채기! 가까스로 몰아다 부치고 변죽을 둘러 손질하여 물기를 씻었다. 이 애쓴 해도(海圖)에 손을 씻고 떼었다. 찰찰 넘치도록 돌돌 구르도록 희동그라니 받쳐 들었다! 지구(地球)는 연(蓮)닢인 양 오므라들고…… 펴고…… -정지용 <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