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 前대표, 창업주 고소
“나 자신도 법의 심판 받을 것”국내 굴지의 대형 출판사인 김영사와 스타 출판인 박은주(사진) 전 대표가 수백억 원대의 송사를 벌이면서 신경숙 표절 파문에 이어 출판계가 또다시 독자의 신뢰를 잃는 사태가 벌어졌다.
최근 한국의 대표 작가 신경숙의 표절 파문과 그 논란 과정에서 주요 문학출판사들의 폐쇄적 행태가 도마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는 박 전 대표와 김영사가 종교, 돈, 경영권 다툼이 뒤엉킨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지난해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회복되지 않은 출판계는 또다시 타격을 입게 됐다.
출판인들은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양측 싸움으로 이제까지 책을 만들어온 숱한 편집자들, 이들의 노력으로 나온 책들, 책을
사랑한 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김영사와 박 전 대표가 갖는 대표성 때문에 이번 다툼은 한 출판사의 내부 분쟁을 넘어 책 시장에 상당한 도덕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전북의 한 사찰에 머물고 있는 박 전 대표는 2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독자들과 출판계 동료들에게 부끄럽고, 직원들에게 죄송하다. 참담한 심정이다”면서 “김강유 대표를 법정에 세우겠다는 것은 나 자신도 법의 심판을 받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내가 나서면 시끄러워지기 때문에 30년 가까이 혼을 바친 김영사를 지키기 위해 지난해 5월 대표이사 사장직을 사임한 뒤 잠적했다”면서 “하지만 김영사가 배임 횡령 혐의로 고소한 직원이 지난 4월 무혐의 처리되자 내가 직원 편을 들었다며 형사 고발하겠다고 하는 등 압박의 정도가 도를 넘었기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23일 김영사 창업주인 김강유 대표이사 회장을 353억여 원 규모의 업무상 횡령, 배임 및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배정된 상태다.
박 전 대표는 김 회장이 자신의 형이 대표인 회사에 35억 원가량을 부당 지원하도록 했으며 지난해 6월 대표
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회사에 근무하지 않으면서 급여 등의 명목으로 7억여 원의 급여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소유한 김영사 주식, 서울 가회동 가옥에 대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45억 원을 주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주지 않는 등 285억 원의 재산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영사 측은 “박 전 대표가 불의한 방법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쳐 지난해 3월부터 감사를 벌였다”며 “이 과정에서 지난해 5월 말 퇴사했으나 20년 넘게 일해온 전임 대표에 대한 예우와 사회적 실망 등을 고려해 이 같은 사실을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박 전대표는 사임 직전인 지난해 4월 김회장이 주주 총회를 소집해 회계경리 부분 권한을 박탈하고, 배임횡령죄 자술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회장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 전 대표를 고소할 것인가에 대해 “이미 그러지 않기로 합의 했고, 스승으로서 피하고 싶은 일이기에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1983년 김영사 편집장으로 입사한 박 전 대표는 32세였던 1989년 대표로 발탁돼 지난해 사직할 때까지 ‘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먼나라 이웃나라’ ‘정의란 무엇인가’ 등 숱한
베스트셀러를 내 출판계의 미다스 손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