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신문에 내고 싶은 글-안녕이라고 하고 싶은 말

by fallbaram posted Aug 07, 2015 Likes 0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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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는 킹스파라는 찜질방이 하나 있는데 시설이나   실내의
분위기가 한국의 어떤 찜질방 보다 질이 높고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아니라
스파 문화에 익숙한 동유럽 출신의 이민자들에게도 찜질방은 대단한 인기를
끌고있으며 가히 시카고의 명물로서 자리잡고 있다 .
 
모처럼 친구가 나를 만나러 시카고엘 왔는데 자칫 지루할 있는 일정에 찜질방이
있어서 다행이었고 이른 오후부터 한나절을 보내기 위해서 그곳을 찾았다 .
일행 여섯이서 우선 황토방에 들어가서 딩굴기로 하고 누웠는데 백인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 오더니 다짜 고짜 "six mothers and six Korean daughters!" 라고
떠들어 댄다 . " 여섯명의 어머니와 여섯의 한국인 딸들 " 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벌떡 일어나 앉아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 보았다 .
 
덩치가 크고 매우 건강미가 넘치는 사오십대의   백인 여인이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그말의 뜻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
자신은 오하이오의 신시내티  ( 차로 다섯시간 거리 ) 에서 왔으며 한국인 여자 아이 하나를
입양해서 키우는데 자신과 함께 온   일행으로는 한국인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는 다른 다섯
엄마들도 있다고 한다 여섯 엄마들이 여섯   아이들을 데리고 시카고에 와서 입양아들을 위하여 한국적인 냄새를 맡아 보기위해서 사박 오일의 일정으로 왔다는 것이다 .
 
얼마 있지 않아서 나머지 다섯 엄마들이 들어 오고 뒤를 따라서 우리의 얼굴과 피부를 닮은
고만고만한 십대의 여섯 한국 입양아들이 들어 왔다 . 행여 아이들이 피부가 다르고 얼굴 생김새가
달라서 외롭고 열등한 의식을 갖게 될까봐 그들은 아이들이 매우 어린 시절부터 서로 한국 입양아의
모임을 갖게 되었고 십년이 넘도록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입양한 아이들을 위해서 배우고 의논하고
함께 여행도 하는 아주 가까운 사이들로 발전을 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입양아들 끼리
친구를 사귀며 똘똘 뭉쳐서 사는 쉽게 깨어질 없는 아니 세상 어느 귀퉁이에서 쉽게 찾아 없는 화기 애애한 공동체를 건설한 것이다 .
 
 
내나라 내민족 내교회 그리고 가족이나 자식들이 아닌것은 어떤 것이라도   쉽게 들어 앉을 없는 특이한 한민족인 우리들의   배타적인 시선에 그들이 천사처럼 화사한 얼굴로 입을 열어 자신들이 데리고 낮설었던 아이들을 위해서 밤낮 쏟아내는 낳지 않고도 기르는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경이롭고 한편으로는 저렇게 수많은 입양아들을 보내 놓고도 나하고는 무관한 것처럼 살아가는 인심   좋고 물좋은 나라 출신의 내가 한없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
 
오직 자기들의 아이들을 위하여 알고자 하는 그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면서도 나의 어깨는 무엇인가 점점 무겁게 억누르고    있음을 감지했지만 한시간 정도 왁자지껄하게 떠들던 그들이 다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하여 자리를 후에야 그것이   진정 부끄러움과 고마움과 존경의 무게였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
 
특이하게도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우리가 지금 딱히 어찌할 수도 없는 과거사인 지나간 날들에 있었던 일들에만 온갖 관심과 인정을 쏟아내곤 한다. 이를테면 일제 시대의 정신대 이야기나
육이오 참전 미군용사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등.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는 현실속에 진행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아픔을 외면하고 과거나 미래의 이야기에만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을 한번 생각해 보자는 말이다.
 
그러고 며칠이 지나서   어쩌다 친구의 권유로   평화통일 자문 위원이라는 평소에 어울리지 않는 갑옷같은 하나 걸치고 시카고를 중심으로 하는 제 17 중서부 평화통일 자문위원회의 집회에 참석을 했다.
 
아마도 과거의 고등학교 교사 경력이 있어서 그랬는지 이름이 소속되어 있는 자리는 여자 청소년을 위한 선도 분과 위원회 였다. 된서리가 내린 늦가을의 보리밭 같이 평균이 칠십은 될것같은 하얀 머리칼의 노인분들이 대부분이고 간간이   단정한 옷에 진주목걸이를 걸친 중년 여성분들이나 바라만 보아도 싱싱한 인상들의 젊은 남자들이 섞여 있기도 했다.

스물 아홉살에 미국에 이민자로 공부하던 지금의 아내하고 결혼을 하고 치마 자락을 붙들고 미국으로 건너와서 살아온 날들이 벌써 삼십 오년째다. 어디든지 언제나 만발하게 피어있는 유두화의 도시 캘리 포니아의 오렌지 카운티에 신혼을 차리고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창문을 열면 오렌지 향기가 기다렸다는 듯이 날아와 코를 간지럽히던 낭만의 도시를   떠나 텍사스와 미시간과 다시 오하이오를 거쳐서 지금은 바람의 도시 시카고로 와서 살게 되었는데 평생의 반절 이상을 미국에서 살아온 내가 다시 반절이 되지 않게 살았던 조국의 일로 연결이 되어 참석한 평통의 개막 행사에서 다시 한번 대단한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심하게 이야기 한다면 마치 내가 국민학교 ( 초등학교) 시절   천황중심의 일제문화가 깊고 넓게 드리워 있던 소위 개화기 시절의 딱딱한 식순과 분위기가 한치도 다르지 않게 박물관의   유물처럼 보존되어 반복하고 있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온듯한 사실이 더욱 놀라웠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선서등 그리고 나만 빼고는 여름날에 모두 정장에 넥타이를 메고 오신 분들의 모습들이 마치 지금 청화대 박대통령 앞에 있는 듯이   엄숙하고 정숙했다.   시카고 영사의 이름은 식순의 모든 구절마다 반복하는 이름이 되고 서로가 서로를 치하나는 듯한 말장난 속에서 이래 가지고 서독과 동독이 이룬 그런 영광스런 통일이 것인가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평화통일 자문위원회"로 인하여 통일이 촉진이 것이라는 뜬구름 잡는 연설이 쏟아지는 싯점에 낮선 백안의 여인들이 우리가 간수하지 못한우리의 얼굴과 핏줄을 가진 입양아들을 데려다가   기꺼이 어머니가 되어 서로서로 손잡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린 알아야 하고 그들을 위한 분과 위원회가 아닌 특별 위원회가 의당 있어야 것이며 넥타이를 메고 오직 식순을 위한 모임이 아니라 실제 우리가 무엇을 것인가를 위한 고개숙임이 절실하다고 느끼면서 마지막 연설자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나는 자리를 뜨고 말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국민 교육헌장 전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는다.밖으로 인류공영에 이바지 할때가 벌써 사십년이 지나가도록 그 공영이 실현되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인의 부모가 쓰레기 처럼 버린 내 핏줄들이 무상불 쓰레기 통에 담기지 아니하고 누구도 그렇게 기르지 못할 정성으로 길러지고 있다는 한편 고맙고 한편 참담한 현실속에 우리가 그들을 위한 지극한 관심의 팻말을 가슴에 품지 못한다면 입버릇처럼 써먹는 이야기 즉 이북에 굶어죽고 있는 그 불쌍한 민족들이 있다고 떠들어 대는구호는 구호로만 끝날 뿐이다. 통일이 먼저 되어야 할 것은 입양아들과 미국의 한인 사회복지의 의지라는 것 잊지 말고 당장에 그런 특별 단체를 구성하고 심혈을 기울일 때 통일은 가시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넥티이를 정중하게 메고 그렇지 않으신 분들이 많겠지만 일제의 그런 것들이 아직도 우리의 뿌리인양 부여잡고 살아가는 형식주의로만 전락한 한 세대의 모습들을 향해서 제발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작별의 인사 한번 정중하게 올리고 싶다.
자국의 병사 하나가 포로가 되면 그 포로를 도로 찾기 위하여 또 다른 피를 쏟아 낸다 하여도 그리 할 수 있는 이스라엘과 일본의 국민 존중과 사랑을 우리 한번 가슴에 새기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동네에 수도 없이 모국의 뿌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라나는 우리의 핏줄들을 위하여 미국의 이민자들은 어떤 형태로든지 가슴의 온기를 쏟아야 할 것이다 .
 
그 입양아들을 데리고 오는 조건으로 공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도 그 입양아 숫자 못지 않게 내 주변에 많이 있는데 우리는 진정 킹스파에서 만난 낮선 사람들의 입술에서 그들이 안녕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가 ?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데리고 온 그 아이들의 나중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은가 ?
시카고의 평통이여 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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