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비누

by 아침이슬 posted Aug 16, 2015 Likes 0 Replie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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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비누

20081110

       가정주부로 오랫동안 살다보니 빨래 박사가 되어버렸다. 우리 여섯식구들의 빨래만 해도 여간 큰일이 아니다. 큰딸 둘은 시숙사에서 따로 빨래 하기 때문에 요즈음에는 네식구의 빨래만 하고 있다.  어제 빨래하는 날이였다. 산더미 같은 빨래을 하는데 이제는 빨래비누를 살때가 되었다. 이번에 조금 특별한것은 아주 오랫만에 산다는것이다. 무엇이 이유였을까?

       지난 5월 초에 큰딸이 미시간에서 대학 1년을 마치고 여름방학이 되어 집에 왔다. 언제나 어디에서나 모든면에 최선을 다하는 참으로 귀하고 착한 딸이다. 한창 용돈을 풍덩풍덩 쓸 나이인데도, 늘 자신에게는 충분한 돈이 있다고 용돈을 받기를 거절한다.그는 학교에서 투터로 알바를 해서  한달에 $150.00 정도 수입이 있다. 그돈도 너무 많아서 쓸데가 없다고 많은 부분을 저금한다. 장차 의사가 되어, 그때 버는 돈은 어디다 쓸지 궁금하다.어린시절부터 장난감을 사주면, 좋아하지 않았고 집안에서 쓰다가 필요없게 된 물건만. 빈병 과 조그만 상자 등,  가지고 놀았다. 어렸을때부터 이날까지도 다른사람들이 입던옷을 쾌히 받아 입는다.

       나는 다른분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이 입던 옷을 주면 고맙게 받아서 아주 요긴하게 잘 사용하였다. 그래서 나도 우리아이들이 입다가 아직 품질은 좋지만 작아서 못입게 된 옷을 다른 분에게 준일이 있었다. 우리가 그당시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에 입주자인 멕스코계통의 사람이였다. 남편과 어린 아이들 셋을 데리고 살았고, 늘 경제적으로 힘들어 매달 렌트비도 제시간에 못내고 마즈막에는 몇날 내지도 않아서 퇴거시켜해야 하는 상황이였다.      나는 이렇게 좋은 옷들을 한보따리 주면 도움이 되어 좋아할줄 알았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거부하였다. 임대비도 못내면서 백화점에 최고급 새물건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어처구니가 없기만 하였다.

       딸자랑 하나 더 하고 싶다. 그는 내성격의 소유자이다. 내성격이라는 것이  딸의 생애의 거침돌이 되지 않게 되기 위하여 많은 생각들을 진지하게 하였다. 우선 어린딸을 집안에서만 데리고 있지 않고 아이들이 많은곳에 노출시켜서 그런 환경에익숙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원했다. 그가  3살 되었을때부터 어린아이들이 모여서 같이 노는 푸로그램에 열심히 데리고 다녔다. 당행이도 안간다고 때쓰지는 않았다. 어리고 비사교적인 딸을 모르는 아이들 가득한 방에 떼어놓고 나올때 내마음에 큰 무리가 되었지만 그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마치는 시간에 데리로 가면 혼자서 우뚝 서있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뜨끔거리던 기억이 섬세하게 떠오른다. 어린딸이 내 귀에다 대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비밀을 속삭였다. “ 엄마, 아무도 나하고 놀고 싶어하지 않아.”

       그런  고백에 어떻게 응해야  정답일까? 이렇게 단체생활/사회 생활 을 시작한 딸이 대학 2학년이다. 공부도 잘하고 2년째 학생 상원의원으로 선출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수숩다고 뒷켠에 물러서서 이것저것 핑계대면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지 않고 무엇이든지 자부심을 가지고 삶의 의욕이 왕성하여 열심히 사는 딸이 대견스럽기만하다.

       지난 5월에 집에 오면서 자기 짐 외 다른 물건들을 가지고 왔다. 빨래비누 10통정도를.  빨래비누를 왜 이렇게 많이 사왔니? 학교 근처에서 세일 해서 그랬니? 하고 물었다. 그런것이 아니고 기숙사 친구들이 쓰다가 남은 빨래비누들이란다. 자기는 두시간정도 차를 타고 집에 오지만 많은 친구들을 비행기를 타야한다. 그러니 쓰다가 남은 비누는 쓰레기 통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을 주워온것들이다.

       혹시 내딸이 구질구질 하다고 말할수도 있지만 나는 다르게 말한다.이러한 생활태도를 가진 내딸이 귀중하고 더 없이 소중하기만 하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것을 가진 부자라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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