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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될 수 없는 열일곱의 너, 아주 예뻐"
[세월호+500]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
허환주 기자(=안산) 2015.08.29 06:59:50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아있을까. 28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00일이 됐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국회, 청와대 등에서의 노숙농성,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도보 행진, 단식에 삭발식까지…. 셀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유가족이 느끼기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책임자 처벌은 고사하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진상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500일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따름이다. 

지칠 만도 하다. 하지만 하늘로 떠난 자식들이, 형제‧자매가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4·16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경기도 안산시 안산문화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 문화제'를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 이유다. 이날 추모제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 그리고 학생 20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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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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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최형락)


"억울해서 아직 울어본 적이 없습니다. (세월호 이후) 바뀌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울 수 있지 않을까요."(전명선 세월호참사가족대책협의회 위원장) 
"500일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김혜진 416연대 공동상임위원) 

각오를 다지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함께 하겠다는 응원도 이어졌다. 방송인 김미화·김제동, 크라잉넛, 배우 권해효·김여진 등은 "힘내길 바란다"며 "잊지 않고 있다"는 영상편지를 보냈다. 

세월호 참사로 자신의 여동생을 잃은 남서현 씨는 장문의 편지를 읽었다. 동생인 단원고 2학년 2반 남지현 양에게 쓴 편지였다. 남 씨는 동생에게 "이젠 언니가 다 하겠다"며 "빨리 가진 못해도 (진상규명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편지를 읽는 내내 울먹이는 남 씨를 보면서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도 눈물을 보였다. 다음은 남서현 씨 편지 중 일부다.   

사랑하는 내 동생, 네가 내 앞에 있다면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하느라, 며칠 밤을 새울 정도인데 벌써 500일이 지났어. 이렇게 지나가는 시간이 분하기만 해. 더이상 네가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난 날, 너 없는 집으로 들어가는 게 무서웠는데… 언니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 그래서 미안해. 

나는 아직도 네가 어제 여행을 떠난 것 같아. 떠나기 전날 밤늦도록 짐을 싸던 모습이 생생해.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더 봐줬어야 하는데… 더 꽉 안아 주지 못해 미안해. 다치지 말라고, 아프지 말라고 말하지 못해 미안해.  

네가 스무 살도 못 살고 떠날 줄 알았으면, 네가 먹고 싶다던 거 다 사주고 갖고 싶다는 거 다 주고, 매일매일 바라보고 안아줄걸. 예뻐만 해주고 사랑만 해줄걸. 정말 보고 싶어. 너의 친구들도 보고 싶어. 한 번 모이면 시끄럽게 웃던 너희들. 꿈 이야기를 한참 하던 너와 너의 친구들이 보고 싶어. 얼마나 떠나기가 싫었을까. 

네가 내 몸에 낸 흉터만 봐도 네가 생각나. 매일 잠들기 전, '언니, 언니' 하고 부르던 거 생각나. 매일 눈, 코. 입 하나하나 생각하다 잠이 들어. 세수를 하다가도 거울에 비친 너를 봐. 너도 나처럼 숨 쉬었으면 좋겠어. 너도 나처럼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어. 이제야 알겠더라. 나랑 가장 닮은 얼굴이 너였어. 

스무 살이 된 너를 볼 수 없고, 예쁜 신부가 된 너를 볼 수 없고, 너의 아이에게 이모가 될 수 없어. 누가 너를 앗아갔을까. 너무 화가 나.  

나는 네가 떠난 날부터 수없이 죽고 싶었지만, 살고도 싶어. 온종일 울고 싶지만, 아빠와 엄마를 보면 웃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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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최형락)


누구보다 밝게 커 줬는데, 영어 학원 보내달라고 할 때, 철모른다고 해서 너를 울게 했던 거 정말 미안해. 자꾸 생각나. 내가 너를 울게 했어. 철없고 바보 같았어. 미안해. 

너는 아무것도 안 해도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아이야. 열일곱의 너는 아주 예뻐. 그러니 거기서 친구들과 잘 놀고 있어. 언니는 너 없는 이곳에서 행복할 순 없지만 살아갈게. 너무 아팠지? 너무 고생했어. 

지현아, 언니 동생이어서 고마워. 이제 앞으로 언니가 다 할게. 절대 포기하지 않을게. 빨리 가진 못해도 포기하지는 않을게. 언니 동생이어서 고마워. 우리 다시 만나는 날 그땐 절대 헤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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