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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추석이 공휴일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분명히 추석날 학교에 나갔었다.

차례를 지내고 오라는 뜻에서 오전 10시까지 등교했던 기억이다.

(우리 학교만 그랬는지 아니면 전국의 모든 학교가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초등학교 2학년 추석날, 제사가 없었던 우리집은 같은 동네에 사시는 외할아버지 집에서 차례를 모셨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요즈음 아이들에게는 이 말이 별로 실감나지 않겠지만, 먹을 것이 귀했던 그 당시 차례상에 올려진 풍성한 음식은 우리 조무래기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날도 차례를 지낸 후 맛있는 음식을 배터지게 먹고 나서, 또 내 인생에서 본 고구마 중 가장 큰 삶은 고구마 한 개를 먹으면서 학교로 갔다.

큰 고구마를 삶으면 가운데가 덜 익는 경우가 있는데 그날 그 고구마가 그랬다. 고구마 가운데에는 반쯤만 익어 있어서, 씹을 때마다 잇발자욱이 선명하게 나 있었던 기억이다.

 

교실문을 여니 이미 선생님은 수업을 진행하고 계셨고, 내가 거의 마지막이었다.

고구마를 먹으면서 교실로 들어오는 나를 보신 담임선생님은 화를 내셨다. 지각한 주제에 여유 있게 고구마를 우적우적 씹으면서 교실에 들어오는 모습에 화가 나셨을 것이다. 결국 나는 고구마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칠판 옆에 꿇어 앉아야만 했다.

 

잇발자욱이 선명한 덜 익은 고구마를 받쳐 들고 교실 앞에 꿇어앉아 있으려니, 안 그래도 장난이 심한 친구들이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장난을 걸어왔다.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맞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에게 걸려서 알밤도 한 방 맞았다.

(얼마나 아팠던지!!)

(장난을 걸어온 녀석들은 안 맞고, 나만 맞았다. 얼마나 억울하던지!)

 

커다란 고구마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칠판 옆에 꿇어앉아서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에게 알밤을 한 방 얻어맞고 아파서 인상을 쓰던 8살 소년의 모습.

학교에 가는 나를 불러서 솥에서 가장 큰 고구마를 골라 손에 쥐어 주시던 그리운 외할머니의 모습.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겨운 추억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궁금하긴 하다.

왜 그때 추석이 공휴일이 아니었을까?

  • ?
    공휴일 2015.09.24 18:56

    추석이 공휴일이 아닌 적이 있었나요
    어느 곳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특별수업을 했겠지요

  • ?
    한가위 2015.09.24 19:28
    아마도 설 (구정) 날을 착각하고 있는듯 하다
    햇 고구마가 추석 지나고 캐는거로 알고 있는데
    나도 가물가물 하네
  • ?
    달님 2015.09.24 21:52
    리얼하게 와닿는 고구마 잇빨자국 ㅎㅎ
    잼나게읽었어요
    근데 샘이주신 알밤이 밉네요
    원글님 머리 지못미 ㅠㅡㅜ
  • ?
    이슬 2015.09.25 02:06

    저와 취미가 비슷한 유일한 딸은 한국문화 체험 방문을 벼르고 있습니다.
    한국나가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엄마가 태어나고
    자라난곳을 가보고 싶다고 대답합니다.

    저도 43년전에 고국을 떠난후, 서너번 다시 방문했었지만 아주 짧은 시간들 이였습니다.
    저 역시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문화체험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이 오면 저는
    친정 어머님이 태어나시고 성장하신 강원도에 제일 처음 가고 싶습니다. 경치 좋고, 공기
    좋고, 인심좋다는 강원도에 저의 조상님들이 계십니다. 아버지는 북한분이시기 때문에,
    아직은 가볼수가 없습니다.

    기승을 부리던 후덥지근한 날씨는 한층 수그러들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맘때,
    외할머님이 생각납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집에 오셔서 , 강원도 별미인 감자떡을 맛있게
    만들어 주셨던일이 아직도 기억에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몇번 먹어볼기회가 있었지만, 저는
    강원도에서 오리진얼 감자떡을 맛보는 일이 저의 버켓리스트 제 1호 입니다.

    추석에 대한 재미난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외할머님의 정겨운 추억속에 이번 추석에도
    맛있는 고구마를 많이 드셨었기를 바랍니다.

  • ?
    달님 2015.09.25 03:31

    이슬님 반갑습니다
    저의 고향이 강릉이네요 크헉 ~~~
    초딩때 떠나온 경포대 바닷가랑 대관령 골짜기숲들이 항상 그립네요 ㅠ
    감자떡, 감자전, 메밀부침개, 감자옹심이, 옥수수 그리고 동해바닷가에서 말린 깨끗한 생선 그 맛을 잊을수가없어
    자주 놀러가먹습니다

    아참 제가 젤 좋아하는 쑥절편 흠 ~ 이 쑥절편을 드셔본 분들은 옆사람 홀랑 죽어도 모를 마약 같은 맛 이에요

    제 고향 강릉은 떡 빼는 기계들이 아직까지 옛날것을 그대로 사용하네요

    전국적으로 절편 떡 모양이 얇고 납작하게 다 변했어도 제 고향 쑥절편은 아직 예전 기계 그대로 떡을 빼주셔서

    진짜진짜 맛 나네요

    적고보니 자랑만 잔뜩 해놨군요 ㅎㅎ

  • ?
    달님 2015.09.25 04:02
    이거 고향 막 밝혀도 되나 모르겠다
    세월이 하 수상한데 ... 조금 걱정되네
    아이구 내 소심한 마음이여!
  • ?
    동심 2015.09.25 05:17

    다 먹어 봤는데 메밀부침개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네요
    그 시절에 신선한 생선으로 만든 생선전이 제일 먹고싶고
    새로 사주신 힌 운동화 신고 다니면 날아갈것 갇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집에와서는
    묻은흙 물로 닦아내고 얼룩진대는 치약 발라서 커버 하고 ㅎㅎ

    요번 추석엔 생선전이나 실컷 먹어야겠네요
    그때 그맛은 아니드라도

  • ?
    달님 2015.09.25 05:36
    메밀부침개ᆢ김치를 길게 찢어 두세가닥 넣고
    부춘지도 서너개 넣고 지져주는 그 맛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답니다 ㅎ
    입에서 살살녹지요 ㅎㅎ
    메밀묵도 맛나고 곤드레나물밥도 먹고프고다
    아흠 얌냠 ㅎㅎ
  • ?
    이슬 2015.09.27 14:07
    강원도에서 감자떡 맛볼 생각뿐이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음식이 많이 있었군요.

    저는 강원도에서 살아보지 않았지만,
    감자를 무척 좋아합니다. 저의 절반이
    강원도 사람이라서 그런가봅니다.
  • ?
    김균 2015.09.27 20:00
    요즘은 감자떡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나옵니다
    떡집에서는 쪄서 팔기만 해요
    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4개에 2000원 하듯이요
    내가 떡 중에 감자떡만 유일하게 좋아하거든요
  • ?
    달님 2015.09.28 04:32
    감자떡사정을 어찌 그리 잘아시는지요?
    혹 강원도 사시나요?
    감자떡도 공장에서 나온다니 새로운 사실 발견이네요
  • ?
    김균 2015.09.27 20:01
    이번 추석에 우리집은 유일하게 생선전했어요
    내가 낚아 온 게 제법 있었거든요
    딸보고 오지 말라고 했는데 갑자기 들이 닥치는 바람에
    애궁 잠도 설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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