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용해원 나에겐 당신의 열손가락에 붙잡힐 사랑이 없습니다 당신은 갈망하는 눈으로 쳐다보지만 나는 미친듯이 들판을 헤매이는 여인이 되었습니다 바람에 온몸을 날리며 흐트러지는 머리카락 소리가 신음처럼 들리는 나의 고통이 그대에게 무슨 사랑의 이유가 되겠습니까 붉은 노을 속에 불지르고 싶은 몸짓밖에 남은 것은 없습니다 그대와 마주 설 날이 다시 온다면 사정없이 밀려오던 모든 그리움을 다 떨쳐 버릴 수 있겠습니까 홀로 서서 몸부림치며 기다린 세월이 너무나 외로웠는데 그대는 감정마저 무디어져 가벼운 목례만 남기고 떠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가슴에 묻어둔 사랑이 아름답다는 말이 옳습니다 그대를 기다리다 모든 걸 다 잃어버렸는데 그대가 외면한다면 기다리던 내 마음은 이 가을에 한없이 흐느낍니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더 외롭게 몸부림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