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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상징, 광개토왕비

등록 :2015-10-23 19:23

 

[토요판] 정희진의 어떤 메모

<만들어진 고대>
이성시 지음, 박경희 옮김, 삼인, 2001
똑똑하다고 소문난 친구 몇몇이 진지한 자세로 말했다. “이름난 학자 부부가 있는데 이들이야말로 공부할 운명을 타고난 성골로, 그 이유는 ‘학벌’에다가 남편의 조상이 조선시대 유학자 ○○○라는 것”이다. 너무 웃겨서 나도 장난을 쳤다. “난 송강(松江)의 14대 직손이야”(아버지의 평생 신앙).

임란 이후 호적의 조작, 매매. 아니, 거기까지 갈 것도 없다. 신분 질서를 파기한 일제의 호적 개혁은 최고 근대화 ‘치적’이 아니었던가. 우리는 국정 교과서 시절의 국사조차 자주 잊는다. 단군이 신화가 아니라면, 고구려와 고려 시대에서부터 내 부모의 부모의 부모…를 찾을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이들은 못 봤다. 당시 ‘우리나라’는 있을 수 없었다. 고대사 서술에서 국가는 지금과 같은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9쪽).

국정 교과서 논쟁은 근대국가 건설 방식을 둘러싼 (좌우) 정치 세력 간의 방법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양측 모두,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아직 국가가 완성되지 못했다는 식민주의적 발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제크의 지적이 아니라도, 인류 역사를 통틀어 국가가 실현된 시공간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열망한다. 좋은 국가, 올바른 국사, 강하고 선한 지도자를.

재일 한국인 2세 이성시(李成市)의 <만들어진 고대 - 근대 국민 국가의 동아시아 이야기>는 고대 국가의 존재가 실체가 아니라 동아시아 각국의 근대에 대한 욕망의 산물임을 파헤친 역작이다. “이런 책이 많아야 한다”는 모델이 될 만한, 지적이고 흥미진진한 책이다. 국가주의에 반대하는 이들도 축구 경기 앞에서는 애국심으로 이성을 잃듯, 현대인의 “나는 훌륭한 조상의 후예”라는 자기 조작을 탈식민주의자의 버전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사가 근대 국가의 정당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발명(invention)된 것이라는 이 책의 주장은 앤더슨이나 홉스봄의 논의로서는 익숙하지만, 막상 ‘우리’의 광개토왕비나 발해사의 문제로 들어가면 비서구 사회가 얼마나 서구를 거울삼아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도 자랑스러운 6.39미터 크기에 30톤에 달하는 광개토왕비는 지금도 고구려의 수도였던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시(集安市)에 우뚝 서 있다. 우리가 열광하는 이 거대한 비석은 414년, 고구려의 장수왕이 아버지 광개토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것으로 1775자가 적힌 고구려 문화의 절정이다. 그중 아래 32자가 논쟁의 핵심이다. 남북한, 일본, 중국의 해석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百殘新羅舊是屬民, 由來朝貢, 而倭以辛卯年來渡□, 破百殘□□新羅以爲臣民, 백잔(백제)과 신라는 본디 속민이었으므로 조공을 하였다. 하지만 왜는 신묘년(391년)에 바다를 건너 백잔, □□(임나), 신라를 쳐부수고 신민으로 삼았다. 물론 이는 일본이 4세기 말부터 한반도 남부를 예속시켰다는, 19세기 일본의 주장이다. 아버지의 공적을 찬양하는 기념비에 왜(倭)의 활약을 적을 리 없다는 의혹에서 정인보, 북한의 김석형, 박시형 등에 의해 반박되었다. 그들의 해석은 “왜가 신묘년에 고구려에 왔으므로 고구려는 바다를 건너 왜를 쳐부쉈다. 백잔이 왜를 불러들어 신라를 침략, 신민으로 삼았다”이다. 일본의 탁본 조작설도 유명하다. 광개토왕비문은 역사는 해석의 경합임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제1부).

요지는 역사가 아니라 기록자다. 자기 체험은 문헌학자의 절대 전제다. 국정(國定)이 문제인 것은 사실 왜곡, 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분야의 문헌학자가 많아야 하고 그들의 논의가 범람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이 성숙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사가 붕괴되더라도-가장 바람직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교과서라면 찬성이다.

정희진 평화학 연구자
정희진 평화학 연구자
통치 세력의 입장에서 역사의 주요 목적은 국민의식의 육성에 있다. 그런데다행스럽게도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이미 그 과정에서 ‘육성’에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들어라, 우리는 안 믿는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 <암살>의 대사처럼 우리가 계속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정희진 평화학 연구자


노란 색상 배경은 퍼온이의 것.


출처: 한겨레신문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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