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래 / 이해인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이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싶고 죄 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움큼의 시들을 쏟아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가을은 깊어가네. 석남사 단풍 - 최갑수단풍만 보다 왔습니다 당신은 없고요, 나는 석남사 뒤뜰 바람에 쓸리는 단풍잎만 바라보다 하아,, 저것들이 꼭 내 마음만 같아 어찌할 줄 모르는 내 마음만 같아야 저물 무렵까지 나는 석남사 뒤뜰에 고인 늦가을처럼 아무 말도 못 한 채 얼굴만 붉히다 단풍만 사랑하다 돌아왔을 따름입니다 당신은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