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임시정부 법통’ 헌법 조항 박정희가 삭제했다

by 정부수립 posted Nov 05, 2015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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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임시정부 법통’ 헌법 조항 박정희가 삭제했다

등록 :2015-11-06 11:33수정 :2015-11-06 12:01

 1948년 발행된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우표.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1948년 발행된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우표.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 건립’ →‘4·19 의거와 5·16 혁명 이념에 입각해 새 민주공화국 건설’
5·16 쿠데타 뒤 빠졌다 1987년에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으로 복원
박근혜 대통령 8·15 경축사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 1948년을 건국 시기로 못박아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 직후 헌법을 개정하면서 대한민국 건립의 1919년 임시정부 법통을 삭제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딸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이라며 임시정부 법통을 외면하는 발언을 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행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6일 공개한 ‘헌법 전문의 변천’ 자료를 보면, 한국은 1948년 제헌헌법부터 제2공화국까지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며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고 적어 임시정부 법통을 명시하고 있다. 이 헌법 조문은 1948년 7월17일 제정된 뒤 1960년 11월29일 제4차 개정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정희 군부가 1961년 5월16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뒤 있었던 1962년 12월26일 제5차 헌법 개정에서 이 조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 4·19 의거와 5·16 혁명의 이념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설함에 있어서”로 바뀌었다. ‘대한민국 건립’ 시기가 1919년 3·1 운동 직후에서 5·16 쿠데타 이후로 바뀐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 쓴 정부수립 대통령 기념사.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이승만 대통령이 1948년 쓴 정부수립 대통령 기념사.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이 조문은 전두환 정권까지 비슷하게 유지되다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인 1987년 10월29일 개정된 제9차 헌법에서야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로 바뀌었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다시 임시정부에서 찾는 것으로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8·15 경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 시기로 못박는 발언을 했다. 교육부는 지난 9월 새 역사과 교육과정을 고시하면서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명시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역시 지난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한 날 연 기자회견에서 특정 교과서를 내밀며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북한은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수립으로 기술된 역사 교과서가 있다. 대한민국은 마치 국가가 아니라 정부 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했다”고 말했다. 이는 모두 1948년 7월 제헌 헌법과 1987년 민주화 이후 개정된 헌법 조문과 달리 뉴라이트 쪽 인사들이 주장하는 ‘1948년 건국절’ 관점에 입각한 발언들이다.

그러나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이 올해 광복절을 맞아 공개한 1948년 8월15일 당시 발행된 기념우표를 보면, ‘대한민국우표 정부수립기념’이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뉴라이트가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하는 이승만 대통령 역시 당시 ‘정부 수립 대통령 기념사’를 쓰면서 ‘대한민국 30년 8월15일’로 끝맺고 있다.

정진후 의원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임시정부에 있기 때문에 1948년은 ‘정부 수립’이라고 해온 것이 우리의 엄연한 역사”라며 “그러니 멀쩡한 검정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꾼 것은 한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친일파를 건국의 주인공으로 포장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학교 교육을 정권 입맛대로 주무르고 역사를 왜곡하는 박근혜 정부는 학생들에게 참 나쁜 정부”라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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