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바보짓은 혼자 다하고
이 말은 지난 목요일 4시간 걷고 온다고 하고 나가서
7시간 반을 걸은 바보인 나를 두고 한 말입니다
아침에 여장을 챙겨 포천 백운산으로 갔습니다
백운계곡 흥룡사 주차장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는데
인간에게 길들여진 고양이가 내 앞에서 뒹굴며 재롱을 피웁니다
베낭을 열고 비스켓을 하나 줬더니 먹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백운산을 거쳐 도마치봉을 그리고 하산하는 순서였는데
고생을 하려고 하니 올라가다가 도마치봉으로 가는 길로 샜습니다
또 올라가다가 오른 편으로 한 번 더 샜는데 그만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정상이라고 보인 곳으로 바로 치고 올라갔는데
거기도 등산로는 아니었습니다
간밤에 내린 비로 낙엽은 또 얼마나 미끄러운지
발바닥은 쥐가 나고 두 정강이는 근육통이 왔습니다
도마치봉을 지나기 전에 트랭글에서 소리가 나 열어보니
해 지기 전 55분이라고 경고음을 보냅니다
남은 거리는 두시간 반이 족히 남은 것 같은데 해가 진다니
달리 샛길도 없고 그냥 걸었습니다
음식은 샌드위치 한 조각 그리고 삼각김밥
그 날 따라 안 사가던 삼각김밥이 추가했기에 허기가 조금 덜한 겁니다
랜턴은 집에 두고 왔고
안경은 밟아 찌그러졌고
다리는 통증으로 자주 양말을 벗고 주무르면서
캄캄한 밤길을 걸었습니다
한 시간 반 이상을 운전하고 집으로 와서
얼떨결에 이실직고 했다가 들은 말이
똑똑한 척 하더니 세상 바보 짓은 혼자 다 하고 다닌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밤에 뒤척이며 다리를 혼자서 주물렀습니다
마누라는 감기가 와서 못본채 했기 때문입니다
낙엽이 널린 비탈길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동네는 그런 낙엽이 별로 없는데
눈 덮힌 산보다 더 걷기가 힘들었습니다
이젠 기억력도 자주 망가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교회에서 찬양대 지휘하면서 악보를 Ab에다가 후렴구를 F샵으로 달아
복사를 해서 나눠줬습니다 완전히 애궁입니다
12월 5일까지는 찬양발표회라서 강행군입니다
세상 바보짓은 혼자 다 하고 다닙니다
그래도 똑똑하다고 떠들었던 세월이 웃깁니다
오늘 심방가다가 자동차 안에서 교인이 새로 취직을 했다고 하길래
나에게는 취직하라는 사람이 왜 없냐 했다가 완전 썰렁 개그로 전락했습니다
축하나 해 줄일이지 그게 말이나 됩니까?
이 밑에 제자님의 글에 댓글 좀 달려다 이번에는 참습니다
지도 잘 모르는 예수를 남들이 왜 잘 모르고 예수 믿는다고 하느냐 하는
떠드는 꼬라지가 웃겨서 입니다
나의 예수 너의 예수가 같다고 여기는 바보가 아직도 존재하나 봅니다
내일은 고향 일가친척들 모이는 시사입니다
동생 왈
형님 느즈막하게 갑시다
그래야 검정 옷 안 입을 것 아닙니까
오랜 만에 아버님의 고향 거제나 다녀 올랍니다
내 차에 낚싯도구 일습 실려 있는데 간 김에 낚시나 해? 말아?
날씨가 이상한 건지
이 초겨울에 진달래가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