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9.11, 난사당한 유럽의 심장, 파리의 피울음. 지난 13일 밤 프랑스 파리의 테러에 대해 일부 언론들의 평가다. 프랑스 파리 내 8곳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의해 발생한 연쇄테러로 총 129명이 숨지고 352명이 부상했다. 이슬람 국가와의 전쟁이 전면전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조간신문들은 일제히 프랑스 파리 테러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Pray For Paris(파리를 위한 기도)’ 전세계 추모물결
언론들이 전한 프랑스 파리의 테러 실상은 참혹했다. 이번 테러는 용의자 7명이 3개 팀을 꾸려 조직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오후 9시20분쯤 프랑스와 독일의 친선 축구경기가 열리던 파리 북부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자살폭탄이 터지면서 시작된 이번 테러는 파리 10구와 11구의 식당, 카페 등에서 총기 난사로 이어졌다. 이후 11구 바타클랑 극장에서 총기난사와 자폭테러가 발생한 뒤 그 다음날 자정이 돼서야 진정됐다. 

특히 첫 테러가 감행됐던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장에는 독일과의 친선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8만명의 관중이 밀집해있었으며 올랑드 대통령도 함께 자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테러범 1명이 경기장 입구의 몸수색에서 발각되자마자 자폭하면서 경기장 내의 관중들과 올랑드 대통령은 무사할 수 있었다. 

가장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테러는 11구 볼테르가의 공연장인 바타클랑에서 벌어졌다. 1500여석의 좌석이 꽉찬 가운데 메탈 밴드 공연이 진행되던 도중 검은 옷을 입은 테러범이 무대를 덮치고 관중들을 향해 무차별 난사를 가했다. 프랑스 경찰은 테러범들의 총기 난사 직후인 익일 자정 45분 쯤 공연장으로 진입해 테러를 진압했지만 이미 사망자는 89명에 달했다. 동아일보는 테러범들이 인질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던 정황을 상세히 전달했다. “종교와 국적을 물은 뒤 15초마다 한 명꼴로 인간 사냥을 하듯 죽였다”는 일부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실었다. 

이번 테러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중 지난 2008년 인도 뭄바이에서 벌어진 테러 이후 최악의 사건으로 평가된다. 당시에도 무슬림 청년이 철도역에 진입해 총기를 난사하고 인질극을 벌인 끝에 시민 188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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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신문 2면 기사 갈무리.

주요 일간지들은 파리 테러 이후 파리 시민들의 절망과 공포 속에서도 빛난 연대의식을 전했다. 일부 외신들은 파리 시민들이 부상자들을 위해 헌혈을 하겠다며 3시간 넘게 줄을 서는 모습과 파타클랑 공연장 앞에서 열린 연주회, ‘파리에 평화를’이라는 소셜미디어의 위로 메시지 등을 소개했다. 

서울신문은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 운집했던 8만 관중이 경기장 근처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감행됐다는 사실에도 동요하지 않고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며 귀가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또한 공포의 파리 거리에서 대피할 곳을 찾아 헤메는 이들에게 트위터 사용자들은 자신의 집을 대피처로 제공하겠다고 실시간으로 전했다. 몇 시간 만에 대피처가 될 ‘파리의 집’ 지도를 완성하는 집단지성을 발휘했다고 전했다. 

파리가 목표가 된 이유에 대해 중앙일보는 프랑스가 시리아 등에서 이슬람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들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이 지하디스트들과의 싸움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사이 프랑스는 이라크에 3200명, 중·서부 아프리카에 5000명 등 모두 1만명을 파병해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프랑스가 서방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다는 내부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또한 관용(똘레랑스)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세속주의로 신성모독도 허용하는 문화도 이번 테러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샤를리 에브도 잡지도 언론의 자유를 말하지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독해 이슬람권에선 큰 반감을 사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세계적 관광 도시인 파리에서 유독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만 테러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일부러 ‘파리지앵(파리시민)’만 노렸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지난 9월부터 미국 주도의 시리아 공습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번 테러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바타클랑 극장과 카페, 식당 등은 모두 볼테르 거리를 중심으로 몰려있다. 볼테르 거리는 지난 1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공격을 받았던 샤를리 에브도 건물 인근 지역이다. 

특히 이번 테러는 9.11 등 과거의 테러와 다른 새로운 차원의 테러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9.11 테러와 이번 테러를 비교하며 “9.11 테러가 서방세계 정치와 경제의 상징물을 대상으로 항공기 자폭 테러를 저질렀다면 11.13테러는 축구장, 극장, 식당 같은 일상의 공간을 대상으로 마구잡이 총질과 폭탄테러를 가했다”며 “전자가 ‘상징적 충격’에 초점을 맞췄다면 후자는 ‘일상적 공포’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번 파리 테러 이후 미국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경향신문은 “파리 공격 뒤 미국 내 여론이 뒤바뀌고 지상군을 (시리아에) 투입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라크 전쟁에 미국이 7년간 쓴 비용만 1조1000억달러가 넘는다는 점을 들어 미국이 전쟁을 할 여력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경향신문은 프랑스와 터키·아랍국 등 동맹국의 역할을 늘리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후 난민 대책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갈등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는 “이번 테러사건 용의자에 시리아 난민 대열에 끼어 잠입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유럽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우파 정당이 발호하고 극우 민족주의가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고 전망했다. 

민중총궐기 대회, 과잉진압vs무법천국
7년 만에 서울 도심에서 지난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를 평가하는 일간지들의 시선은 크게 엇갈렸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과도하게 물대포를 난사하면서 일부 시민이 중태에 빠지는 등 과잉진압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시위대들이 일사분란하게 폭력성을 드러냈던 집회였다며 폭력행위로 얼룩진 집회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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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1면 기사(위)와 경향신문 8면 기사(아래) 갈무리.

이날 경찰은 차벽을 세워 광화문 일대를 통제하고 캡사이신과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강하게 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농민 백모씨(68)가 얼굴과 상반신을 직격으로 맞아 쓰러졌다. 백씨가 쓰러진 직후에도 경찰은 물대포를 조준해 쏘아대면서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졌다. 현재까지도 백모씨는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경찰의 이러한 ‘조준사격’은 살수차 운용지침에도 어긋난다. 지침에 따르면 직사 살수 때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야 한다. 또한 물대포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구호 조치하도록 규정했다. 분사나 곡사 같은 경고살수 없이 곧바로 조준 살수가 이뤄졌다는 점도 지침에 어긋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이번 민중총궐기 대회에 대해 일부 세력이 ‘치밀하게 준비된 폭력성’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수십명이 매달릴 수 있는 밧줄과 사다리, 쇠파이프, 횃불,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 등 폭력시위 도구들이 등장했으며 구속영장이 발부된 수배자자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현장에 나와 시위를 지휘해도 경찰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 버스 유리를 깨고 타이어를 펑크냈으며, 경찰 버스 주유구에 불을 붙인 신문지를 집어넣고 버스를 폭파시키려는 행위도 있었다는 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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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2면 기사 갈무리.

또한 시위대의 ‘난동’에 가까운 행태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술기운이 오른 한 시위 참가자가 동료 앞에서 경찰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는 상황을 묘사했다. 또한 일부 술취한 시위 참가자들이 길가에서 먹다가 놓아둔 술병과 안주거리, 금연구역인 서울광장, 세종대로 인도에서 담배도 피워대는 모습 등을 지적했다. 

일부 언론은 민중총궐기 집회 도중 벌어진 시위대의 폭력적인 모습들은 자세히 전했지만 경찰의 조준사격 등 과잉진압에 대해서는 축소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백모씨에 대해서도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넘어지면서 중상을 입어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만 보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은 시위대의 다소 폭력적이었던 모습도 함께 다뤘지만 이러한 상황의 원인은 정부의 과도한 행정력 남용에 있다는 점을 짚었다. 

경향신문은 시위대 일부가 밧줄을 차량 바퀴에 묶어 차벽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했다는 ‘폭력성’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사설을 통해 “경찰이 서울광장 주변에 차벽을 세운 데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며 “불법·폭력 집회 참여 의사가 없는 일반시민 통행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 집회와 무관한 시민의 통행까지 막은 만큼 차벽 설치는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공권력이 오히려 위헌적 행태를 자행하는 데 사태의 근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경찰의 과도한 진압이 오히려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아픈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향하던 부부가 발이 묶여 경찰에 항의한 뒤 차벽 틈으로 겨우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정도로 과도한 차벽설치가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최석봉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회시위감시단 소속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집회시위를 이렇게 막으니 시위대는 과격해지는 것 같다”고 짚었다. 

경찰과 집회 참가자 모두 의식변화와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중재에 나선 언론도 있었다. 한국일보는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집회 참가자들은 물리적 충돌을 해야만 어느 정도 뜻을 관철했다는 전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고, 경찰도 통제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사후적 책임을 일정 틀내에서 자율적으로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하나고 입시부정, 여학생만 골라 탈락시켰나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하나고가 2011년부터 3년 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90명의 입시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남녀 성비 조작과 함께 학교에서 보정한 서류상 점수로 학생들의 성적도 뒤바꾼 것이다. 

15일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지난9~10월 실시한 하나고 현장감사 결과에 따르면 하나고는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 3차 전형위원회 결정 단계에서 매번 보정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일부 학생들을 부정입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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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시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빌어 “120명을 뽑는 일반전형에서 합격선 아래 학생들을 끌어올릴 때도 성적순이 아니라 임의적으로 120등대에서도, 190등대에서도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또한 하나고 교사의 말을 전하며 “서류평가와 면접점수를 합산한 엑셀파일을 조작해 여학생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남학생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줬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면세점 사업권, 대기업 5파전 시대
롯데와 신라호텔, SK네트웍스 등 대기업 3사가 차지하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이 ‘5파전’ 구도로 바뀔 예정이다. 

지난 14일 관세청의 시내 면세점 사업권 재입찰 발표 결과 업계의 예상을 깨고 롯데면세점이 잠실 롯데월드 면세점을 잃었다. 또 SK네트웍스는 23년간 운영했던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 면세점을 상실했다. 이 자리를 신세계와 두산, 한화가 새로 채우며 면세점 사업의 5파전이 시작됐다. 

한국일보는 이에 대해 “침체된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 상권을 부흥시키겠다는 카드가 승부를 갈랐다”며 “물간만 파는 면세점이 아니라 한류 문화와 더불어 쇼핑·문화 복합공간으로 만들어 지역 상권까지 발전시키겠다는 신세계와 두산의 상생 전략이 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세계와 두산 등 새로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기업들이 예전과 같은 큰 혜택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정부가 면세점 사업자의 특허수수료율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과 신규 사업자들은 5년밖에 특허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다음은 11월16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난사당한 유럽의 심장...“새로운 전쟁 시작됐다”>
국민일보 <울지마, 파리...자유는 테러보다 강하다>
동아일보 <‘IS와의 세계대전’ 시작됐다>
서울신문 <IS, 파리 연쇄 테러...佛 “톨레랑스는 없다”>
세계일보 <IS, 무차별 테러...피로 물든 파리>
조선일보 <지구촌, IS테러와 세계大戰>
중앙일보 <테러에도 ‘3색 정신’은 꺼지지 않는다>
한겨레 <파리의 비극...‘IS와 전면전’ 기로에 섰다>
한국일보 <파리의 피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