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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수의 소소한 풍경 29 - ‘땅의 사람들’

 

 ‘암하레츠( Am-ha’ aretz)’는 히브리어로 ‘땅의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단순하고 무지한 사람들, 그래서 율법이나 법률도 모르는 사람들이기에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없는 천덕꾸러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그들이야말로 하느님 나라의 주인공들이며,
그들을 죄의 올무에 갇혀 살게 했던 종교지도자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이라며 독설을 내뱉는다.
그리고 예수의 말은 옳았다.
 
사람은 먹어야 사는 존재다.
먹을 것은 땅에서 얻으며, 그리하여 땅의 사람은 거룩한 것이다.
한미 FTA,  한중 FTA, 무슨무슨 국가간의 무역협정 등의 내용들을 보면 죄다 재벌중심, 대기업중심적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땅의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을 강요한다.
권력자들은 여전히 땅의 사람들을 단순하고 무지한 사람들, 그래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당연히 희생해야 할 사람들 정도로 밖에 보지 않는 듯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한강의 기적’을 가져왔다.
단기간에 배고프던 나라, 원조받던 나라에서 먹고살 만한 나라, 원조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기적이다. 그런데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땅의 사람들과 그 자녀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진 한강의 기적이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수출주도형 정책 속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가능케 했던 것은  국가적으로 교묘하게 자행된 땅의 사람들에 대한 착취였던 것이다.
그것을 숨기려 하는 이들은 ‘독사의 자식들!’이다.
 
더는 땅의 사람들을 농락하지 마라. 그들은 더 이상 무지렁뱅이가 아니다.
 
없어서는 안 될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거룩한 노동을 하는 거룩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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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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