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상부의 지시(백지 구형)를 어기고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에 대해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 | | ▲ 임은정 검사(사진출처 : 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
서울고법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지난 6일(목) 임은정(40·사법연수원 30기) 창원지검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임 검사는 1심에서 과거사 재심사건을 맡은 가운데 상부로부터 형량을 정하지 않는 이른바 ‘백지 구형’을 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채, ‘무죄 구형’을 했던 것이 징계 사유는 될 수 있지만 정직 4개월 처분은 과하다는 판결한 것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1심 보다 더 진일보한 ‘무죄 구형’이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임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임 검사는 지난 2012년 12월 반공임시특별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돼 1962년 유죄가 확정된 윤모 씨의 재심 결심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하지만 당시 임 검사는 상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법원이 적절하게 선고해 달라'는 백지 구형 의견을 낼 것을 지시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무죄 구형했다. 이후 품위손상 등의 사유로 정직 4월의 징계를 받은 임 검사는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임은정 검사는 이와 같은 판결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고, 인터넷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서도 임 검사를 응원하는 덧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에 임은정 검사로부터 허락을 받아 페이스북의 글을 올리고자 한다.
다음은 임은정 검사의 페이스북에 있는 글 전문이다.
오늘 징계취소소송 항소심 판결이 있었습니다. 백지구형 지시에 대하여 복종의무가 없다는 우리측 주장이 받아들여져 1심보다 진일보한 판결을 받고 보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함께 고민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 덕분입니다.
제 머리카락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위로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대법원까지 가겠지만, 더욱 씩씩하게 가겠습니다.
8. 28. 항소심 결심 기일에 법정에서 한 최후의견을 동봉합니다. 좀 길지만.. 그래도 제 고민이 담겨 있어 공유하고 싶네요^^
최종진술
제 사건을 간단히 정리하면, 저는 무죄사건을 무죄라고 논고하여 징계를 받은 것입니다. 권재진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무죄구형 때문이 아니라 상사의 직무이전지시 위반으로 징계한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그 지시는 무죄를 무죄라고 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어서 결국 무죄를 무죄라고 하여 징계한 것과 다를 바 없겠지요.
대학에서, 연수원에서, 선배들로부터, 제가 배운 ‘검사’는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국가기관으로, 정의에 대한 국가의지의 상징입니다.
검사는, 의원들처럼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행정부 공무원처럼 국가이익을 위해 저울질하지 않고, 오로지 진실과 정의에 따라야 할 준사법기관으로,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검사의 권한 행사 적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저는 배웠습니다.
윤길중 재심사건은 관련 검사들 모두 검사의 논고 직후 무죄선고가 되리란 것을 잘 알고 있던 사건입니다. 그런 뻔한 사건에서조차 무죄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는 참담한 현실에서, ‘임검사, 자네가 그 시절의 검사였다면 어떻게 했겠나? 달리 할 수 있나? 검찰은 판단기관이 아니야. 법원이 판단하는 거야. 법원보고 판단하라고 해’등의 말이 떠도는 악몽같은 현실에서, 저는 배운대로 ‘무엇이 저에게, 검찰에게 이익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습니다.
혹자는 어차피 무죄날 사건이고, 검사의 의견은 법원을 기속하지도 않는데, 그렇게 유난을 떨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국가의 정의에 대한 의지의 표출로서, 재판부에 대하여 정의와 법에 가장 부합하는 선고를 촉구해야 하는 검사의 의무에 대한 무지에 기인한 것입니다.
무죄구형을 강행하기로 작심한 후 1주일. 정말 할까봐 무섭고, 결국 하지 않을까봐 두려워 숨쉬기도 버거웠습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공판검사석에 앉아 몸이 하도 떨려서 표내지 않으려고 혼이 났었습니다.
백범일지에 제가 참 좋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가지를 잡고 나무에 오르는 것은 기이한 것이 아니나, 벼랑 끝에 매달려 잡은 손을 놓는 것이 장부의 기상이로다! 내가 비록 여자지만 검사인데, 대장부의 기상이 없으랴. 지금 이 벼랑 끝에서 손을 놓겠다. 놓아야 한다. 놓아라. 그렇게 주문을 외우며 무죄 논고를 하였습니다.
그때 변호인이 무죄 논고에 당황하여 ‘변호사 생활 20여 년 동안 무죄 논고를 처음 본다. 검사가 공익의 대변자임을 이제 알겠다.’고 말할 때, 떨림이 딱 멈추데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무서워서 사무실로 돌아가지도, 휴대폰을 켜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검사선서에서 요구하는 검사의 자세는, 헌신은, 용기는 검찰총장을 비롯한 모든 검사가 매 순간순간 요구받는 것입니다.
검사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상사의 지시가 아니라, 법과 정의에 따라야 합니다. 법률적인 불법(gesetzliches Unrecht)에는 복종의무가 없습니다.
검사는 상사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합니다. 검사는 검찰과 국가의 권력의지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정의에 대한 의지를 표시해야 합니다.
저는 배운대로 검사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징계를 받아 이 자리에 선 현실이 참으로 서글픕니다.
준사법기관으로, 단독관청으로서 검사가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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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과 언쟁을 하고 언짠은 기분으로 들어와 이글을 읽었습니다
한 순간에 굳었던 마음이 녹아버리고
모처럼,, 정말 모처럼 상쾌한 소식입니다
생각 할것도 없이 당연한것에 환호해야하는
그런-- 요상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겁니다
이제 몇시간후면 벌어질 집회에
이런 사람들이 많이 참여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불법을 저지르면서 까지 이 기뿐소식을 전하기 원하시는
접장님께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