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군사정권 이래 이처럼 치밀하고 광범한 검열은 없었어요"

한겨레 | 입력 2015.12.17. 10:16

[한겨레]인물로 본 2015년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

② 국립국악원 공연 검열에 맞선 안무가 정영두

2015년 문화예술계를 습격한 단어는 ‘검열’이다.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검열이, 세기를 넘어 예술 표현의 자유를 겁박하고 문화예술인들을 무대 아닌 거리로 내몰았다.

지난 9월 이윤택·박근형 연출가가 각각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박정희·박근혜 부녀를 풍자’했다는 이유로 정부 창작 지원사업에서 탈락한 사실이 확인됐다. 주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였다. 예술위는 연출가들에게 지원 포기각서를 종용하고, 심지어 본인이 신청한 것처럼 온라인 시스템을 조작하기까지 했다. 이뿐 아니다. 예술위 산하 공연예술센터는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센터장 등이 직접 나서 연극 <이 아이>공연을 방해하고 대본 제출을 요구했다. 시대를 거스른 ‘검열의 귀환’이자, 민주주의의 후퇴였다.

20151217101603189ofal.jpg20151217101603387ykcp.jpg

검열에 맞선 예술인들의 저항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영두 안무가는 험난한 최전선에 서 있다. 지난 10월 국립국악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부녀를 풍자한 박근형 연출의 출연 배제를 요구하자, 이를 폭로하고 서울 국립국악원과 일본 주일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갔다. 그를 뒤이어 연극인들이 릴레이 시위에 나서는 등 민주주의 후퇴를 막기 위한 검열과의 항쟁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현재 릿쿄대 준교수로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정 안무가를 지난 주말 전자우편으로 만났다.

“박근형 연출이 당할 때 이미 나도 함께 검열을 당한 것입니다. 이것은 곧 나의 문제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 조건으로서의 기본 원칙입니다. 억압에 의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조건을 빼앗긴 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검열은 인간 모두의 문제입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박정희·박근혜 부녀 풍자 이유로
이윤택·박근형 연출가 지원 탈락
“세월호를 연상시킨다”
연극 ‘이 아이’ 공연방해·대본 검열

“검열은 예술가에 대한 폭력·모독
이런 상황 계속되면 자기검열 만연”
예술위 모르쇠 일관
“침묵은 고도의 계산 깔린 정치행위”

그에게 먼저 “당신이 직접 검열당한 것도 아닌데 왜 검열과 맞서 싸우느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군사정권 이후, 이처럼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검열했던 정권은 없었던 것 같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예술가들은 작품의 소재 선택이나 표현 방법을 스스로 검열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자유로운 창작을 꿈꾸는 모든 예술가들에 대한 모독이자 폭력입니다. 예술가들은 지금 정치권력으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 안무가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실은 그의 지적을 뒷받침한다. 심사 결과 번복, 포기 종용, 공연 방해 등 ‘예술 기본권’의 훼손이 이어졌다. 결국 젊은 연극인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검열 반대 투쟁은 길거리 공연, 성명서 배포, ‘검열과 파행’ 세미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졌다. 공연 방해를 받은 연극 <이 아이>의 김정 연출은 “시신안치소에서 아들의 주검을 확인하는 어머니를 그린 작품인데, 단지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사실상 검열을 시도했다”고 항의했다.

정 안무가는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다시금 강조했다. “국립국악원, 예술위 등 국가기관의 행위는 국가 자체의 행위입니다. 국가기관에서 예술 검열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국가가 검열을 한 것입니다. 국가기관, 그리고 그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큰 책임과 의무가 따릅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검열 파문에도, 예술위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정치적 검열’에 항의하는 정 안무가를 되레 ‘정치적’이라고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그는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시대 “침묵이야말로 진정 고도의 계산이 깔린 정치적 행위”라고 반박했다.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동료 예술가가 쫓겨난 무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공연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국립국악원이 박근형 연출을 배제한 뒤, 그가 자신이 나올 예정이던 또다른 국립국악원 공연 프로그램 출연을 스스로 거부한 까닭이다.

그를 필두로 ‘생각 자체를 가두려는’ 검열에 맞선 문화예술인들의 싸움도 거세지고 있다. 연극인들은 최근 열린 검열 관련 토론회 보도자료에서 “정치적 잣대로 검열하는 것은 민주화의 성과를 짓밟고, 국민을 정권의 의도대로 길들이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2015년 세밑, 검열의 망령이 다시 검은 망토를 펄럭인다. 여기가 문화융성을 부르짖는 그 나라가 맞느냐고 예술인들이 묻고 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0419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6668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3681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5467
1175 이 젊은이의 심성 기부 2016.08.02 101
1174 믿음이란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계십니까? 1 하주민 2016.07.15 101
1173 채식주의자 역사 2016.05.23 101
1172 레위기 23:11은 성령의 검입니다. 반드시 연구하십시요. 13 김운혁 2016.05.18 101
1171 동성애, 교황의 신세계질서와 짐승의 표 입구 [성경의 예언들 30회]- 손계문 목사 세상끝 2016.04.30 101
1170 무감독 시험 2 바다 2016.04.30 101
1169 뽕 한 번 맞아보지 뭐....초짜 변호사. 1 2016.04.15 101
1168 아마존 원숭이들의 합창 무실 2016.03.02 101
1167 내집 CCTV 촬영이 불법?…가사도우미 등 무단 감시 안돼 CC 2016.03.01 101
1166 당나귀의 꾀 우화 2016.02.20 101
1165 중국, 사드 철회 공식요구 1 위기 2016.02.17 101
1164 하현기님 9 돌배 2016.02.16 101
1163 개성공단에 4년 머문 학자 "북측 숙련공 中에 배치되면…" 8 뉴즈 2016.02.12 101
1162 [그것이 알고 싶다] 9.11 미스터리 - 테러인가, 거대한 음모인가? 1 이웃집토토로 2016.01.26 101
1161 단원고 졸업식 찾아온 '새들' 3 보고파서 2016.01.12 101
1160 Auld Lang Syne 야생화 2015.12.31 101
1159 온 국민이 중지 모아 시집보내자 시사인 2015.12.10 101
1158 꼭 이래야 되나? 1 원 참 2015.11.29 101
1157 뉴스타파 - 해방 70년 특별기획 '친일과 망각' : 1부 친일 후손 1177(2015.8.6) 역사의눈물 2015.11.24 101
1156 청소년들의 국정화 반대 발언 모음 1 애들이 고생 2015.11.07 101
1155 부정선거 거짓대통령 2015.10.21 101
1154 통합, 조화, 충만의 에너지 해람 2015.08.24 101
1153 역시 새누리 시사인 2015.08.18 101
1152 나사로가 병들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그 계시던 곳에 이틀을 더 유하신 이유. 김운혁 2015.06.30 101
1151 사드 '전략적 모호성' 이면에 中 협박 있었다 배달원 2015.03.15 101
1150 전용근과 함께 걷는 음악산책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To Treno Fevgi Stis Okto' 조수미 전용근 2016.09.03 100
1149 지갑 주웠다 … 한국인은 배운대로, 미국인은 상황 파악 매뉴얼 2016.08.29 100
1148 왜 싸울까 싸우자 2016.07.30 100
1147 다큐 우주의 2016 : 신비 - 지구와 은하수 6 은하수4 2016.07.23 100
1146 어느 여자의 개꿈. 1 개꿈 2016.07.21 100
1145 자매순례자 1 file JB 2016.07.05 100
1144 한국연합회 사업방향 ‘지역교회 강화’ 방향 2016.05.24 100
1143 기술담당자 님께 말씀 드립니다 2 난감 2016.05.09 100
1142 유시민 전 장관의 박근혜 정부 예언 박정희 2016.02.28 100
1141 사설. 43년만에 누명 벗은 ‘유럽 간첩단 사건’ 미디어 2015.12.29 100
1140 ‘이승만·박정희 연구교육재단’ 설립 2 DC 2015.12.13 100
1139 비 정성국 바이블 2015.11.27 100
1138 김무성 "미래세대 위해 국정교과서 전환 불가피"(종합) 망령 2015.10.06 100
1137 <하늘>에 있는 <3종류의 책> 3 예언 2015.08.21 100
1136 이것을 끊어버리지 않으면 구원을 못받습니다 예언 2015.06.13 100
1135 홍대 시험지 '김대중·노무현 비하 논란'…교수 "문제없다" 일베 2015.06.11 100
1134 가톨릭행동 대한문 미사 20140430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진리교회 2015.04.16 100
1133 제 20회 미주재림 연수회 강의내용 1 file 새벽별 2016.08.30 99
1132 새매미 우는 것을 보니 가을이네.. 눈뜬장님 2016.08.17 99
1131 굳세지 못한 자들이 다른 성경과 같이 그것(조사심판)도 억지로 풀다가 ... 1 청지기 2016.08.14 99
1130 온나라 구석 구석 이렇게 악에 바쳐 사는 나란 처음 보겠다 2 헬 조선 2016.07.29 99
1129 디두모님에게 드리는 나의 관찰 1 (세천사가 나타나는 그 성경의 본문) 1 fallbaram. 2016.07.12 99
1128 곰솔목사님.. 이런 해석도 가능한가요 ? 1 우림 2016.05.12 99
1127 강남 유권자의 마음을 훔친 전현희의 ‘문자메시지' 1 그대는 2016.04.14 99
1126 아이의 믿음을 가지라 3 우물가 여인 2016.04.13 99
1125 카스다에 미가엘에 대해 문의 하신 목사님께 김운혁 2016.04.07 99
1124 통일사랑방 Hillary Clinton 3 하현기 2016.02.28 99
1123 할아비와 손녀의 대결 효녀 2016.01.07 99
1122 건강에 도움을 드리고자!! 1 노루모산 2015.12.26 99
1121 사단법인 평화교류협의회 평화의 연찬(제198회): 제1회 백성들 중심의 한반도 평화통일 토론회 및 제3회 평화교류상 시상식 (사)평화교류협의회[CPC] 2015.12.24 99
1120 김무성 대표 "노무현 비판했던 것 후회한다" / YTN 1 하와이 2015.12.19 99
» "군사정권 이래 이처럼 치밀하고 광범한 검열은 없었어요" 1 國惡元 2015.12.18 99
1118 “어떤 형태의 선거운동, 여론몰이도 허용 말아야” --- 선거문화개선위 ‘총회 즈음해 대표와 성도들에 드리는 글’ 발표 호소 2015.12.01 99
1117 '물대포'에 쓰러진 아버지에게 한겨레 2015.11.17 99
1116 하나님께서 우리를 망치로 치시는 이유 예언 2015.04.26 99
1115 자급선교사로 가난한 것이 사람들에게 접촉하는 수단이 됩니다 예언 2015.03.25 99
1114 I Will Follow Him 2 동해바다 2016.07.30 98
1113 세계인이 싫어하는 국가 TOP 7.. 한국이 포함 됐을까? 2 랭킹박스 2016.07.30 98
1112 디두모님에게 드리는 나의 관찰 2 fallbaram. 2016.07.13 98
1111 성경의 바벨론, 용, 뱀의 기원에 관하여 II 4 file 피노키오 2016.06.20 98
1110 참된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 1 가르침 2016.06.16 98
1109 성경의 바벨론, 용, 뱀의 기원에 관하여 I 2 file 피노키오 2016.06.20 98
1108 ▣ 역대 최악의 방송사고 모음 ▣ 웃자 2016.03.03 98
1107 유시민이 말하는 박근혜 박정희 2016.02.28 98
1106 북한의 전술에 말려드는 것이 아니라 4 나그네 2016.02.08 98
Board Pagination Prev 1 ... 204 205 206 207 208 209 210 211 212 213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