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대통령은 많은 책을 읽기로 유명했다. 서재에 책이 만권이 넘었다고 한것 같다.
한국에 남겨놓고 온 책을 포함해도,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천권이 안될것 같다. 2천권만 해도 넒은방이 책꽃이로 꽉차고도 남는다.
남은생을 다 해도, 5천권을 못채울것 같다.
기자가 김 대통령에게 물었다. 가장 아끼는 좋아하는 책은 무었이냐고,
의외로 답은, 박경리의 "토지"였다.
의외라고 한것은, 첫번째가 소설을 꼽은데 였고, 둘째가 어려운책을 꼽지 않은데 있다.
박경리의 토지 (전 16권)은 나도 3번인가를 읽을 정도로 좋아한다.
거기에 나오는 인물중에, 안타까운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한복"이를 선택하고 싶다.
가난한 양반 출신의 아버지가, 살인에 연루되어, 형 (거복)과 함께 고향을 등지고 어른이 될때까지 객지를 떠돌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없는듯이 쥐죽은듯이 살아가는 평범한 인물이다. 독립군을 잡아내는 일제 앞잡이 순사노릇을 하는 형과는 반대로, 있는듯 없는듯 살아가는,
그의 삶을 한마디로 표현 하는 말이 인상깊다. 그를 키운것은 바람이 팔할이었다고,
고등학교때 나를 키운것은 수학이 8할이었을것이다. 정석을 붙잡고 있을때가 가장 자유로웠을때가 아닌가 싶었다.
대학에 가서 본격적으로 교회를 다니면서는, 교회가 나의 8할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만큼, 나는 사회에 무지했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
안식일 때문에 힘든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남들만큼 하면서 지냈던것 같다.
거기서 만난 친구가 전북대를 영문과를 다니던 "영기"라는 친구였다.
사회에 무지한 나에게, 영기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을 소개해 주었다. 이 책을 군대에서 읽었다.
한장 한장이 나에게는 소중하게, 마음속 깊이 다가왔다. 하기는, 감옥과 비슷한 군대라는 환경에서 이책을 읽었으니, 어쩌면 공감이 더 강했을지도 모르겠다.
신영복교수의 옥중서신이었다. 나중에 읽은 본회퍼의 옥중서신도 좋지만, 옥중서신중에는 가장 주옥같은 책이다 (비단, 옥중서신이 아니라고 해도).
나중에 나온, "강의" 그리고 작년에 나온 "담론"은 대단한 책이다.
내가 평생에 읽은 수많은 책중에서 한권을 권하라고 하며는, 단연코 "강의" 또는 "담론"을 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페이지가 넘어가는것이 아쉬운 책도 당연히 이 책들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려고 했는지, 눈치를 챘으리라.
성인이 된 나의 철학세계는 8할이 신영복교수가 아닐까 싶다.
출판된, 출판되지 않은 신교수의 모든책, 인터뷰, 교과서들을 거의 다 읽었었다.
책을 읽으면서, 신교수을 상상했었다.
나중에 신교수의 인터뷰와 강의를 인터넷으로 보았는데, 내가 책으로 읽으면서 상상했던 목소리, 모습, 그리고 강의와 실재 모습, 소리, 강의가 거의 일치했다. 놀라웠다.
이렇게 상상과 현실이 일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늘은 안타깝고, 슬픈날이다.
그렇게 존경하고, 스승으로 모시던, 신선생님이 세상을 떠났다.
한번은 꼭 만나고, 직접 강의를 듣고 싶었는데,
내 카톡 메인페이지에 지난달에 올려놓은 신교수의 주역해석이다.
석과불식 - 씨과실은 먹지 않는다.
신교수는 이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해석을 했다.
오늘 마지막 남은 씨과실을 따먹은 느낌이다.
좀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는데,
오래 살아서, 한권의 책을 더 읽고 싶었는데,
그분을 다시 만날날을 고대하며,
음복주 한 잔 올립니다
우리사회는 좀 진취적이다 싶으면 용공으로 몰리고
나보다 낫다 싶으면 종북딱지질이나 해대는데
안 그러면 한복이 형처럼 주구노릇하고 살지요
김 아무개 교수처람요
사색을 잊은 사회
명상을 죄악시하는 교회
무슨 미래가 있을까요?
이 안식일 아침에 반성해 보는 화두입니다
아 요즘 컴이 없는 곳에 살아서 귀찮게 스마트폰으로 오른손 엄지로만
장난질 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