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37분의 샌더스필리버스터

by 책과 생각 posted Feb 03, 2016 Likes 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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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일어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우리도 국민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이 법안을 거부하고 이 나라의 노동자 계층과 중산층 가족, 무엇보다도 우리 아이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보다 나은 법안을 만들어낼 수 잇다고 믿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저는 이제 물러나겠습니다.”


2010년 12월 10일 오후 7시, 백발의 정치인이 미국 상원회의장 발언대에서 비틀거리며 내려왔다. 당시 69세였던 그는 식사를 하지도, 화장실에 가지도 않고 8시간 37분의 연설을 이어갔다. 회의장에는 보좌관과 직원들, 중계진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회의장 바깥에는 난리가 났다. 정치인의 사무실에는 격려전화와 이메일이 쇄도했다. 연설 동영상의 조회수가 폭발했고, 각 언론은 기사를 쏟아냈다. 이 정치인은 이후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고, 지금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버니 샌더스 이야기(74)다. 


이날 샌더스의 필리버스터는 부자 감세 조치를 2년간 연장하는 법안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선거기간 내내 전임 부시 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판했던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이 된 뒤 이 정책을 연장시키려 했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 공화당이 밀어붙이는 법안을 막을 힘이 무소속 샌더스 상원의원에게는 없었다. 샌더스는 법안 표결을 3일 앞둔 이날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이유를 전 미국에 알리고자 했다. 부자 감세가 아니라 부자 증세여야 하며, 그 돈은 기반시설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고, 이를 통해 중산층 붕괴와 빈곤층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필리버스터 연설의 골자였다. 백악관은 이날 샌더스의 필리버스터에 적지 않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오후 4시쯤 오바마는 클린턴 전 대통령과의 비공개 만남에 관한 기자 브리핑 시간에 아예 클린턴을 대동해 기자들의 주의를 돌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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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에 관한 책 2권이 나란히 나왔다. <버니 샌더스의 모든 것>(원제 The Speech)은 이날 필리버스터 연설을 번역한 책이다. 통상 필리버스터 연설은 전화번호부를 읽거나 노래를 하는 등 시간을 끄는 수단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샌더스는 이날 별다른 대본 없이 자신의 이전 연설과 관련 자료들을 총동원해 연설했다. 


<버니 샌더스의 정치혁명>(원제 Outsider in the White Houes)은 1997년 나온 샌더스의 자서전이다. 샌더스의 성장과정과 정치 이력, 특히 정치적 고향인 버몬트 주 벌링턴 시장 시절의 이야기들이 많이 담겼다. 미국내 샌더스 바람 때문에 미국에서도 올해 개정판이 나왔고, 샌더스가 서문도 새로 썼다. 


샌더스는 1941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카고 대학 재학 시절 진보적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군소 진보정당인 자유연합당의 후보로 버몬트 주 상원의원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매체들은 거대 양당 후보들에만 관심을 가질 뿐,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했다. 샌더스는 양당과는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이를 널리 알리진 못하는 제3당의 역할과 한계를 동시에 깨달았다. 


한동안 정치를 떠나 개인 사업을 하던 샌더스는 1980년 버몬트 주 최대도시 벌링턴 시장 경선에 무소속 후보로 나서면서 정치인으로 복귀했다. 미국에서도 보수적인 버몬트 주 유권자들이 진보적인 무소속 후보에 호의적일리 없었다. 하지만 샌더스 진영은 각 선거구의 투표 성향을 분석했고, 밑바닥부터 표를 다졌다. 저소득층 거주 지역 대표, 대학교수, 환경보호주의자, 재산세 인상을 우려하는 보수적 주택 소유자 등 다양한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샌더스는 처음부터 ‘교육’이 아니라 ‘승리’를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미 전역에서 유일하게 거대 양당이 아닌 무소속 시장으로 선출됐다.  


버몬트 시장 4선, 미국 연방 하원의원 8선, 미국 연방 상원의원 재선의 정치 이력 동안 샌더스는 자신의 견해를 숨기거나 모호하게 표현한 적이 없다. 이라크전에 반대하다가 보수진영으로부터 매국노 취급을 받았고, 성 소수자의 권리를 옹호했고, 탐욕스러운 1%의 거부들을 격한 언어로 비난했다. 샌더스는 말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내게 선거에서 이기려면 보수적이어야 한다, 신중해야 한다고 할 때마다 돌아 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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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샌더스는 이겼다. 그는 탁상공론하는 급진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었다. 덕분에 보수적인 경찰 노조부터 빈곤층 시민까지 유권자의 고른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샌더스가 여성의 임신중절 권리,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걸 알면서도 그를 지지하는 보수층이 적지 않다. 샌더스는 항상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최우선 관심을 뒀기 때문이다. 


사실 샌더스의 메시지는 35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최고 부유층 15명이 하위 40% 국민보다 많은 것을 소유한 체제는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월스트리트의 사기꾼들’을 비난하며, 인권을 옹호한다. 정적들은 “샌더스는 똑같은 얘기만 주구장창 해대서 따분하다”고 비난한다. 샌더스는 답한다. “그들 말이 맞을 지도 모른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반면 극소수가 엄청난 부와 권력을 소유하는 현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샌더스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돌풍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힐러리 클린턴을 제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결과야 어찌됐든, 샌더스 현상의 의미는 분명하다. “정의는 그리 복잡한 개념이 아니다.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 벌어진 소득과 부의 불평등,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 등록금, 여성 차별, 지구 온난화, 전쟁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샌더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8시간 37분에 걸친 버니 샌더스의 필리버스터

 2010121068세의 버니 샌더스는 미국 상원에서 8시간 37분의 장시간에 걸친 연설을 했다. 이는 샌더스 필리버스터로 유명하며, 이를 통해 그는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필리버스터란 소수당이 다수당을 막기 위해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장시간 연설을 하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인다. (...) 필리버스터는 오직 의사진행방해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개진함으로써 해당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을 일깨우려는 목적이 더 크다. 그렇다면 그가 막고자 했던 것, 그리고 소리 높여 알리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부시 행정부 때 시행된 감세정책을 연장하는 법안이었다. (...)

 최악의 경제상황 속에서 부자 감세라는 단어에 질릴 대로 질린 미국인들은 2010년만 기다리고 있었다. (...) 그런데 201012월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사이에 부시 행정부의 핵심적인 감세조치들을 2년 연장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소득세율을 인하하고, 배당금 및 자본 이득에 대한 세율 인하를 연장하고, 원래 2011년부터 100만달러 이상의 유산에 55%의 상속세를 매길 예정이었으나 이를 대폭 조정하여 500만 달러 이상의 유산에 35%의 상속세를 매기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샌더스가 20101210, 8시간 37분에 걸쳐 필리버스터를 행한 것이다. (...) 하지만 샌더스의 연설에도 불구하고 합의안은 통과되었다. 그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수차례의 세금정책을 발표했지만, 미국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1% 극부층에 소득과 재산이 집중되고 나머지 99% 국민들의 경제 상황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각종 경제 지표가 보여주고 있다.

 결국 샌더스는 직접 대선에 나서기 결심했다.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를 떠나 민주당만이라도 국민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정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대 후보들이 자신의 정책을 거울삼아 좀 더 진보적인 공약을 내걸길 원하는 마음으로 대선에 나선 것이다. 17-20p

 


 8시간 37분의 연설, 그것도 의사 진행을 막기위한 연설인 필리버스터를 책으로 옮겼다는 이야기에 지루하고 뻔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필리버스터는 미드 팍스앤레크리에이션에서 레즐 리가 했던 것 뿐이니까


 

(미드 Park and Recreation 시즌 6 에피소드 6 필리버스터 Filibuster 중에서)


 그렇게 선입견을 가지고 펼쳐든 책임에도 불구하고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버니 샌더스와 같은 정치인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2007년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3.5%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들은 하위 50% 보다 많은 소득을 올렸습니다. 여기 1%가 있고, 여기 50%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이것도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1970년대 이후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의 비율이 거의 3배 증가하였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이 분노하며 좌절하고 있습니다. 버몬트 주에서도 그렇습니다. 버지니아 주에서도, 미국 전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분노하고 좌절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너무나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버몬트 주에 사는 사람 중 직업이 1개 이상인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가족을 부양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미국 전역으로 확대해보면 이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더 열심히 더 많은 시간 일하지만, 생활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사실 1980년부터 2005년까지 총소득 증가분의 80%가 상위 1%에게 돌아갔습니다. 매우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에 반복해 설명하겠습니다. 이것이 미국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입니다. 열심히 일하지만 생활수준은 사실상 하락하는 게 현실입니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지만 중산층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이 중산층에서 빈곤층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탐욕을 신앙처럼 섬기는 극부층은 더 많이, 더 많이 원합니다. (...) 이제는 상위 1%가 하위 90%보다 많은 재산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저는 일부 극부층이라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많은 국부층이 이 나라를 사랑하며 그렇게 탐욕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는 더 많이, 더 많이 요구합니다. 55-57p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감세조치가 이미 재앙이자 실패작으로 증명된 낙수이론을 또다시 허용한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청중들과 동료의원들에게 2001년 이후 이러한 세금 혜택이 계속 존재해왔다는 사실을 상기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 재임기 내내 거의 이러한 세금 혜택이 존재하였습니다. 그 결과 60만 개의 민간부문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기록입니다. 그런데도 낙수 이론을 다시 한 번 믿어야 할까요? 제 생각에 낙수 이론은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백만장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것으로는 경제를 부흥시킬 수 없습니다. 돈이 필요하지 않고 돈을 지출하지도 않는 백만장자에게 세금 혜택을 주기보다 돈이 필요하고 돈을 지출할 사람들, 즉 노동자 가족과 중산층에게 세금 혜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래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189-190p

 


 얼마 전 부모보다 낮은 생활 수준을 영위하는 최초의 세대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났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버니 샌더스의 연설에도 담겨있었고. 이렇게 청년층의 불투명한 미래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미국,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야기이다.

 


 여기는 미국입니다. 그런데 버몬트 주와 미국 전역의 많은 사람들이 식탁 위에 음식을 올리기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지금 제 머리에 떠오르는 기사 하나가 있습니다. 임시의장님도 이 기사를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월가의 경영진들이 긴급구제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보수를 받으며 식당에서 수천 달러짜리 와인과 수백 달러짜리 고급요리를 먹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전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음 끼니 때 먹을 음식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중고가게에서 옷을 삽니다. 저는 일하는 데 꼭 필요한 5년 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습 니다. 저의 아들은 영재입니다. 저는 아들을 영재학교에 보내고 싶어서 집을 내놓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집은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10년 동안 재산세는 거의 2배로 뛰었습니다.” (...)

 “저는 무슨 일을 하건 항상 비용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저는 찌그러진 통조림을 파는 가게에서만 식료품을 살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 찌그러진 통조림을 파는 가게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이 있습니까? 대부분의 상원의원들, 하원의원들, 주지사들은 찌그러진 통조림을 사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주 많은 미국 국민들이 원래 가격보다 더 저렴한 찌그러진 통조림을 사고 있습니다. 238-239p

 

 미드 미들 - 헤크 패밀리(the middle)의 가족이 떠올랐다. 미국의 한복판에 살아서도 미들이고, 중산층이라서도 미들인 헤크 가족. 그들은 Frugal Hoosier 라는 곳에서 장을 본다. 그곳은 일반적인 마트가 아니라 살짝 맛이간 제품을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찌그러진 통조림을 포함해서 포장이 벗겨져서 무엇인지도 모르는 통조림을 흔들어 가면서 소리를 듣고 구매하고(오른쪽 제일 앞에 있는 막내가 통조림을 고르고 있다), 대부분의 음식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지나기 직전. 시트콤이니까 과장한 거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버니 샌더스의 연설에도 나왔고, 검색을 해보니까 실제로 지역별마다 다양한 Frugal Hoosier들이 존재했다. 그만큼 진짜 먹을 것을 제대로 먹기가 힘든 사람들도 많은 것. 그런 상황에서 돈이 어마어마어마어마 하게 많은 상위 0.3%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이야기에 버니 샌더스가 행동을 옮긴 것이 이 책에 담긴 필리버스터이다.

 


 필리버니 ( 필리버스터 + 버니 샌더스) 하이라이트.



 8시간 37분의 연설을 마친 오후 7, 샌더스는 비틀거리며 연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털썩 주저앉았다. 회의장은 텅 비어 있었다. 샌더스 곁에는 그의 직원들과 보좌관들, 상원 회의장에서 근무하는 몇몇 직원들과 속기사들, C-SPAN 2 채널 직원들, 그리고 방청석의 방청객 몇 명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상원 회의장 바깥은 꽉 차있었다. 격려 전화가 빗발쳤고, 이메일이 쏟아졌다. 모두가 샌더스의 연설에 대해 이야기했다. 상원 홈페이지가 마비되었고, 그의 연설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 때문에 방송국 서버가 다운 되었다. (...) 샌더스는 왜 이런 연설을 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로지 부자 감세를 연장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안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했다고 대답했다. 샌더스의 필리버스터는 2년 뒤인 2012, 부시의 감세 연장법을 폐지시키는데 기여했다. 그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279p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정치 연설을 읽고서, 게다가 지하철에서 읽으면서 내가 울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이상한데도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특히 초반에 이 필리버스트로도 법안의 통과를 막지 못했다고 나왔었는데, 그래도 그의 행동이 보탬이 되어서 감세 연장법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고, 감격스러웠다. 8시간 37분 동안 화장실도 못가고, 음식도 못 먹고, 회의장을 나가지 못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는데 회의장에 남은 사람이 몇 안되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세상을 위한 모든 노력들이 다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가, 그 이후의 엄청난 반응들 덕에 괜히 나까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 하나.

 

 이 법안은 부를 이전합니다. 하지만 로빈 후드가 했던 것과는 반대방향으로 부를 이전합니다. 중산층과 노동자 가족의 부를 부자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 미국 국민들은 우리에게 동참해주십시오. 전화기를 들고 상원의원과 하원의원들에게 전화를 거셔야 합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더 이상은 못 참아요 Enough is enough.”

 부자들은 지금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상위1%가 전체 소득의 23%를 차지하며, 하위 50%보다 많은 소득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도움이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을 도와준다면 그건 너무 황당할 것입니다. 83p

 

 이 법안은 중산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8년 동안 일자리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 중산층의 임금이 정체되거나 사실상 삭감되었다는 것만 보아도 너무나 명백한 사실입니다. 미국 국민 대부분의 임금이 하향 조정될 때 극부층의 소득과 순자산은 큰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국부층에게 세금혜택을 주려합니다. (...)

 이 법안은 결코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들이밀었던 낙수 이론의 결과를 보십시오. 이것은 중산층에 충분한 도움을 제공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이 전화를 하고, 편지를 쓰고 건의해야 합니다. “싫습니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이 법안의 내용은 바뀌어야 합니다. 93-94p

 


 미국,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없어지는데도 부자들은 점점 돈을 늘려가고, 정부가 그런 상황을 돕고 있다. 그런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연설 중에 여러차례 강조가 되어있듯이 정치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압박을 넣어야 한다. 전화를 하고, 편지를 쓰고 건의를 해야한다. 인터넷으로 악플을 달거나 기사에 댓글을 달고, 마음에 드는 댓글을 추천 해서 베플을 만들고. 이런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그 담당자들은 귀찮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헬조선~’하고말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버니 샌더스처럼 행동으로 옮겨보자! 정치인이 아니라면 정치인을 괴롭히기라도 해보자누군가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 아니라 행동하자.





 진짜 변화는 다수의 일반 시민이 목소리를 높이고, 투표에 참여하고, 정치에 참여할 때 일어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일어선다면 99%가 이기지만, 우리가 뿔뿔이 흩어진다면 1%의 부유한 사람들이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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