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칼럼] ‘잃어버린 10년’ ‘잊어버리고 싶은 10년’
1인당 국내총생산은 박근혜 정부 3년 동안 2800달러 늘었고,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1300달러 늘어나 새누리당 집권 8년 동안 총 4100달러 증가했다. 김대중·노무현 집권기간에는 새누리당 집권 때 발생한 외환위기로 인해 1998년에 4000달러 이상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1만1000달러 늘어났다. 남은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매년 5%의 고도성장을 한다고 가정해도 새누리당 집권 10년은 김대중·노무현 집권 10년의 절반에 못 미칠 것이다.
국민의 살림살이는 어떠한가. 새누리당 집권 8년 동안 실질 가계소득은 10% 증가해 경제성장률 28%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5년간의 10%와 같은 수치다. 김대중 정부 때도 98년 외환위기로 인해 가계소득이 크게 감소했지만 이후 4년 동안에는 무려 19% 늘어났다. 가계부채 상황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가계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이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해에 97%,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에는 105%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에 125%로 크게 증가했고 박근혜 정부 2년째 말인 2014년에는 다시 129%로 늘어났다. 가계소득의 증가는 경제 성장에도 못 미치고 가계부채는 늘어나 ‘국민 행복시대’가 아니라 ‘국민 부채시대’가 열렸다.
지난 8년 동안 후퇴한 것은 경제만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대북정책으로 평화통일의 기반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세웠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꽉 막힌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고 남북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북한은 핵실험과 위성 발사를 하고, 박근혜 정부의 평화통일정책은 ‘북한 붕괴론’으로 전환했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김영희 대기자(본지 2월 26일자 칼럼)는 “우리에게 전쟁이 아니고는 그럴(북한을 붕괴시킬) 수단이 없다. 전쟁은 국민들도 반대하고, 전쟁 수행에 그 지원이 필수적인 미국도 군산복합체를 제외하고는 한반도의 전쟁에 다시 개입하는 사태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고 분석하면서 ‘북한 붕괴론은 비현실적인 환상’이라고 단언한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와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를 쳐다볼 뿐 스스로 취할 대북정책 수단은 없고, 북한 붕괴라는 환상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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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10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을 두고 새누리당이 한 말이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8년은 국민 살림이나 나라 살림 모두 자신들이 조롱했던 김대중·노무현 집권기간과 비교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 남북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고,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은 온통 끝없는 대립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지금과 같은 경제·정치·사회·대북상황이 지속된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은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 것에 견줘 말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은 ‘잊어버리고 싶은 10년’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 이제 2년 남았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간단치 않은 정치상황에서 대통령이 책상을 치고 야당에 분노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욱이 국민은 이 정부에 무엇을 해 달라고 요청해도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차라리 나머지 2년 동안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