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1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송평인 칼럼]“피고인, 인간 맞나요?”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16-05-04 03:00:00 수정 2016-05-04 10:21:31

1462354349_news_banner_image_1.jpg

prevnext

|
폰트확대축소
|
뉴스듣기여성남성
|

닫기

프린트이메일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 싸이월드
  • 구글
목사 아빠 구타 피해 가출해… 새벽 3시 반 옛 담임 찾아갔다 
다시 돌아온 아이에게… 도벽은 ‘사탄 탓’이라며  
5시간 동안 죽음의 매질… 목사 이전에 한 인간의 실패에 
재판장도 방청객도 한숨만
 

77925430.1.jpg송평인 논설위원

아이는 지난해 막 중학교에 올라가 새 학기를 맞았으므로 사실 어린이나 다름없었다. 아직도 추운 3월, 아빠에게 맞아 살이 말 근육처럼 부은 아이가 티셔츠 차림으로 가출해 새벽 3시 반에 찾아간 곳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 아파트였다. 아이는 정확한 호수는 알지 못했다. 경비원에게 선생님께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경비원은 늦었으니 다음 날 오라고 했다. 아이는 갈 곳이 없다며 경비실에서라도 재워 달라고 졸랐다. 

아이는 이튿날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는 다시 ‘훔친 돈이 어디 있느냐’고 추궁했고 답하지 않자 다시 아이를 때렸다. 매가 부러진 줄도 모르고 때리다가 제 손을 다쳤으나 그래도 또 때렸다. 새엄마는 아이가 달아나지 못하게 옷을 벗기고 문을 막아섰다. 아이는 5시간 동안 맞은 뒤 추운 방에 방치됐고 다음 날 아침 시신이 돼 있었다.


재판장은 격해져서 아빠에게 물었다. 아니 따졌다. “피고인, 인간인가요? 인간 맞나?” 방청석에서 흐느낌이 흘러 나왔다. 지난달 29일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의 일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맞아죽은 아이는 아빠도 좋아하고 새엄마도 잘 따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기장에는 아빠에 대해 “신학대에서 교수(정확히는 시간강사)로 일하시고 독일어와 헬라어를 가르치십니다”라고 자랑스럽게 썼다. 새엄마에 대해서는 “항상 저를 위해 영어 공부도 하게 해주시고 예쁜 옷도 사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적었다. 천성이 활달한 아이였던지 부모가 딸 학교 행사에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다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반장까지 했다.  

안타깝게도 아이에겐 도벽이 있었다. 처음에는 가게에서 껌을 훔치는 수준이었으나 친구들 가방에 손을 대더니 나중에는 돈도 훔쳤다. 부모에게는 아이의 도벽이 큰아들(19)의 도벽과 무관치 않아 더 심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큰아들은 어릴 때부터 축구부 합숙생활을 하면서 집 밖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못된 친구들에게서 절도를 배우고 동생에게도 가르쳤던 모양이다. 


새엄마는 재판 내내 흐느꼈다. 아이는 남편의 세 자녀 중 자기를 가장 잘 따랐다고 했다. 남편이 때릴 때 말리지 않은 것에는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이가 도둑질 안 하고 거짓말 안 하는 길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후회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다만 “훔친 돈 있는 곳만 대면 용서해 주겠다고 했는데도 아이가 ‘그럼 그 돈 못 쓰죠’라고 답했을 때 나도 모르게 뺨을 때렸다. 예상치 못한 그런 반응을 보고 얘가 사탄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했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이런 사고방식이 죽음에 이른 매질로 몰고 간 것은 아닐까.

누구나 이미 부부가 아이의 시신을 11개월간 집 안에 둔 데서 기괴함을 느꼈을 것이다. 새엄마는 “자고 일어나 죽은 애를 봤을 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애가 살아나서 밥도 먹고 걸어 다녔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다. 성경에 부활이 있으니까 그런 기적이 우리에게도 일어나길 바랐다. 매일매일 옆에서 고대하며 지켜봤다. 그러나 깨어나기는커녕 몸에서 벌레가 나왔을 때 죽고 싶었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목사도 매일 시신 옆에서 기도했다고 한다. 그가 아이의 부활을 진정으로 믿어서 그랬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는 사이비 교단의 목사도 아니고 독일에서 제대로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범죄가 발각돼 처벌받고 매장될 것에 대한 두려움, 버티면 얻을지도 모르는 신학대 교수 자리에 대한 욕망이 기괴한 심리로 포장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도 목사이기 전에 가장이다. 처갓집 식구를 포함해 교인 20명에 불과한 개척교회의 목사이고 47세의 나이에도 아직 시간강사다. 경제적 여력이 없다 보니 부인은 어학원에서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다. 부부는 세 아이 중 하나도 직접 돌보지 않았다. 큰아들은 가출했고 큰딸(16)은 독일 지인에게 보냈고 죽은 딸은 장모와 처제에게 맡겼다. 아무리 어려운 가장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부부는 죽은 아이에게 마지막 말을 하라는 재판장의 주문에 “널 아프게 하고 고통을 주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해 미안하다. 널 사랑한 건 틀림없는데… 용서해 다오”라고 말했다. 사랑했는데도 죽이다니,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한숨만 나오는 완전한 실패였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오케이, 오늘부터 (2014년 12월 1일) 달라지는 이 누리. 29 김원일 2014.11.30 11885
공지 게시물 올리실 때 유의사항 admin 2013.04.06 38172
공지 스팸 글과 스팸 회원 등록 차단 admin 2013.04.06 55113
공지 필명에 관한 안내 admin 2010.12.05 86997
1175 암/Cancer의 진상을 알아본다. 유방암으로 내 가슴에서 숨을 거둔 . . 22세의 내 딸 아이의 아픔을 . . . 암 환우 2016.04.21 132
1174 괜챦은 컴퓨터 (라즈베리 파이 3) 소개! 무실 2016.04.22 118
1173 "북풍, 야당 무대응으로 힘 잃어 군대 안 간 '특권층 안보' 끝내겠다" 1 진보 2016.04.22 88
1172 슬픈 어버이. 어버이 2016.04.22 72
1171 어버이연합의 임금인상 투쟁을 지지한다!...반어 종결자. 효의나라 2016.04.22 66
1170 [성명] 우익집단 집회사주와 매수행위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빈곤해결책 2016.04.22 100
1169 '부패한 목회'의 수호자들 한국교회 2016.04.22 172
1168 동성애를 죄라 기록한 성경에 대한 출판을 멈춰야 한다. 눈뜬장님 2016.04.22 138
1167 영국 평등법(차별금지법) 통과후 기독교인들이 당하는 역차별 사례1 눈뜬장님 2016.04.22 135
1166 "추혜선"씨 안식교인 최초로 ...한국 국회의원에 당선되다(호남삼육고출신) 3 변화 2016.04.23 398
1165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2 아침이슬 2016.04.23 111
1164 반민특위 - 승자와 패자 (친일 악질고문경찰 하판락과 친일파들) 청산 2016.04.23 67
1163 민초를 새롭게 꾸며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4 기술담당자 2016.04.23 245
1162 교회를 매춘골 로 만드는 것들 안선민 2016.04.23 178
1161 허(虛)의 여유 1 신비 2016.04.23 91
1160 빚소리 합창 공연을 보고 들었다 - (우간다 선교후원 음악회) 10 file fm 2016.04.23 243
1159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투기의 뿌리, 강남공화국 1 울산 2016.04.23 75
1158 도올 “김종인? 문재인? 반신반인 영웅들은 결국 죽어요 2 돌도로사 2016.04.23 110
1157 <903호> 이상구의 엘렌 화잇에 대한 재발견 1 변화 2016.04.24 319
1156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 들이여 ! file 구미자 2016.04.24 65
1155 KBS, 라디오서 어버이연합 보도한 기자 다음날 교체 2 어용이 2016.04.24 72
1154 '농촌 목회=실패' 등식에 망치질한 두 목사 1 농촌 2016.04.24 167
1153 관리자님께 4 백향목 2016.04.24 185
1152 낭떠러지서 구해놨더니 그러게요 2016.04.24 128
1151 교회의 경건한 유령들과 엠피비언적 신앙 5 아기자기 2016.04.24 192
1150 학교선 못 배우는, 내 아이에게 가르칠 것들 1 비올라 2016.04.24 94
1149 KBS, MBC는 사탄 마귀의 대리자이다. "어버이연합 보도 ‘모르쇠’" KM 2016.04.24 97
1148 쫓겨나가기 일보직전인 두 목사들이 서로 교회를 바꾼단다. 참 한심하고 비참하다! 7 쪽파린다 2016.04.25 344
1147 최장집 "새누리, 보수적이되 민주적이어야 산다" "종북 등 배제적 언어 쓰면 안 돼…보편 인권 말하는 보수 돼야" 제자리 2016.04.25 74
1146 저승에 간 흥부와 놀부 3 눈뜬장님 2016.04.26 224
1145 96명 사망 참사... 법원, 27년만에 "사고 아닌 국가 잘못" 인정 2016.04.26 105
1144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 들이여 ! file 구미자 2016.04.26 68
1143 朴대통령 "소녀상 언급도 안돼" vs 日정부 "합의사항" 우기면 2016.04.26 64
1142 그런 117번, 이런 94번, 그래서 70번··· 4 우기면 2016.04.26 232
1141 중국 계림 양삭 여행 2 바다 2016.04.27 223
1140 눈먼 자들의 국가 - 박민규 (문학동네) 친일청산 2016.04.27 101
1139 유시민 명연설 노무현이 국정원 권한을 포기한 진짜 이유 1 민주화 2016.04.27 94
1138 요즘 나의 커피맛 3 이런 날도 2016.04.27 189
1137 행복한 별 빛 내리는 석촌호수의 아름다운 봄 밤 ... 9 file 난감하네 2016.04.28 208
1136 주제도 모르는 티끌이 1 하주민 2016.04.28 127
1135 사랑하는 형재 자매님 들이여 ! 1 file 구미자 2016.04.28 82
1134 곰솔목사님 보십시요. 17 시골들어가기 2016.04.28 345
1133 거리로 나온 ‘신천지’ 적반하장 시위… 시위 2016.04.29 136
1132 무감독 시험 2 바다 2016.04.30 140
1131 관리자님에게 6 지성 2016.04.30 728
1130 우리를 바꾼 청년 [전태일] 1 실크로드 2016.04.30 75
1129 한국 청소년 에이즈 환자,10년 동안 10배↑...수년 후 한국의 에이즈 환자는 10만을 돌파할 것. 3 눈뜬장님 2016.04.30 123
1128 종말론자들을 스스로 사라지게 할수있다 1 가장자리 2016.04.30 109
1127 동성애, 교황의 신세계질서와 짐승의 표 입구 [성경의 예언들 30회]- 손계문 목사 세상끝 2016.04.30 124
1126 멋지시네 대선 2016.05.01 96
1125 이 음식을 아시나요? 4 옛날 생각 2016.05.01 182
1124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 이시여 ! file 구미자 2016.05.01 61
1123 곰솔목사님께 질문있습니다? 5 시골들어가기 2016.05.01 171
1122 프락치 - 지금도 계속되는 국가기관의 공작 그리이스 2016.05.01 73
1121 오늘의 요리 4 file 난감하네 2016.05.01 137
1120 동성애에 관한 글 삭제하려는 이유: 동성애 혐오를 혐오하기 때문이다. 김원일 2016.05.01 161
1119 기레기의 의제설정 (agenda-setting) 친일청산 2016.05.01 99
1118 4/1 '한기총, 왜 해체되어야 하는가' 서울토론회_3_손봉호(1) 봉우리 2016.05.01 111
1117 비 도 오시는데... 그냥 감상만 하시라고 올려드립니다. 6 file 난감하네 2016.05.02 204
1116 Daniel Berrigan 신부님의 서거를 애도한다. 요 아래 세상끝 님, 그 동영상 목사님도 들으시라 김원일 2016.05.02 180
1115 곰솔목사님 답을 듣고..내 부랄친구들 말을 전해 드립니다(본문질문붙임) 57 시골들어가기 2016.05.02 387
1114 스포츠로 지배하라! 5공 3S정책 스뽀츠 2016.05.02 152
1113 게시글 삭제 요청 드립니다. 4 윤태민 2016.05.02 275
1112 KASDA 권요셉님에게 부탁드립니다. 4 눈뜬장님 2016.05.03 276
1111 011회 - 언론통폐합과 언론인 강제 해직 그때지금 2016.05.03 115
1110 서울구경 2 바다 2016.05.03 178
1109 "사역자 교육" 이것은 아니겠지요 ? 11 박성술. 2016.05.04 263
1108 Al Bano & Romina Power - Felicità 상춘객 2016.05.04 136
» 목사 아빠 “딸아, 사랑했는데”…한 인간의 완전한 실패 인간 2016.05.04 173
1106 2016년 4월 28일 뉴스타파 - 어버이연합 10년...그리고 박근혜 진박 2016.05.04 93
Board Pagination Prev 1 ... 204 205 206 207 208 209 210 211 212 213 ... 225 Next
/ 225

Copyright @ 2010 - 2016 Minchoquest.org. All rights reserved

Minchoquest.org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