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눈치를 보며 그리다

by 수영 posted May 15, 2016 Likes 0 Replies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145E053A4DD4F64C416205

 

그녀는 80년 5.18을 겪으며 
오른쪽 젖가슴에 큰 상처를 입었다
스물 두엇의 나이에 약정된 길을 가는 것처럼 
운명적 당위처럼 
함께 한 운동권 친구들의 주검을 가슴에 묻은 채
버거운 생을 살아왔다 
미래는 언제나 공백으로 비어 있었고 5.18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79년 1월18일 입영 전날 밤
송정리역까지 따라와 전송해 주었던 그녀,
이듬해 봄 오월의 강을 건너면서 큰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을
바람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후로,
30여년이 지나 한 줄기 빛의 흔적을 발견할 때까지 
그녀에 대한 소식의 잔해들을 어디에서도 줍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해독되지 않는 고통 앞에서 
지난 세월동안 누구보다도 더 부끄러워하고 
누구보다도 더 아파하며
조팝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 속의 그녀를 
절망의 눈치를 보며 내 마음 canvas에 그려왔다 

밤보다 낮이 더 어두웠던 시대, 
우리가 꿈꾸던 푸른 세상과는 점점 멀어져 갔었고 
어둠에 쫒기던 봄날도 햇살의 열기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그 시절 그녀는 내게 한 겹씩 열리는 꽃잎이었다
내 안을 적셔 흐르는 향기로운 선율이었다


습한 바람에 기침이 쏟아진다
악랄한 오월이 짓밟고 간,
세월의 지우개로도 
지울 수 없었던 아픈 기억들을 각혈하듯 

한 차례 비라도 내리려나 눅눅해진 내 가슴,



Articles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