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맛있는 걸
먹어도 즐겁지가 않다
예쁜 걸
보아도 기분이 좋다거나 행복하지 않다
새로운 일에도
떨림이나 설레임이 도통 없다
언제부턴가
감정의 탄성은 줄어 들었고
반응 조차 현저히 떨어져버렸다
나는
막 웃고 있는데,
보는 이가 나보고 어디 아프냐고 묻기도 한다
이게 다
늙은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일거다
마음은 뻔한데도
몸은 말을 들어 먹지 않고,
훗날
어떻게 해야
초라하지 않고 , 슬퍼지지 않을까
이제 곧
죽음도 아는체를 하며 다가 올텐데
나는 모른다
나는 아직
그 놈과 친해지는 노하우가 하나도 없다
늙어 간다는 것이
감기 쯤 걸린 것 같고
죽음이라는 것이
주사 한대 맞듯 잠시 따끔 거리고 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서도
아무렇지 않게 밥 퍼먹고
세수를 하고
갈곳이 없어도 외롭지 않고
아무때나
시시때때로 아파도 그런갑다 하고
아무도
처다보지 않고 아무도
만나주지 않아도 쓸쓸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더 배워야 할까
나는 요즘
젊을 때는 몰랐던 이 새로운 몸,
새로운 말,
새로운 마음, 새로운 고독을
진중하게 익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