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에서

by 깨알 posted Jul 02, 2016 Likes 0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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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은 교회버스에서 내렸다.

숨이 깊이 쉬어졌다.


일행과 대열을 지어 접수처를 향했다.

접수처에서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접수자는 소속과 직분을 물었다.

등록비를 내자 명찰을 만들어 주었다.

어머니가 수연의 가방을 들어주었다.


모녀는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곳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며 둘은 움칠하였다.

퀴퀴하고 구린, 병원과 시궁창이 합성된 고약한 냄새였다.


100여 평의 넓은 강당에 사람들이 있었다.

엄마와 딸은 긴장하였다.

엄마는 수연의 팔을 잡았다.


누운 자와 앉은 자가 반반이었다.

혼자 중얼대는 사람도 있었고 찬송을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머리를 다 밀은 사람도 보였고 링거를 꽂은 사람도 있었다.


수연은 후미진 곳에 짐을 풀었다.

새로 산 성경 찬송 합본이 나오고 담요도 나왔다.

그녀는 엄마에게 말하였다.

“막장이야.”


공기는 탁하고 냄새는 악취에 가까웠다.

모녀는 이내 밖으로 나왔다.


밖의 공기는 상큼하고 생기가 있었다.

밖에도 반듯이 걷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안색과 느릿한 걸음이 병든 자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수연과 모친은 호젓한 곳에 주저앉았다.

“네가 견딜 수 있겠니?”

“이 길 밖에 더 있겠어,”


엄마는 간다며 돈을 꺼내어 주었다.


수연은 혼자 남았다.

화장실을 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는 몸속 깊이 스며들었다.

남은 담배는 그대로 꺾어서 버렸다.


밖에는 싸움이 일어나고 있었다.

여자와 남자의 말싸움이었다.

교리싸움을 하고 있었다. 욕은 안 들렸지만 톤은 거칠었다.

집사, 교회, 성경은 알아들었지만 다른 말들은 생소한 것들이었다.


싸움판 옆으로 성경을 손에 든 여자 성직자가 지나가고 있었다.

개의치 않고 익숙한 시선으로 가던 길을 계속 지나갔다.

싸움구경 하는 사람 중에는 피골상접의 사람도 있었다.

얼굴은 해골에 가까웠다. 금식 보름째라고 스스로 말하였다.


그녀는 강당으로 다시 들어갔다. 냄새는 조금 익숙해졌다.

젊은 사람은 자신 말고는 눈에 띄지 않았다.


성경을 조용히 읽는 사람, 소리 내서 읽는 사람, 앉아서 찬송하는 사람,

서서 찬송하는 사람, 조용히 기도하는 자, 손을 휘저으며 방언기도를 하는 자.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진짜 미친 사람도 있었다.


성경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 틈에는 흰 양복을 입은 사람도 눈에 띄었다.

흰 양복의 남자가 가르치는 것 같았고 외팔이였다.

공부는 길지 않았고 외팔이 아저씨는 명함을 건네주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다.


수연의 눈에는 모든 것이 별세계였고 진풍경이었다.

저녁이 되자 예배가 시작되었다.


낮에 싸움구경할 때 본 머리에 두건 쓴 여자와 몇 사람이 입장하며 일제히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열기가 더해지고 아픈 자나 성한 자나 모두가 치열하리만큼 적극적이었다.

한 바탕 찬송가 제창이 끝나자 초대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주님여 내 손을 꼭 잡고 가소서.

약하고 피곤한 이 몸을~


가수의 의상은 화려한 드레스에 그곳의 병동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가수는 프로답게 노래하였다. 창법은 트로트풍에 심하게 꺾어대었다.


가사는 선명하였고 호소력 있게 전달되었다.

효과는 직방이었다. 한 사람이 흐느끼자 거의 떼울음이 되었다.


노래가 끝나자 설교자가 일어섰다.

특송의 고조된 여세를 몰아가듯이 그녀는 처음부터 높은 톤이었다.


처음부터 그녀는 마음이 열린 자가 은혜를 받는다고 연거푸 강조하였다.

설교자는 이내 기도 순서로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울음조의 기도소리가 들리고 누구도 옆 사람을 의식하지 않았다. 신도들의 기도소리가 높아져가자 인도자도 수위를 높였다. 굿판에서 들었던 쉬이~, 국적 없는 방언이 분위기를 고조시켜 갔다. 술사의 간절한 최면시도와 같았다. 인도자는 덜덜거리며 거의 뛰었다. 위에서 뛰니 밑에서도 뛰었다. 두 손을 들고 뛰는 자가 있고 간질 하듯 누워서 덜덜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의 나무 십자가도 덩달아 위아래로 뛰고 있었다. 서서 떠는 자나 누워서 떠는 자나 모두가 인도자의 덜덜덜 리듬과 완연한 혼연일체가 되고 있었다.


한참의 통성기도 후 설교가 이어졌다.

설교는 죄인, 십자가 예수님의 단순반복 범벅이었다.


단 아래에서는 “아버지, 주여~, 믿~숩니다.” 연속적인 추임새로 반응하였다.

설교가 무색해지면 찬송이 이어졌다. 설교와 찬송의 반복 순환이었다.


인도자는 탁자를 힘껏 내리치며 ‘주여~!’를 외치고 있었다.

인도자의 목소리도 쉬었고 회중의 목소리도 쉬어가고 있었다.


분위기에 압도되어 수연은 심리적 약자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나타내지 않았다.


수연은 유리창 밖의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별은 여전히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밥을 먹지 않았지만 수연은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녀와 첫 예배는 열광과 광란의 경계였다.

그녀와 교회와의 노정은 이렇게 시작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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